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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빨간 머리 앤을 못 만날 뻔했는데
드디어 티켓팅!

아니, 왜 하필이면 이때에ㅜㅜ

그 사이 계엄이 일어나고,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은 지금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이 글은 25년 1월에 작성함) 어릴 때는 어려서 몰랐지만 내가 직접 겪은 국가적 혼란 중 가장 어지러운 때를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무슨 여행 인가 하는 무력감과 불안감에 낭독 여행은 없던 걸로 했다. 희정샘도 편도선이 아프고, 나도 힘이 풀리고, 경미샘도 너무 바쁘고 해서 우리의 줌미팅은 잠정 중단됐다. 희정샘이 회복되면 다시 만나자고 했으나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했다ㅠㅠ


그런데 분위기가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다. 탄핵이 이뤄지고, 우리가 나가는 6월 정도면 새로운 대통령이 뽑혀 새로운 시대의 대한민국이 될 것 같았다. 마침 환율도 살짝 내려가서 다행히 200만 원대의 비행기값이 쫌 떨어지긴 했다. 희정샘한테 다시 추진하자 했는데 경미샘이 계속 톡을 안 보는 거다. 거의 3일 만에야 경미샘과도 연결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비행기 티켓을 찾았다.


그러던 중 새벽 2시쯤 경미샘이 여행 날짜를 어찌할까 하는 의견을 톡에 올렸다. 마침 그 시간에 내가 답을 했더니 아직도 안 자냐며 희정샘까지 불러 벙개를 하게 됐다. 난 새벽 3시를 향하고 있어서 갤갤대고, 두 사람은 낮 2시, 아침 10시여서 아주 쌩쌩하다. 우리의 레귤러 줌미팅은 한국 밤 10시, 미국은 아침 8시, 새벽 5시인데 처음으로 그들이 팔팔한 시간에 만나니 우린 서로 낯설어하고, 나는 점점 졸려서 죽을 맛이었는데도 기분은 들떴다. 미팅하다 보니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나와 희정샘은 티켓을 예약했다.


생각할수록 우리의 조합이, 그러니까 이 조합이 너무 웃기는 거다. 한 사람은 한국, 한 사람은 미동부, 한 사람은 미서부다 보니 비행기 도착하는 시간이 다 다를 수밖에. 서로의 시차도 다르지만, 캐나다 시차까지 계산해야 하고 거기다 비행 도착 시간이 하루를 넘기다 보니 시간이 헷갈려서 몇 번이고 다시다시를 외치며 날짜, 시각을 재차 확인했다. 그리하여 희정샘이랑 나는 같은 날 6월 9일 월요일에 토론토 공항에서 만날 수 있게 됐고, 경미샘은 이틀 후에 오기 때문에 세 사람이 모두 만나는 날은 6월 12일 목요일이다. 여기서 이틀 뒤가 수요일이 아닌 목요일인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희정샘과 토론토에서 만나는 건 9일 저녁이지만,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 도착하는 건 10일 자정쯤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우리 셋이 함께 하는 시간은 단 1주일. 아~ 넘 짧아~~ㅜㅜ

티켓팅을 끝내고 나니 나는 비몽사몽 간 아침 해가 뜨려나 보다 하면서 그대로 쓰러져 잤다.


비행시간을 보면 난 월요일 오후 7시 5분에 출발하는데 토론토 도착이 월요일 오후 7시 30분이라니! 한국에서 토론토까지 고작 25분 밖에 안 걸리나?ㅋㅋㅋ 대신 한국 오는 비행기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샬럿타운에서 목요일 새벽 5시 25분 출발인데, 도착은 그다음 날 금요일 저녁 5시 30분이니까 뭐 얄짤없는 시간 놀이인 셈이다. 서머타임 적용해서 PEI와의 시차가 딱 12시간 차이라 시간 계산은 그나마 쉬운 편이다. 쉽다고 짧게 걸리는 건 아니지만 손가락 접었다 폈다 하면서 계산할 일은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 세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모두 티켓팅을 마치게 됐다.



이 세상에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멋진 일 아닌가요?

- 빨간 머리 앤 p. 47 중에서 -





길을 걷다가도 키득키득거리니 남편이 "왜 그래?" "나 티켓 샀잖아!" 또 키득거리고, 빨간 머리 앤 다녀온 사람들 블로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웃고 있는 모습에 이렇게 결정하길 정말 잘했구나. 이렇게까지 내가 행복해 하는구나 하면서 몇 번이고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했다 잘했다며 나를 칭찬했다.


간다는 사실 빼고는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갑작스러운 지출 비용과 시간과 남편(참고로 시각장애인)을 어찌해야 하나... 그리고 또 하나의 모험은 토론토에서 샬럿 타운으로 갈아탈 때 connecting flight 시간이 고작 1시간 20분이라는 것ㅇ.ㅇ 이건 진짜 모험 중 모험! 잘못하면 토론토에서 잠자리를 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거. 어차피 이 여행은 모든 게 모험이니까. 상상을 실현하는 값을 톡톡히 치러야 하는 거겠지.


아~ 이 여행이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평생 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다녀와서 꿈의 확장이 자꾸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꿈의 장소를 이렇게 빨리 앞당겨 가게 되니 나의 꿈도 자꾸 현실에 가까이 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나를 계속 칭찬한다. 그리고 걱정하기보다는 오늘을 살게 하는 빨간 머리 앤을 마음껏 누려보기로 한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올까?


몇 년 전부터 시도했던 빨간 머리 앤 낭독 수업 그리고 몇 번의 실패.

https://blog.naver.com/bicycle412/222897159538

(모집 실패한 나의 빨간 머리 앤 낭독 수업)


작년에 다시 도전한 '도시가 살롱'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던 빨간 머리 앤! 이런 일련의 넘어짐과 일어남이 있었기에 오늘아 왔다는 걸 보면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다는 말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그 기회를 얻은 게 나라는 게 너무나 벅차다.

https://blog.naver.com/bicycle412/223604508099



이제 그다음은 낭독 프로그램 짜는 것과 숙소, 렌터카, 여행 경로 등등 세부 사항 들어가시겠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8577/clips/37

<오디오 클립 / 동화 읽어주는 피아노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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