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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 쿠키 Oct 05. 2019

6. 런던 새댁의 구직 일기

새댁의 짝사랑 in London. #런던생활

그래, 뭐라도 좀 해보자!


영국에 온 지 3개월째. 일을 관둔 지 반년이 넘어가는 시기였다. 희망하는 산업군의 일자리 찾는 일도 쉽지 않을뿐더러, 찾아도 연달아 고배를 마신 서류전형의 답답함은 그 해 7월에 있었던 Farnborough International Airshow에 자연스레 희망을 걸어보게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격년에 한번 열리는 에어쇼들 중에 권위 있는 에어쇼 중 하나로, 내가 참석했던 기존의 에어쇼 (서울 & 싱가폴)와는 다르게 새로운 곳에서 개최하는 에어쇼에 참석하는 일이 매우 설레었다. 사실 같은 해 2월 싱가포르에 두 달 거주할 때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석하였지만, 싱가포르에서 "저 영국에서 일자리 찾아요"의 외침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엔 현지 영국에서 "저 '여기'서 일자리 찾아요"로 간절한 외침의 문장이 바뀌었고 이전보다 해 볼 만 한건 물론이었거니와, 사실 아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편의 후원으로 에어쇼 티켓을 구매해 이틀 동안 참석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번 에어쇼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고, 주변 사람들 입소문의 도움으로 에어쇼 기간 동안 한국에서 국책 연구 프로젝트를 맡은 지인의 미팅 스케줄에 동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분의 미팅에 동참하는 건 그냥 동참이었을 뿐이지 내게 커다란 기회로 다가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속 없이 참석하는 에어쇼로는  번째, 그래도 이번엔 지난 싱가폴 에어쇼와는 달리 지인의 미팅에 동참한다는 '스케줄' 있었고,  미팅들에 동참하면서 자연스레 현지 업체 관계자분들께 나를 소개하고,  나를 홍보할  있는 기회가 생겼다.




2:1 최종 인터뷰. 무려 2시간이나 막힘없는 대화를 나눠 느낌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ㅠ_ㅠ


'인맥도 실력'이라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몇 달 후 에어쇼 기간 중 미팅에서 만난 업체에 열린 포지션에 지원하고 미팅에서 나를 인상 깊게 생각한다는 분께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난 영국인 면접관 두 명과 진행된 인터뷰는 "우리 동료가 너 칭찬 많이 하던걸?"로 시작되었고, 무려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면접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에 결과 발표 이메일을 받기 전 몇 날 며칠을 설렘 가득하게 보냈다.


결론적으론 오퍼를 받지 못했다.

이유는 하나. 현지의 방산업체에 일하기에 나는 너무나 쥬니어인 외국인이었다. 외국인도 물론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산업체는 국가안보에 밀접한 사안의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기 때문에 자국민이 아닌 사람이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접근 제한도 있을뿐더러, Security Clearance 도 통과해야 한다. 회사의 요청하에 정부에서 시행하는 Security Vetting을 거쳐야 하는데, 나는 너무 쥬니어 포지션이라 회사에서 나를 위한 스폰쉽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뛰어난 능력의 자국민 (영국 국적)을 뽑는 게 여러모로 수월했을 것이다.


런던이 아닌 지역까지 왕복 4시간을 출퇴근할 다짐까지 하면서 큰 기대를 했던 터라 꽤 크게 낙심했다. 영국의 방산업체들은 주로 땅값이 비싼 런던에 있지 않고, 버밍험 (bermingham), 더비 (Derby)와 같은 외곽 지역에 위치해있다. 런던에 사는 나는 희망 업계 복귀의 꿈을 살짝 접고 한국인 헤드헌터분을 통해 다른 업계의 몇 인터뷰를 보았지만, 다들 내 경력과 앞으로의 계획에 의구심을 가지곤 하셨다. 이렇게 계속되는 고된 취준생의 끝에 나와 남편은 싱가폴로의 이주를 염두하기 시작했다.




비록 그토록 희망하던 '런던 직딩'은 못했지만, 이 멋진 도시에도 살아 볼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했다.

"나.. 조금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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