(이 글을 쓰던 당시는 2024년 10월이다)
올해 춘천에서 하는 도시가 살롱에서
'박물관 앞 빨간 머리 앤'을 8주간 운영을 했었다.
그 덕분에 빨간 머리 앤을 읽고 또 읽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앤에게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어느 날, 나와 낭독의 시작을 같이한 희정샘에게서 연락이 왔다.
며칠 전 보스턴 월든 호숫가에서 낭독회를 마친 후라
거기서 생긴 에피소드도 듣고 싶던 차였는데 잘 됐다 싶었다.
미국에 살고 계셔서 자유로이 만날 수는 없지만 수시로 카톡으로 소통하고,
아주 급할 땐 보이스톡이나 줌에서 만나곤 한다.
그런데 그날 카톡에 온 메시지는
나를 얼음이 되게 만들었다.
그것도 뜨거운 얼음으로^^;
난 너무 들떠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상상이 현실이 되면 정말 기쁘잖아요, 그렇죠?
라고 말한 빨강 머리 앤!
그저 막연하게 상상만 했던 일!
막연해도 언젠지는 꼭 갈 거야 했던 그 일!
그 상상이 이렇게 생각지 않게 이뤄져도 되는 건가?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 못 하는 백성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
무엇을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나대는 심장을 억지로 멈추게 할 수는 없는 일!
나는 뭐든 꿈꾸는 일은 60살로 미루는 습관이 있다.
그냥 막연하니까 일단 멀리 있는 60으로 미루는 것이지.
빨간 머리 앤 만나러 캐나다 가는 것도 그중 하나였는데...
그저 60살쯤에 이뤄지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
빨간 머리 앤이 사는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P.E.I.)에
내년(당시는 24년 10월)에 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아니, 너무 바빠 못 했는데*.*
이렇게 간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다녀온 것 같은 이 기분!!!
지금 내가 할 일은 이 설렘을 그저 누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