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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Feb 08. 2019

당신이 옳다

대학에 진학할 때 중학생 시절부터 선망해왔던 건축을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나는 대학에서 배우고 싶은 것이 두 가지 더 있었다. 하나는 연극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학이었다.


연극에 대한 꿈은 이탈리아에서 이루었고, 심리학은 아직 이루지 못한 열망이다. 내가 선택한 대학에는 안타깝게도 심리학과가 없었고,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심리학 개론'이라는 교양 수업이 다였다. 대신 가끔 손에 집히는 대로 가벼운 심리학 서적들을 읽어왔고,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상담받은 것 같다는 얘기를 간혹 듣기도 했다.


오늘 집어 든 책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님의 신간 '당신이 옳다'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선생님의 지명도 덕분이기도 하지만, 제목 덕분도 클 것이다. 모두가 굶주렸던, '당신이 옳다'라는 말. 한 때 위로와 치유가 사회를 휩쓸었듯, 우리는 이제 '네가 옳아'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만큼 삶의 방향을 잡기가 어렵고, 칭찬과 동의가 인색한 사회라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비판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댓글 워리어들이 사람을 잡고, 명절이면 지적질과 훈수 두기에 바쁘고, 하다 못해 아기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중 하나가 '안돼'이니 말 다했다. 반성해보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나도 칭찬보다는 부족한 점을 많이 얘기했던 듯하다.


또한 진리가 하나라고 생각하는 단선적인 사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정해놓은 일정 나이, 일정 관계, 일정 재화의 기준을 따라가지 않으면, 무엇이 잘못된 듯 모자란 사람인 양 취급당하기 쉽다. 일반적인 것을 절대적 진리이자 유일한 진리인 줄 착각하고, 스스로 진리의 전사가 되어 사정없이 타인에게 검을 휘두른다. 그 난도질에 수많은 이들의 심장이, 손과 발이 잘려 나갔다. 그러나 세상 여기저기의 다양한 사회를 경험해 보니, 진리라는 것이 변하기도 하고 여럿이기도 하더라.



당신이 옳다.



그러니 웬만해선, 당신이 생각한 것도 옳다. 당신이 생각한 것만 옳은 것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한 것도 옳다. 그 생각이 타인이나 사회를 해치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될 것 없다. 그러니 당신의 그 결정에 조금은 믿음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2019.02.08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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