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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리 Feb 09. 2020

이모티콘을 보내는 리쿠르터?

생소하지만 친절했던 전화 인터뷰 

30 만에 끝났던  전화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다른 회사에서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 중국에 지사를 둔 외국계 컨설팅 회사였다. 컨설팅 회사는 내 레쥬메와 꼭 맞는 편은 아니어서 연락이 오긴 할까 하고 걱정했는데, 이력서를 처음으로 보낸 두 곳에서 모두 연락이 와서 약간 당황했다. 채용절차는 이력서 제출 > 1차 인터뷰 > 비자 적합성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 > 파이널 인터뷰였다. 이곳의 경우 1차 인터뷰 이후, 결론적으로 비자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파이널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분석적이고 딱딱할 것이라는 나의 편견과는 달리, 리쿠르터가 위챗으로 이모티콘을 보내며 인터뷰 스케줄을 조정해서 굉장히 생소했지만, 대화하기에 편안하고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터뷰 시간을 조정할 때 리쿠르터의 반응 (크리스마스 이브에 면접 본 거 맞습니다....ㅠ.ㅠ)


중국에서는 한국의 카카오톡과 같이 유명한 채팅앱 '위챗(Wechat)'이라는 앱이 있다. 2019년 11월 기준으로 사용자가 무려 11억 5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한국과 같이 이모티콘도 많이 쓰고, 유저가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채팅앱을 이용하면서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음성을 녹음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굉장히 보편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화상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중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들은 스카이프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하지만, 몇 차례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대부분은 위챗 음성/영상통화를 선호하는 것 같다. 


인터뷰 진행 순서 (약 30분)

리크루터의 질문 > 직무 및 회사 설명 > 내 질문 > 인터뷰 프로세스 소개 > 비자 조건 관련 질문


첫 번째 인터뷰가 30초 만에 끝나버려서, 이번 인터뷰가 특히 긴장이 많이 되었는데, 친절한 리쿠르터 덕분에 조금은 편안하게 임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음성 통화로 약 30분간 진행이 되었고, 질문 내용은 평이한 편이었다. 자기소개, 해당 포지션에 관심 갖게 된 이유, 중국어 실력, 해당 도시에 친구가 있는지 그리고 외로움을 잘 견디는지 등이었다. 인터뷰 중간부터는 리쿠르터도 영어로 말하는 게 힘들었는지 중국어로 이야기해도 되는지 물어본 후 질문과 답변을 중국어로 진행했다. 사실 영어로 답변할 내용만 준비해서 즉석으로 중국어로 말하는 게 조금은 어려웠고, 오랜만에 중국어를 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 중간에는 영어랑 중국어를 섞어서 말해서 뇌가 오작동했다. 다음부터는 중국어로도 답변할 준비가 되어있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매번 깨달음만 얻고 끝나는 건 아닌가 이젠 슬슬 걱정도 된다...ㅎㅎ)


직무 및 회사 설명을 들은 후, 나는 주로 회사와 업무 환경에 대해서 질문했다. 오피스의 규모와 내가 소속될 팀의 규모, 한국인 직원 여부, 프로젝트 별로 PM과 협업하며 일하는 방식 등이었다. 해당 직무는 대부분 혼자 '한국'에 관련된 리서치를 진행하는 것이었고, 모든 회사가 그렇듯 이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인터뷰 프로세스 소개할 때는 이다음에 파이널 인터뷰를 General Manager와 진행할 예정이고 과거에 일한 경험과 내용, 회사에 기대하는 점 등을 물어보고 회사 소개가 다시 한번 진행될 거라고 안내했다. 친절하게 프로세스를 알려줘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다음 인터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준비하고 연습만 하면 되는데, 그게 늘 제일 어렵다. 내가 바보인 건지 그만큼 간절하지 않은 건지 잘 모르겠다.


나 스스로에겐 그리 만족스러운 인터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쿠르터가 다행히도 나를 좋게 봐줬고, 지난 인터뷰에서 깨달았던 점을 반영하여 '비자 발급을 위한 조건 중에 어떤 것들에 내가 부합하는지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그다음 단계인 관련 서류 제출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후에는 졸업증명서 등 요청받은 서류를 위챗으로 제출했고, 리쿠르터가 회사에서 고용한 비자 대행사와 여러 검토 끝에, 2020년 8월부터 비자 발급이 가능해서 이번에는 인터뷰를 더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회신을 해주었다. 정말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30초가 아니라 제대로 중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과 채용 프로세스를 겪어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Photo by Yasmin Dango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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