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기가 아닌, 조금씩 확장하기로
핼러윈데이 기념으로 1년 치 헬스장을 끊었다. 자본주의의 노예. 마케팅하면서 늘 마케팅에 낚이는 나. 회사 앞으로 할까 집 앞으로 할까 만 번 고민 끝에. 아침 출근 전에 갈 수 있는 곳으로 등록! 29만 원. 12달로 나눠도 한 달에 2만 5천 원이 안 되는 꼴. 이제는 더 지체할 수 없다는 연말마음으로 크게 맘먹고 등록했는데.
일 년 피티를 얻은 덕분에 연초 보너스처럼 무료 PT수업 2회가 주어졌다. 운동하러 가도 요가를 하러 갈 때도 피트니스를 갈 때도. 운동은 안 하고? 언제나 선생님 말이 재미있게 들린다.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 예전에 왜 헬스장이라는 곳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게 된 것일지에 대해서. 평소 식습관 운동 습관. 잠 시간대부터. 주류 그밖에 정신 상태까지 낱낱이 파헤쳐 상담. 어떤 운동을 좋아하고 어떤 운동을 배워봤는지. 등등. 정성적인 상태 분석을 마치고 인바디의 결과도 체지방량 감소도 중하지만, 기본적인 근력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큰 문제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근력량을 늘릴 것인가. 근력 운동은 왜 그렇게 싫은 것인가. 돌이켜보면 지난 헬스장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던 이유는 나의 체력 상태와는 상관없이 무리한 운동 강요?로 운동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무서워하며 도망을 간 것. 그렇게 헬스장에 가면 스트레칭과 러닝머신 위에만 있는 유산소 걸이 돼버리고 만 것. 근력이라는 것이 없는 탓에. 또 차가운 쇳덩어리는 나에게 얼음장처럼 느껴졌고. 그저 차갑고 무서웠다. 만지기가 싫고 겁이 났다. 물도 찬물은 안 마시는 떠죽 따인 나인데.
보디빌더 출신의 엘리트인 트레이너 선생님은 피티도 헬스도 교과서 적으로만 하면 된다고 했다. 천편일률적으로 적용 가능한 룰은 늘 존재한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큰 욕심내지 않고 급하게 맘먹고 안된다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아주 조금씩. 천천히 하면 된다는 위로.
할 수 있다는 응원
트레이너: 운동을 큰 원을 채운다고 생각하면 버거우니까. 가운데 명확한 점을 찍고, 계속 확장해 나간다고 생각하세요. 반복 반복 계속 반복하는 것. 내가 큰 원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는 거예요.
아하.
가이드를 세워 놓고 언제 다 채우나 할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조금씩 확장을 해 나간다고 하니 차가운 헬스장 근력운동도 갑자기 열심히 하고 싶어 졌다.
사람이 영원히 싫어하는 법도 없구나
난생처음으로
쇳덩어리에서 따뜻함을 느낀 하루.
원을 조금씩 크게 그려보자. 파이팅.
트레이너 선생님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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