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다음과 같은 짧은 문장으로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미화한다.
"자네에게 아주 유명한 갑부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그들은 우리와는 아주 다른 사람들이지." 책이 출간되자 헤밍웨이가 피츠제럴드에게 놀림조의 답장을 보냈다. "맞아, 그들은 그냥 돈이 좀 많지."
세네카가 우리에게 일깨우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는 한때 로마에서 가장 부자였다. 하지만 돈은 삶을 아주 조금 바꿀 뿐이라는 사실을 직접 체험했다. 돈이나 물질로는 내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외적인 요소로는 내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고 혼란과 고통을 겪는다.
훗날 헤밍웨이는 회고록을 통해 피츠제럴드를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부자들이 특별하 매력이 넘치는 종족이라고 믿었다. 부자들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삶의 다른 요소들이 그를 망치고 난 후였다." 우리에게도 이 말은 진리이다.
<<데일리 필로소피,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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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다녀온 유럽여행의 일행 중에 지방에서 온 부자 커플이 있었다. 나와 나이가 엇비슷한 정도에 자녀없이 부부 단 둘이서 왔는데 행색이 참으로 묘했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모두 명품 브랜드를 휘감았는데, 전혀 고급스럽지도 않고 잘 어울리지도 않았다. 친구, 자네들이 짐작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졸부 스타일' 딱 그거였다.
그들의 성격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호쾌하고 명랑해서 일행들아 잘 어울리고 즐거운 커플이었다. 단, 부부 사이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남편이 남들과 잘 어울리며 대화를 하면 아내는 팔짱을 끼고 새초롬한 표정으로 남편을 흘겨보는 그런 형국이랄까. 아내는 남과 잘 어울리는 남편의 행실(?)을 못마땅해 하는 것 같았다. 여튼, 그들은 행색만큼 뭔가를 잘 사들였다. 도시를 방문할 때 마다, 자유시간이 생길 때 마다 쇼핑을 했다. 심지어 화장실을 가기 위해 들린 휴게소에서도 그들은 마구 사들였다. 게다가 먹성까지 좋아서 잘 사먹기도 했다. 가득이나 부른 배에 '저게 들어갈까?' 싶은데 참으로 많이도 먹었다.
그들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지방에서 돈 꽤나 있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는데, 여행 중반 쯤에는 '돈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돈이 많은데 갑자기 큰 돈이 들어온 사람' 쯤으로 보였다. 나중에는 '사기를 치고 큰돈을 만든 뒤 곳곳을 돌아다니며 돈을 쓰는 일당들(부부로도 안 보였다)'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 였다.
결국 한국으로 귀국할 때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는데, 그들이 사들인 물건이 너무나 많아서 캐리어에 가득 담고도 넘쳐서 그들이 사들인 제품들 일부를 일행들에게 조금씩 맡겨서 입국하는 꼴불견을 보인 것이다. 안그래도 터질듯한 몸매에 상하의를 두 세 겹씩 겹쳐 입는 바람에 터질 듯한 캐리어를 채 들어올리지도 못해 뒷사람이 대신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당신은 여행을 온 것인가, 물건을 사러 온 것인가?' 묻고 싶었다. 정말 그 대답이 궁금해서다.
친구들도 알겠지만 주위를 둘러 보면 이런 사람들이 제법 많다. 처음엔 몹시 부럽다가도 나중에는 '난 저렇게 살기는 싫다'고 생각될 만큼 행실을 보이는 사람들, 나는 이들에게 세네카의 이 글을 읽혀주고 싶다. 돈은 많으면 행복하다. 하지만 정도껏 많아야 한다. 그럼 어느 정도 일까? 친구 자네의 그릇됨이 큰가 작은가가 기준이 될 것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