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이를 지켜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종종 있었다.
직접 물어본 적도 있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아무 생각도.' 였다.
2주 마다 실내화를 빨아준다.
혹 덜 마를까봐 매 학기마다 두 켤레를 사서 2주 마다 새하얀 신발로 바꿔준다.
하루 종일 신는 실내화, 발이 꿉꿉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해서, 스폰지 덩어리 대신 제대로 만들어진 실내화를 5년째 신기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알 수 밖에 없다.
매 학기마다 아이의 신발 사이즈가 하나씩 커가는 걸.
지난 2학기 260 사이즈 실내화를 샀다.
어린이 사이즈로는 가장 큰 사이즈.
적당한 다른 실내화를 찾아야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하루씩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
어디 발사이즈 뿐이라.
머리에서 발 끝까지 매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커간다.
외형만 클까. 아이의 몸 속은 매일 혁명이 일어나고 있을 거다.
그렇게 보면 말 잘 듣던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하루 하루 조금씩 어른이 되어갈수록 제 생각도 점점 많아질테니까.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반가운 거다.
부족한 나와 같으면 그것처럼 슬픈 일도 없을 테니까.
아이가 점점 더 내 말을 듣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못난 나를 점점 더 많이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는 하루씩 어른이 되어간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