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과 소금산 출렁다리
오직 한 곳 만을 위해 가게 되는 여행이 있다. 뮤지엄 산을 목표로 원주 당일치기를 계획했다. 장거리 운전으로 가는데 막상 한 곳만 보고 오려니 아쉬워진다. 덧붙여 갈 곳을 알아보다가 소금산 출렁다리까지 알게 됐다. 마침 소금산은 뮤지엄 산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그렇게 뮤지엄 '산'과 소금'산'을 향하는, 원주 '산' 여행 일정을 완성했다.
드디어 뮤지엄 산에 오다니! 이곳은 아주 멀지 않아 꼭 한 번쯤은 갈 수 있겠다고 하지만, 아주 가깝지도 않아 계속 가겠다 생각만 하게 되는 곳이었다. 숙원을 이룬 기분에 주차장에서부터 설렜다. 뮤지엄 산은 구불구불한 관람 동선을 가지고 있지만 길을 잃지는 않는다. 마치 뮤지엄이 안내를 하는 것과 같다. 벽이 이룬 길을 따라가다 보면 왔던 통로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거기서 또 다른 갈래길로 가면 새로운 공간이 등장한다. 노출 콘크리트 벽으로 이뤄졌지만, 어느 곳에서나 유리창 너머 물과 숲이 보여 갑갑함이 없다.
공간의 변주도 이색적이다. 정원도, 뮤지엄 내부도 어디 하나 똑같은 곳이 없다. 노출 콘크리트와 돌이라는 동일한 소재로 통일감을 이루면서도 그 디자인은 제각각이다. 특히 하나를 꼽자면, 천장이 삼각형으로 뚫려있던 곳이 떠오른다. 삼면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고개를 젖혀 위를 올려다봐야 오직 삼각형 틀을 통해 그 모양 그대로 하늘이 보인다. 그 아래로 가운데에 마치 폭포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다. 바닥은 온통 돌로 가득 차 있다. 아주 고요한 그곳에서 발걸음 따라 부딪히는 돌 소리만이 울린다. 공간이 선사하는 어떤 장엄함이었다.
곳곳마다 감동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여름 뙤약볕에 조금은 지쳐 감히 제임스 터렐관까지 관람할 생각을 못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 일정인 소금산으로 떠난다.
소금산에 도착해 입장권을 구매하면, 큐알코드가 있는 손목띠와 산 근처 매점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증정한다. 등산을 위해 얼음 생수를 구입하기 딱 알맞다. 산으로 향하는 길, 매점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편이었고 곳곳에 새로 짓고 있는 건물들도 보였다. 등반하는 길은 나무 계단으로 편의를 도왔다. 관광산업 증진을 위한 지역구의 세심한 노력이 느껴졌다. 출렁다리까지 계단은 약 500여 개다. 얼마 되지 않는 높이지만 한여름에 오르려니 무척 힘들었다.
높은 공중에서 다리를 건너는 체험은 해외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어 반가웠다. 출렁다리 이름 따라 다리가 계속 출렁거렸다. 다리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어 보고 싶지 않아도 절벽 아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걷다 보니 다리가 살짝 후들거리고 무서웠다. 단체 견학 온 아이들 중 몇몇이 흥분하여 뛰거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그 스릴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니, 출렁다리가 막 개장했을 때는 다리에 빈틈없이 방문객들로 꽉 찼다고 한다. "그랬는데도 다리 안 무너졌어. 안심해." 하며 허허 웃으신 건 덤이다.
하산한 뒤에는 한 카페에서 앞서 받았던 쿠폰을 보태 빙수를 사 먹었다. 큰 대접 안에 딸기잼, 젤리, 떡, 팥 등 너무 여러 가지가 들어간 끔찍한 혼종이었음에도 목이 말라 술술 들어갔다. 한여름 무덥지만 즐거운 여행이었다. 얼마나 즐거웠냐면 가을에 단풍이 들면 또 오자는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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