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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Jul 06. 2023

[상념] 진단과 처방,

타미플루를 찬양하며, 

독감이었다. 


월요일부터 열감이 있었고 화요일에 클리닉에 가서 몸살용 링겔을 맞고 해열제가 포함된 약을 처방 받아 꾸준히 복용했다. 그러나 수요일 밤인 어제 39.2까지 찍히고 새벽 4시 반에 눈을 떠 더이상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몸뚱아리를 보며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이비인후과 오픈런을 한다며 9시에 딱 맞춰 갔는데, 이미 나보다 부지런한 성인남녀 10명이 있었다.

평일 목요일 아침 출근 시간대,  

대한민국이 병들어있는걸까, 내가 간 병원에 명의가 있는걸까, 


의사선생님은 문진으로는 독감이 의심된다며, 독감만 찌를지, 코로나만 찌를지, 둘 다 찌를지, 안 찌를지 4자 택일을 종용했다.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왔기에, 조용히 오른손 검지로 좌우 콧구멍을 한 칸 한 칸 가리켰다. 

찡그리면 더 안 들어가요

(알아요 근데 어떻게 가만 있어요)


독감이었다. 


처음 먹어 보는 타미플루, 먹은지 두어시간 만에 37도 중반으로 내려갔다. 

화요일에 진작 검사 했으면 좋았을텐데, 만시지탄하기 시작했다. 

코 찌르는 고통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서, 회사 밖으로 나가기 귀찮아서 그랬던건데 

무지했다. 

정확한 진단 아래 적합한 처방이 따르면 이렇게 쉽게 나을 수 있는 거였는데 

나의 무지와 클리닉의 안일한 처방으로 인해 무려 이틀이나 내 몸뚱아리를 더 혹사시켰다. 



최근 송사에 휘말린 친구가 있다. 

지지부진하며 어떻게 할 지 이리저리 재보느라 세월만 보내다 결국 스스로 휘말려 버렸다. 

한 친구는 그 친구를 보며 너무 신중하다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우유부단해보인다. 

인생을 살다 보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즉시 선택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있다.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나중에 악수로 다가오더라도 그렇더라도 일단 선택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있다.  

비록 점심 메뉴 조차 스스로 고르지 못 하고 상대의 의중을 전적으로 따르는 나이지만, 

직감적으로 그의 상황은 그런 순간이었다고 빤히 보여진다. 



결국 빠른 진단이 필요하고, 진단이 있으면 바로 내질러야 한다. 

비용 몇 푼은 짧지 않은 인생에서 결국 얼마 되지 않는다. 



기억하자, 

내 인생의 골든타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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