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하는 쿠키 Oct 20. 2022

동전의 양면

세일즈 그리고 엔지니어링 

"쿠키야 미안해.. 엔지니어링 팀의  backlog (밀린 일) 때문에 도저히 그 일정은 못 맞춘다는 내부 결론이 났어"

나는 싱가폴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 

직장에서 나의 업무는 세일즈다. 매 분기 쫓기는 삶을 사는 세일즈.

회사 들어와서 세 번째 고객을 만나게 되었다. 모멘텀을 놓치지 않기 위해 프랑스 파리까지 날아가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비비노 평점 4.2에 해당하는 와인까지 두 병씩이나 함께 마셨다. 당장 commit은 하지 않으셨지만, 그다음 주 영국 글라스고에서 3분기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통화를 하자고 메시지를 받았다. 

"계약하려고요~" 

옴마... 동공이 흔들리는 게 이런 거구나. 

이 소식을 당장 상사에게 알렸고, 상사를 포함하여 구글 미팅으로 양 사 대표님과 함께 미팅. 구두로 Commit을 받아 낼 수 있었다.

"Looks like you just closed a deal"이라는 말이 상사 입에서 나올 때의 순간을 쉽게 잊을 수 없으리라. 

계약을 하겠다는 의지를 받아내었으니 그다음의 일들은 꽤 순조로울 것이라 예상했다. 

고객의 의지는 확고했고, 우리 회사 제품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확신도 있기에 이번 달안에 계약을 하자시며 기본 계약서를 받고 전화로 몇 차례 의견을 주고받고 "쿠키씨가 하자는 대로 계약 서둘러서 할게요. 우리 일정만 맞춰주세요"라고 너무나 매너 좋은 일 하기 쉬운 좋은 고객을 드디어 나도 만났구나 하고 들떠있었다. 

내가 있는 업계는 '일정'이 더욱더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2023년 4분기 혹은 2024년 1분기로 조율하며 이야기를 나눴었다. 

"기존 논의 한 일정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계약서 정말 꼼꼼히 읽어주시길 부탁드릴게요"라고 고객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고객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 국내 정부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꼭 해야겠는데, 정부 일정이 조금 빠듯하네요. 혹시 내년 6월 일정으로 내년 5월까지 목표로 완성될 수 있을까요? 다음 기회부터는 100kg 이상 중형급만 받는다고 하여 이번이 유일하게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라 꼭 해야겠어요. 파트만 잘 보유했으면 두 달이면 제작 가능하잖아요. 괜찮으시죠?" 

내부 회의가 시작되었다. 내년 2023년 10월 일정도 빠듯한데 5월? 도저히 안될 거 같다는 내부 엔지니어링 팀의 피드백. 

아 이거 꼭 돼야 해요.. 상사에게 SOS를 쳐 상사가 파트장들을 모아 내 앞에서 이런 비유를 들며 나를 도와주셨다.

내 상사의 직급은 Senior Vice President of Sales 영업 총괄이자 회사 부사장님이라 Top 3 management의 인물이다. 

 

"세일즈 무지 힘든 일입니다. 쿠키 앞에서 이런 말 하기 조금 그렇지만 쿠키 머리에 지금 총 겨눠져 있는 거고. 이거 안되면 그다음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 안 해도 되겠죠? 최대한 일정 다시 검토해 주길 부탁합니다" 

엔지니어링 팀 앞에서 날 도와주려고 세일즈 pitch 해 주신 거 같긴 한데.. 내 머리에 지금 스나이퍼가 총 겨누고 있는 건가? 내가 열심히 해서 들고 왔는데 엔지니어링 팀의 밀린 일 때문에 왜 내가  총 맞아야 하냐라는 생각이 들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을 기다린 후에 오늘 전달받은 엔지니어링 팀의  최종 결정 - '불가능한 일정'.

"쿠키야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게 생각해.. 엔지니어링 팀의  backlog (밀린 일) 때문에 도저히 그 일정은 못 맞춘다는 내부 결론이 났어". 

이해를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분기마다 쫓기는 삶의 역할인 세일즈에게 참으로 불공평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맞추기 어려운 생산 일정이라지만, 밀린 일이 없었다면 사실 불가능하진 않았을 거란 내부 진단. 결국 스스로의 밀린 일 때문에 신규 고객 유치를 내부에서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고객과 직접 소통해야 하는 내 입장이 참 난처하다. 

세일즈를 하면서 내가 한 가지 정말 조심한 점은 바로 over-promise 하지 않기다.

팔기에 급급해서 안 되는 일을 된다고 하는 건 거의 언 발에 오줌 누기 일뿐임을 알기에 다행히 '될 것 같은데 확인해 볼게요'라고 하지 않고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정확히 확인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라고 밑밥 깔아두고 고객의 기대치를 한껏 낮춰 둔 임시방편을 이제 확정 지어야 한다. 

엔지니어링 팀, 세일즈 팀 그리고 다른 부서들의 존재는 모두의 이익을 위함을 기억해야 한다. 

영업팀은 제작을 위한 발주를 외부에서 가지고 오고, 생산팀은 영업팀이 팔 수 있을만한 해결 방법들을 제품 혹은 서비스의 형태로 만들어낸다. 

동전의 양면을 기억하듯이, 반대 성향의 업무 영역을 포용해야 함을 머리로는 아는데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 오늘 밤 너무 쓰려 밤을 넘기지 않고 일기를 써본다. 

작가의 이전글 이직 다이어리 & Motivat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