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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eader Apr 02. 2024

잡초에게 안부를

옥상 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논에서 잡초를 뽑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와 한 논에 살게 된 것을 이유로

'잡'이라 부르기 미안하다.

     

판화가 이철수 씨가 작품과 함께

풀어낸 글귀인데,

저는 오래전 박웅현 님의 도서를 통해

접했던 기억이 있네요.

인간에게 쓸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잡초'란 이름을 얻게 된 풀의 입장을

참 따뜻하게 헤아려준다, 는 해설마저

훈훈했습니다

 

"나는 잡초처럼 보잘것없는 인생 같다, "

누구나 이런 생각에 우울해질 때가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잡초 역시 자신의 인생에선

스스로가 주인공 아니던가요?

다른 사람의 시선 말고 나의 시선으로,

적어도 나는 나를 주인공 시켜줘야죠.

우리가 현빈도 송혜교도 아닌데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주인공으로

주겠습니까.



쉼 없이 돌아가는 방송시계맞춰 살다 보면

참 자주 나를 잊곤 합니다. 

남들 주인공 시키느라 더 그랬죠.


방송작가들은 짧은 오프닝ㆍ클로징 몇 줄로나마 세상을 향해 위로와 안부를 합니다.

어떤 날은 마감 시간에 놀라 맹물 같은 글들을

허겁지겁 구겨담기도 했을 테지만

찰나의 순간에도 손가락 끝엔

진심이 묻어있었을 겁니다.


노트북 속 파일들을 펼치면

너무 오래되어 내가 쓴 게 맞나

가물가물 낯선 멘트들도 보입니다.

그 시절 세상에 뿌렸말들이

사실은 당시 저에게 필요했던 

위로이기도 했을 겁니다.

미처 배려하지 못했던 무대 뒤 동료들을 위한

사심도 담았을 테죠


그대도, 

나도,

오늘 수고했습니다.

이 말이 뭐 그리 어렵다고요.


https://youtu.be/lnre7tFfKx4?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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