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을 읽을 친구들께 전할 소식이 하나 있다!
그간 <브런치>에 연재했던 글들이 책으로 출간되어 다음 주 서점에 깔릴 예정이다.
<초등 5학년이 쓴 독서록> 글의 주인공인 아들 녀석과 함께 하면서
책 읽는 법과 독서록 쓰는 법에 대한 시행착오와 그 결과물들을 고스란히
전한 5년치의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 동안 유독 공을 많이 들인 이 책이 독자들을 많이 만났으면 한다.
그리고,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는 건, 결과를 떠나(아직 살펴보지 않았다) 시험을 보는 그 자체로도 힘든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점수를 맞는 시험을 본 지가 거의 35년(운전면허는 제외)만 이었다. 시험 보름 정도부터 옥죄어오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물론 부족한 실력 때문이겠지만 '과연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기본이고 '시험 당일 감내해야 할 다양한 스트레스들, 그러니까 마지막엔 'OMR 카드 작성에 대한 걱정'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불안들이 시험 마지막을 준비하는 동안 내 머릿속을 휘몰아치며 돌아다녔다.
하루 동안 행하는 모든 활동 속에도 '시험 생각'에 사로잡혀 집중하기가 어려웠고(그래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마지막엔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도 귀찮을 만큼 사로잡혀 있었다.
한낱 공인중개사 시험이 이랬는데, 지금 수능을 보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어떨까 생각했다.
그 중압감은 엄청날 것 같다. 조카가 재수중인데 격려를 할까 생각했다가 '오히려 더 부담'될 게 확실해서 그만두었다. 겪어봐서 아는데 이 때가 되면 접근하는 모든 것(?)들이 귀찮아지더라.
시험 당일인 어제, 내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깨어났고, 시험장에 들어서도 평온하게 아주 평온하게 시험을 치렀다. 물론 머릿속은 쥐가 내렸지만 말이다. 내가 예측하는 시험결과는 '자알~ 하면 합격할 것 같고, 잘못하면 떨어질 것' 같다. 이렇게 간당간당하니 더 보기가 두렵고 싫어진다. 그래서 자체 결과가 발표될 때 까지 확인을 미뤄두기로 했다.
시험을 마치고 그간 누리지 못한 꿀잠을 늘어지게 자고 나니 이제야 온정신이 된 기분. 그래서 시험결과를 발표하기 전에도 확인할 수 있다는데도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런 온정신을 누린지가 너무 오랜만이라 좀 더 누리고 싶어서다.
올 한 해는 무척이나 바빴다.
큰 이벤트를 꼽자면 새해부터 출간계약을 하는 바람에 초고를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하면서 '집필'을 했다. 물론 공인중개사 시험도 시작했다. 그리고 유럽여행도 열흘씩 두 번을 다녀왔다. 그런 때문인가 올 한해는 내내 '쫓기는 기분'으로 바쁘게 산 것 같다.
아무 일도 없는 지금, 할 일이 아무 일도 없도 슬프리만치 허무한 오늘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블로깅을 할 수 있는 것도 좋고,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순간이 좋다.
이 좋은 느낌을 좀 더 누리고 싶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