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티켓을 끊었으니 이번에는 숙박 장소를 정하는 일이겠지? 이왕이면 빨간 머리 앤이 살던 초록 지붕 집에서 가까우면 좋겠는데... 그리고, 콘도 같은 곳이 아닌 정원도 있고, 주방과 방이 따로 있는 단독으로 쓸 수 있고, 실내도 예쁘고, 침대는 3개가 따로 있고, 이왕이면 예쁘면 좋겠다. 이런 게 과연 있을까? 그래도 캐나다 시골인데 빡빡하게 건물만 있지는 않겠지 하는 기대로 검색 돌입!!
Wow!! 완전 환상이다! 이름도 너무 예쁜 Lakeview라고 시작되는 곳인데 걸어서 앤의 집까지 13분이면 끝! 차로는 2분밖에 안 되는 곳이라니! 위에 쓴 것처럼 조건을 까다롭게 걸었는데 생각지 않게 우리 입맛에 맞는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매일 초록 지붕집 주변을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니! 다른 곳 여행 안 하고 숙소에서 앤의 집만 왔다 갔다 해도 이번 여행은 그것으로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앤의 집에서 다이애나 집에 불이 켜진 게 보일 정도이니 다이애나 집도 찾아보고, 둘이 거닐던 연인의 오솔길(Lover's Lane)도 걸어보고, 둘이 너무나 무서워했던 유령의 길(Haunted Woods Trail)도 걸어보고. 그것도 매일매일이라니! 그런데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보아하니 앤의 집은 입장료를 내고, 그 나머지 길도 집을 지나가야 하는 곳이라 안에까지는 매일 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앤이 걸었을 법한 그 길을 매일 걸어보고, 음미할 수 있을 테니 그게 어딘가? 무엇보다 그곳에서 매일 올려다볼 수 있는 밤하늘은 얼마나 예쁠까? 더구나 황사도, 미세먼지도 없는 맑고 깨끗한 밤공기를 생각하면 이 글을 쓰면서도 자연스레 심호흡이 쉬어진다.
세 사람이 출발하는 곳이 한국, 미동부, 미서부라서 도착과 출발 시간이 제 각각이다. 다행히 도착은 희정샘과 내가 9일에 토론토에서 만날 수 있다. P.E.I. 의 샬럿타운 공항으로 갈 때 같은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올 때는 희정샘이랑 경미샘이 같이 나오고 나는 하루 더 있다가 나오는 비행기로 예약을 했다. 하루 더라고 해봤자 15시간 정도 혼자 있는 거다.
경미샘이 이틀 뒤에 도착이라 이틀 동안은 희정샘과 함께 샬럿타운(Charlottetown) 다운타운에 숙소를 잡고, 1주일은 캐번디시(Cavendish)에, 그리고 나머지 3일은 다시 샬럿타운에서 지내려고 했다. 출발 4일 전에는 '앤과 길버트' 뮤지컬을 보기로 해서 그때부터는 샬럿타운에 있기로 했었다. 그런데 시내인 샬럿타운과 캐번디시의 숙박비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굳이 몇 배를 내고 훨씬 좁은 곳에서 지낼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다운타운에서 캐번디시까지는 차로 30분 밖에 안 걸리는데 하는 생각에 처음 예약했던 곳에서 다 머물고, 나 혼자 있는 1박 동안은 샬럿타운 시내에 있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혼자 지내는 마지막 단 하루는 얼마나 꿀맛일까? 다운타운을 여행자로서 자유로이 다니고, 바삐 걸어 다니는 그 도시를 일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유유자적 커피 마시며 책도 읽고~ 햐~~~ 상상만으로도 너무 들뜨는 이 상황! 혼자라서 좋지만, 혼자기 때문에 그것이 온전히 좋지만은 않다능^^; 하루 혼자 있는 숙소는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낮에 실컷 돌아다니고 숙소에 가는 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비행기 출발이 새벽 5시대라 숙소에서 적어도 2시 반 정도에는 나와야 하는데 일어날 수는 있을지 그리고 택시를 타는 건 위험하지는 않을지. 렌트를 해야 하나 아니면 하루를 땡겨서 올까. 아~ 하루를 줄이기에는 너무 아깝고ㅜ 외국에서 살아본 적은 있어도 운전을 해 보질 않아서... 운전도 운전이지만 주유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렇다고 주유를 안 하고 차를 반납하기에는 아깝고. 서울보다야 복잡할까 하는 생각에 렌트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데 부딪힐 수밖에. 아직 시간은 있으니 조금 더 고민 좀 해보자.
그래도 지금은 매일 앤의 초록 지붕집까지 산책하고 조깅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 실제로 보면 과연 어떨지. 이 숙소가 우리를 더욱 설레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