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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Feb 18. 2019

책놀이 공간 따띠 #09

공공 프로젝트의 가치

공공 프로젝트는 대게 불리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그 첫 번째가 예산의 문제이고, 두 번째가 추진 주체이다. 예산이 넉넉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온갖 재주와 인간관계를 동원해야 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공공 프로젝트는 관여하는 사람이 많다. 소위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사람들인데, 100이면 100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이 생각을 모으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이 공공 프로젝트가 가치 있다 생각하는 지점은 하나를 잘 만들어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 프로젝트의 경우 대게 한 두 명의 클라이언트를 위한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 관점이나 취향의 차이가 크면 이 일 역시 마찬가지로 괴롭기 마련이지만, 대게 클라이언트도 사전 조사를 하고 본인 스타일의 건축가를 찾기 마련이라 어느 정도 상호 이해가 된 상태로 온다. 그런 1명 내지 2명의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하는 건축의 경우 방향을 설정하기가 훨씬 수월하지만, 대신 그 결과물을 누리는 것은 자본을 가진 소수에 국한된다. 그에 반해 공공은  다수가 그 공간을 향유할 수 있다. 그리고 대게 그 공간은 높은 퀄리티의 공간 또는 디자인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기에 지기에 더욱 의미를 가진다.


이기섭 선생님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눈 대화 중에 하나는 북유럽의 공공시설들이 최고의 디자이너들의 작업들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대중이 쓰는 그 시설들이 최상의 퀄리티로 만들어지니 다수가 좋은 것을 누릴 수 있게 되고, 자연스레 대중의 눈높이와 취향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는 얘기였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만드는 공간도 강원도 양양이라는 다소 소외된 지역의 친구들에게 양질의 디자인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좋은 퀄리티의 공간, 디자인, 마감이 될 수 있도록 그 안에서 무척이나 노력을 기울였고, 사비를 털어 소품 하나도 신경을 써서 마련했다. 마음을 담은 선물이었다.


다른 한 축은 공공 프로젝트를 발주 및 관리하는 기관에 대한 생각이다. 기관은 건축가나 디자이너를 선정할 때 높은 기준으로 선정을 하되, 선정된 이후에는 충분한 자율권을 주길 바란다. 건축가가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을 때, 훨씬 좋은 작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다른 공공 프로젝트를 할 때 프로젝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수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디자인을 바꾸는 상황을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자연히 프로젝트 전체의 퀄리티가 떨어졌다. 뼈 아픈 기억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공공 프로젝트라 하여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는 당부이다. 많은 공공 프로젝트들이 재능 기부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일을 해 줄 것을 요구한다. 나는 이것에는 반대한다. 많은 젊은 친구들이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데, 이는 결코 옳지 않다. 선한 일을 위한 과정이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절대 바른 방향이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에 대한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다.


어쨌든 공공 프로젝트의 가치를 믿는 사람 중 하나로써, 공공 프로젝트야 말로 가장 훌륭한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하기를 바란다. 정부나 기관은 그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고, 스스로의 안목을 키우고,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 진행 과정 중 누구도 희생되지 않는 선한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내길 바란다.


그 과정을 통해 행복한 이들이 늘어나길, 우리 도시가 풍요로워지길 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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