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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하는 쿠키 Aug 27. 2021

이직 다이어리 & Motivation

너무오랜만에쓰는브런치 글 및 맞춤법검사기

정말 오랜만에 작성하는 브런치 글. 

마지막 글 작성한 이후로 꼬박 2년 만인 것 같다. 다행히 간절히 원하던 대로 방산업계에 재취업하여 출근 한지 한 달 만에 팬데믹이 터졌다. 내가 맡은 업무는 아태평양 지역 Regional Sales Manager 였는데 출장은커녕, 회사 출근도 못하고 방구석 세일즈만 하고 있다. 그래도 성과는 신기하게 잘 나왔다. 전년대비 220% 매출.


고대하던 연봉 협상 시점을 기준으로 사내 정치 권유, 현 상사와의 마찰, 다른 곳의 오퍼 등 많은 일이 일어났고, 결국 지금 다른 곳의 오퍼를 수락하게 되어 왜 또 한 번 2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경력을 뒤로 새로운 곳으로 움직이길 결심했는지 정리해보자 한다.




사내 정치 권유


"잘 지내지? 점심 한번 먹자"

평소 대화할 일이 거의 없는 다른 부서의 디렉터가 점심을 먹자고 연락이 왔다. 그냥 편하게 만나서 안부 인사나 물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점심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를 정도로 황당한 소리를 듣고 왔다. 


짧게 말해 "너 정치 좀 해". 

워낙 2년의 구직기간으로 많이 위축되었던지라 이번 회사에 입사할 때 연봉을 겸손하게 불렀기에 같은 업계, 같은 포지션의 평균 대비 절반도 못 치는 수준의 월급을 받고 일하는 건 나도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성과를 내면 그다음의 연봉 협상 내용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점심 먹으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회사 높은 사람에게 '찍혀서' 아마 연봉 인상률이 매우 적을 것이고, 그 사람의 입소문으로 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게 아니겠는가? '찍힌' 이유는, 그 사람은 일이 없이 높은 자리에만 있는 사람인데 네가 새로 들어오면서 그나마 할 일을 빼앗긴 기분일 텐데, 너는 너 일만 한다고 평소에 그 사람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3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며,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그 사람에게 잘 보이며, 잘 구슬릴 수 있을지), 본인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아남아왔는지를 열심히 말해주었지만, 솔직히 듣는 내내 '나도 이제 정치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보단 '아 뭐야.. 내가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실망감과 허무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성과 목표치보다 크게 달성을 했어도 회사 정치 하나 안 해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라.., 회사한테 정이 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름 바깥으로 불러내기까지 해서 조언을 해 준 옆 부서 디렉터님의 뜻은 알겠지만, 마냥 감사하지만은 않았다. 몰랐으면 마음은 편했을 것 같긴 한데... 


I am on a roll!


이렇게 실망감이 가득하던 찰나에 링크드인 쪽지가 왔다. 그리고 그다음 날 다른 곳에서 또 이메일이 오고, 또 다른 곳에서 링크드인 쪽지가 왔다. 무려 일주일 동안 3곳에서의 인터뷰 제안이 왔다. 두 곳은 헤드헌터로부터 그리고 한 곳은 회사 hiring manager (지원자를 자신의 부서로 뽑으려는 사람)이/가 직접 쪽지를 보냈다. 


워낙에도 구직기간 중 인터뷰는 금쪽같은 기회라는 걸 뼛속 깊이 느꼈던지라 같은 업계 웬만한 포지션이면 인터뷰를 수락한다. 그래서 시작된 인터뷰로 가득했던 7월과 8월. 아래 도표로 오퍼를 받은 회사 인터뷰 여정을 기록으로 남겨보았다. 


눈을 떠보니 순식간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운명일까. 



상사와의 마찰


다시 7월 초, 인터뷰 보기 전으로 돌아가 보자.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한편으로 회사에선 이런 일이 생겼었다. 

