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구미 감성 모르면 나가라

'밈'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수치심 극복하기

by 도나

“야 내가 이렇게 생겼다고?” 내가 찍힌 사진을 보고 내가 맞냐 묻는 이 모순된 질문은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결과물이다. 카메라를 들고 웃긴 자세까지 지어가며 찍어준 친구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어지고 만다. ‘인생샷’(인생에서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잘 나온 사진을 비유하는 말)을 얻기 위해 같은 각도의 사진을 몇 장씩 찍어본 적 있다면, 분명 공감할 상황이라 믿는다. 나의 이상적 모습과 사진 속 실제 모습 간 차이를 직면했을 때 말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적 자아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상과 현실 간에 괴리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이상적 자아상’에 가까워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런데 막상 이를 대놓고 드러내면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정 연예인의 매력적인 행동 양식을 따라 하는 사람들을 ‘ㅇㅇ병’이라 칭하는 것처럼 말이다. 미용실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예시로 연예인 이름을 말할 때 주변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소곤거리고, SNS에 사진을 올릴 땐 드라마틱한 변화보다 적당히 티 안 나는 보정을 선호한다. ‘이상적 자아상’이 되기 위한 노력은 치열하지만 비공식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의 대표 사례가 있다. 과거 ‘여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휩쓸었던 ‘자기 세뇌’이다. 닮고 싶은 연예인의 사진을 틈날 때마다 보며 마치 본인이 그 연예인과 닮았다고, 말 그대로 ‘자기 세뇌’를 하는 방법이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평소 이미지와 어느 정도 비슷한 연예인을 설정해야 한다. 이 세뇌는 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 정석이지만, 효과를 입증하는 후기가 많아지자, 타인까지 세뇌시키려 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자기 세뇌’용 사진이 개인 핸드폰 배경화면을 넘어, SNS 프로필 사진까지 침범한 것이다. 방법이 통할 리 없다. 연예인과 동일한 습관 하나라도 보이면 ‘ㅇㅇ병’이 되는 사회다. ‘자기 세뇌’ 관련 게시글은 캡처된 채로 현재까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돌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심리 전문가 브레네 브라운은 저서 <수치심 권하는 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비난이 만연한 원인을 이렇게 저술했다. 때때로 타인의 특정 행동은 자신의 두려움 및 수치심을 떠오르게 한다. 그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려 애쓰게 되는데, 그 노력은 남을 험담하고 다른 사람을 따돌리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방법으로 표현된다. 타인의 수치심과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면, '나는 그런 사람과 다르다'라며 편을 가르거나 비난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데 필요한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신 밈(meme)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추구미’란 ‘추구하는 미(美)’의 줄임말로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나 모습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신조어다. 앞서 말한 ‘자기 세뇌’, ‘ㅇㅇ병’은 ‘이상적 자아상’을 숨기다 들킨 반면, ‘추구미’는 들키기 전에 내가 먼저 드러낸다는 차이점을 가진다. 그래서 보다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사용된다. 자조적 태도가 내포된 ‘도달 가능미’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추구미’의 반대말로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가 성사되진 않았지만 현실에 수긍할 수 있는 이미지’를 의미한다. X(구 트위터)의 한 게시글은 배우 김고은을 ‘추구미’, 영화 <범죄 도시> 시리즈의 캐릭터 ‘장이수’를 ‘도달 가능미’라 불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상적 자아상’을 드러냈을 때 받는 조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우린 아직 ‘도달 가능미’라는 방패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그래도 사람들이 처음으로 자기 이상향을 긍정적으로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 같아 기쁘다.



#일상비평 #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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