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를 찬양하며,
독감이었다.
월요일부터 열감이 있었고 화요일에 클리닉에 가서 몸살용 링겔을 맞고 해열제가 포함된 약을 처방 받아 꾸준히 복용했다. 그러나 수요일 밤인 어제 39.2까지 찍히고 새벽 4시 반에 눈을 떠 더이상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몸뚱아리를 보며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이비인후과 오픈런을 한다며 9시에 딱 맞춰 갔는데, 이미 나보다 부지런한 성인남녀 10명이 있었다.
평일 목요일 아침 출근 시간대,
대한민국이 병들어있는걸까, 내가 간 병원에 명의가 있는걸까,
의사선생님은 문진으로는 독감이 의심된다며, 독감만 찌를지, 코로나만 찌를지, 둘 다 찌를지, 안 찌를지 4자 택일을 종용했다.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왔기에, 조용히 오른손 검지로 좌우 콧구멍을 한 칸 한 칸 가리켰다.
찡그리면 더 안 들어가요
(알아요 근데 어떻게 가만 있어요)
독감이었다.
처음 먹어 보는 타미플루, 먹은지 두어시간 만에 37도 중반으로 내려갔다.
화요일에 진작 검사 했으면 좋았을텐데, 만시지탄하기 시작했다.
코 찌르는 고통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서, 회사 밖으로 나가기 귀찮아서 그랬던건데
무지했다.
정확한 진단 아래 적합한 처방이 따르면 이렇게 쉽게 나을 수 있는 거였는데
나의 무지와 클리닉의 안일한 처방으로 인해 무려 이틀이나 내 몸뚱아리를 더 혹사시켰다.
최근 송사에 휘말린 친구가 있다.
지지부진하며 어떻게 할 지 이리저리 재보느라 세월만 보내다 결국 스스로 휘말려 버렸다.
한 친구는 그 친구를 보며 너무 신중하다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우유부단해보인다.
인생을 살다 보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즉시 선택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있다.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나중에 악수로 다가오더라도 그렇더라도 일단 선택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있다.
비록 점심 메뉴 조차 스스로 고르지 못 하고 상대의 의중을 전적으로 따르는 나이지만,
직감적으로 그의 상황은 그런 순간이었다고 빤히 보여진다.
결국 빠른 진단이 필요하고, 진단이 있으면 바로 내질러야 한다.
비용 몇 푼은 짧지 않은 인생에서 결국 얼마 되지 않는다.
기억하자,
내 인생의 골든타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