 

사실 내게는 상사가 두 명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상사 그리고 미국에 있는 상사. 작년 팬데믹이 한창일 때 내 싱가포르 상사가 회사를 떠났었다. 그리고 올해 7월 초, 그가 내 상사로 다시 돌아왔다. 안 그래도 그가 떠난 기간 동안 방구석 세일즈를 하고 있는 나의 업무 영역이 점점 Inside sales 역할로 넓어져 (이를 권유했던 미국 상사의 논리는 - 서류 작업까지 빠싹 하게 알게 되면 외부 활동하는데도 전문성이 깊어질 것이라는 조언이었고, 난 결국엔 일리 있다 생각하며 일주일에 사흘씩 미국 팀과 밤늦게 콜을 하며 서류 작업을 배웠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업무는 업무대로 쌓이고 늦어지는 악순환에 번아웃을 느끼며 업무 만족도가 상당히 떨어졌었다. 떠났던 상사가 돌아오면서 "내가 다시 제 자리 찾아줄게" 하는 말에 내심 기대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귀환은 내게 퇴사를 선물했다. 


그도 월급 받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VP에게도 상사는 존재한다. 

다시 회사로 돌아온 그는 그의 상사에게 다시 본인의 존재를 입증시키려 회사를 떠나기 전보다 더 의욕이 불타올랐고, 그 몫은 부하직원인 내게도 고스란히 넘어왔다. 


난 본래 내 세일즈 업무에 서류 작업까지 처리하며 방구석에서 일하며 지쳐가고 있었는데 다른 곳 다녀온 상사의 눈에는 당연히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다시 좋지 않아 재택근무를 하는 싱가포르이지만, 상사는 하루 정도는 사무실에 나오면 좋지 않냐고 하며 사무실로 불렀다. 그리고 면담이 있었다.

 

"You lost your spark" 예전에 생기 가득하고 열정 가득했던 너는 어디에 가고 지쳐 보인다는 말을 저렇게 표현했다. 맞는 말을 했다지만, 기분이 확 상했다. Spark 가 없어져서 세일즈 성과가 220% 나왔을까. 가뜩이나 방구석 세일즈로 지친 나에게 '나 없는 동안 고생했네'말은커녕 끊임없는 면박을 주길래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나는 positive reinforcement가 정말 잘 먹히는 사람인지라, 격려랑 칭찬이 필요하다고'. 그 와중에 연봉 이야기를 했는데 3%의 인상률 그리고 글 쓰기에도 부끄러운 분기별 세일즈 인센티브 (내 연봉의 1.15% 에서 앞으로 2.25%로 인상)을 언급하며 돈을 생각해선 안된다, '네가 야심 찬 사람인 줄은 알겠으나 너는 아직 어리니 디렉터가 되려면 몇 년을 더 해야 하고, VP가 되려면 몇 년을 더 해야 하고...', 라며 성과보단 시간으로 승진을 이야기하는 상사의 말을 들으며 '성과에 따라 디렉터 잘 될 수 있도록 내가 잘 빚어줄게'라는 식의 의기양양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곳에서의 내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면담이 끝난 후, 다른 곳에서의 인터뷰 제안을 적극 수락 후 1차, 2차 그리고 5차까지 면접을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면접을 남겨 두었다. 


8월 12일 최종 면접일  


재택근무를 하는 이 날 오전에도 현 직장의 상사는 전화를 해서 'stop feeling dejected and prove yourself'라는 등의 힘 빠지는 소릴 해댔다. 그리고 남긴 말은 나에게 몸살 기운을 남길정도로 스트레스를 주는 말이었다. '다른 부서의 누구 알지? 그 친구 지금 10년째 manager 하고 있어. 그 친구는 나한테 asset 이기 때문에 난 그 친구만큼은 회사 생활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 말의 의도를 잘 모르겠어서 다시 물었다. '그럼 나는? 나는 너한테 asset 이냐?' 했더니, '너는 아직 멀었고, you are not an asset to me, you still need to prove yourself'.... 안 그래도 인터뷰 성실히 보고 있던 기간으로 불타는 집에 기름 끼얹는 식의 발언으로 이 상사와의 결별을 다짐했다. 


새로운 회사 인터뷰 진행과 동시에 현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던 일들을 파란색 글씨로 기록해보았다.

최종 임원 면접은 또라이 선별 면접이라고 했던가. 기술적인 질문은 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고, 오전에 상사한테 들은 말이 아직도 진하게 기억에 남아 마음만 추스르는 정도로 준비하고 화상 채팅에 접속했다.


40년 세일즈 경력이라는 그분의 인상은.. 과연 모니터를 뚫고 느껴지는 그의 아우라와 위엄이 실로 대단했다. 다른 면접 때보다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질문 하나하나가 예리했고, 면접 전의 내 마음가짐을 혼내듯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중 내 정곡을 찌른 질문. 


