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reader Nov 24. 2022

당근에서 만난 수험생들

10대들에게 안부를 묻다.


수능이 끝나면 '당근'은 수험서 장터가 된다.

기숙사 생활 중인 아이가 부탁한 교재 일부를

당근을 통해 구해왔다.


물건을 받으러 가보니

판매자가 모두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다.

재수를 한 탓인지

그간의 고단함이 유독 눈에 밟히는 한 남학생.

십수 년 참 애썼다 토닥여주며 코끝이 찡해졌다.

맘이 약해져 책값에 용돈을 좀 더 얹어주니

책보다 값을 더 치르는 꼴이 돼버린다.

이럴 거면 중고장터를 왜 찾았던가.


그냥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이 너희들의 그 애씀을 안다고.

너희를 응원하는 많은 어른들이 있다고.


돌아오는 길,

그 학생이 빠진 게 있다며 다시 연락해 온다.

차를 되돌리니 시중에서 못 구할

대치권 학원 전용 교재를 얹어준다.

이걸 가지러 집까지 달렸던 건지

헉헉대고 있었다.

마음 주고받는 법을 벌써 아는 스무 살.

아이의 얼굴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세월호에서 이태원으로 이어진

청춘들의 비극 이후

학생들을 보면 자꾸만 울게 된다.

교복 입은 아이들은 눈물 버튼이 돼버렸다.

아이의 기숙사로 보낼 책들을 박스에 담다가

 어떻게 다 풀어낼까,

절로 짠해지는 마음.

BTS보다 블랙핑크보다

1타 강사 현우진ㆍ강민철을 더 신봉하는

지금의 삶이 언젠가 보상받을 거라는

확신의 말도 줄 수 없다. 


숱한 사고들을 겪으며 아까운 청춘들을 잃은

이 땅의 슬픔 탓일까.

나중에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한지

10대들의 안부를 자주 묻게 된다. 

적어도 그런 어른이 되어줘야 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