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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 쿠키 Dec 28. 2020

9. 이스라엘에서 공부했어요.

내 열정의 근원지

이스라엘에서 4년을 살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기간 동안 나는 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경험을 쌓았고, 친구들을 사귀고, 언어를 배웠다. 그리고,  번의 전쟁을 겪었다. 사실 영어로 이야기할 때는 굳이 '전쟁'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armed conflict'이란 단어를 쓰는데, 이는 '전쟁'이란 단어가 전하는  무시무시한 경험과 감정의 범주에 포함시키기에는 내가 겪은 일들이 비교적 약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행히 외상  스트레스는 없다 (사이렌 소리가 무서운 기간이 있었지만,  년이 지난 지금  공포심은 사라졌다).


4년의 이스라엘 생활을 두 가지의 표현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YOLO (You Only Live Once) 그리고 Just do it!




YOLO


진정한 전투가 일어지던 곳. 우리나라로 치면 '현충일'로 여겨지는 Yom Hazikaron (יוֹם הזִּכָּרוֹן)을 기리는 학교 행사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친구들을 바라보던 일, 2014년 여름 상당히 심각했던 전투 그리고 지상작전을 시작한다는 말에 경악하던 친구들. 그야말로 '진짜 위협' (Instant Threat) 이 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여전히 휴전국이다. 몇 번의 북한의 도발로 인한 공격이 있었지만,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미사일 경고 사이렌을 듣고 피난소로 뛰어가는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선 '진짜 위협' (instant threat)이 있었고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회 분위기는 의아하게도 꽤나 열정적이었다. 내가 느낀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인해,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를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많은 나라 중 하나이고, 그래서인가 내가 만나 본 이스라엘 사람들은 삶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다.


내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내게 주어진 오늘만이 끝이다라고 생각한다면 나도 정말 내 마음대로 살 것 같은데 그들은 정말 오늘만 살 것처럼 행동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동질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당당하게 물어본다. "아님 말고"! 혹시나~해서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그렇거나 아니거나 50%인데, 물어보지조차 않는다면 확률은 0%이니 물어보나 보란다. 용서를 구할 일이 생긴다면 용서를 구하고 깨끗하게 털고 다시 시작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엔 '욤 키푸르 (Yom Kippur)라고 '대속죄일'이란 명절이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사회의 구성원들은 다양한 인종들의 차이에서 나오는 많은 차이점들이 있다. 아쉬크 나지(Ashkenazi)들은 좀 더 침착하고, 예의가 있으며, 많이 배웠고 전통적이고, 세파라디(Sephardi)들은 좀 더 외향적이고, 직접적이며, 관대하고, 사회적이며, 에티오피안(Ethiopian)들은 내성적이지만 멋지다. 아랍-이스라엘 사람들은 잘 뭉치는 경향이 있고, 유대인-이스라엘 사람들은 너무 다양해서 나도 어떻다고 할 수가 없다.


현대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된 나라로, 어린 나라다. 그래서 이스라엘 국민들은 그 사람들의 이전의 정체성에 따라 구분될 수 있는 거 같고 그 강한 다양성을 나는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Just Do It!


이에 이어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특징으로 많이 알려진 '후츠파' (Chutzpah): 뻔뻔함, 당돌함, 도전적에 관한 용어가 있다. 쿠츠파에 가까운 발음인 후츠파는 이미 네이버 검색하면 많이 나올 정도로, 이스라엘의 창조정신의 디딤돌로 많이 알려졌는데 이런 성향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나도 한국에 귀국했을 때는 너무 직설적이다 라는 친구들의 잔소리를 많이 들었었다.


'후츠파' 정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스라엘 친구들에게 물었을 때, 한 친구가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 가지 않는 길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는 일. 반대로 생각해보고, 다르게 행동해보고 위험을 감수하는 정신. 그게 후츠파인 것 같아."



이스라엘과 정반대인 성향의 사회인 영국 런던에서 조금 주눅 들어 살아 그런 걸까, 아님 나이가 들면서 체면이란 게 조금 생긴 걸까? 어릴 때 같지 않게 요즘엔 남의 눈치를 보느라 '후츠파' 성향을 상당히 잃었는데 가끔은 진짜 미친척하고 뛰어들어야 할 때가 있어 어릴 적 패기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곤 한다.


 2018년 7월 판보로 에어쇼로 향해 집을 나서는 나에게 남편은 이렇게 외쳤다.

'쿠키 스타일대로 신나게 '나대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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