What motivates you?


오... 안 그래도 가뜩이나 회사일에서 심히 낙담하고 있던 나에게 던져진 right question, right time이었다. 그동안의 설움을 내뱉는 마냥 "I am motivated by recognition, not a monetary recognition, and encourgement"라고 대답했고, 내 대답을 듣곤 면접관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내가 말을 잘 못했나? 하던 찰나 면접관의 질문이 이어졌다. "내 40년 세일즈 경력 중에 너같이 대답하는 세일즈는 처음 봤다고. 이렇게 대답하면 좀 곤란하다. 당연히 money"아니냐 하길래, 앗 세일즈 타깃 = 돈 임을 간과했다 싶어 "아 물론! 세일즈 타겟의 액수는 당연히 중요하다. 세일즈 타겟을 맞춤으로서 내 실력을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세일즈 타겟은 내 최우선 순위이다"라고 대답하며 그의 얼굴을 살폈다. "No......" 하며 이어지는 그의 말 "세일즈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네가 문을 두드린다고 항상 물건을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0번 거절받다가 1번 잘 되면 되는 그게 세일즈 아니냐, 나는 당연히 세일즈들은 분기별로 목표 달성하는 양에 따라 받는 성과급과 평소 받는 월급으로 에너지를 받고 그걸 목표로 달리기에 평소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라길래.. 나도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Of course I want to be spoiled by a big paycheck, but I never had that chance... 나 지금 회사에서 요만큼 월급 받고 그 연봉의 요만큼 퍼센티지 분기별로 인센티브라고 받는데, 얼마 안 되는 양이니까 당연히 돈으로 동기 부여받지 않았다. 나는 고객과의 약속이 우선이고, 내가 업계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이 좋아서 매일 방구석에서 대의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으로 정신 승리하면서, 이 상황을 합리화시키면서 일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목이 따끔해지더니, 미간이 떨리더니 눈물 콧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서러워서.ㅠ.ㅠ.....)끆끅 대면서 예전엔 뭐 계약직이었고 등등 업계에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했지 한 번도 돈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라고 하는데 나 자신이 불쌍해졌다. 그리고 최종 면접에서 거의 처울었따. ㅋㅋㅋㅋ... 이 모습을 아마도 당황스럽게 지켜봤을 그분이 내가 울분 토하듯이 쏟아내는 말을 듣고는 "I will change that"라고 대답해주셨다. 사실 나는 정신이 없어서 내가 또 답변을 잘못해서 답변을 바꿔주겠다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내 남은 기억으로는 "you are a woman of honour"라고 나를 인정해주며, 그동안 멘토링도 잘 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하시며 금방 또 보자 하고 윙크를 보내셨다. 그리고 며칠 뒤 최종 합격 소식을 받았다. 


"No Hard Feelings" Chapter. Motivation by Liz Fosslien & Mollie West Duffy 

책에서 나온 내용처럼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 동기부여를 적게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는 반대로 월급도 적고, 칭찬도 받지 못했지만 일에 의미를 많이 두고 일을 이어 왔다는 점에서 나도 나 스스로를 신선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앞으로 의미 있는 일에다가 충분한 월급, 탐나는 인센티브를 받으면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 성장하지 않을지 나도 스스로 궁금해진다. 


물론 새로 옮길 직장이 결코 완벽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회사에서 행복하지 못하게 매일을 정신 승리하면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행복하리라 생각하고, 특히 집에서 훨씬 가까워진 회사 위치가 최고로 기대가 많이 된다. 그다음으로 기대가 되는 건, 아마 이건 내가 아직 실감을 하지 못해 최고로 기대된다고 적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바로 내가 중학생 때부터 선망하고 동경하던 '우주 산업'으로의 발돋움이다. 우주 위성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아태평양 신사업 개발 매니저로 일하게 되었다. 미지의 세계로 또 한 번 한 걸음 내디뎌 본다. 




가족들의 응원이 최고였다. 그리고 정말 감사했다. 

우리 부모님의 응원과 격려는 당연하다고 생각해도, 시부모님께서 이렇게 진심으로 응원해주시니 더욱더 특별하게 와닿았다. 시아버님의 '가족끼리 응원은 당연한 일' 그리고, 시어머님의 '하고 싶은 거 다하라'와 같은 든든한 말씀과 함께 축하의 마음으로 보내주신 용돈까지.. 감사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해야겠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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