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는 언제나 옳다'라는 말을 회사 대표님에게 들었다. 그래서 연말을 맞이하여 회고를 쓴다. 혼자 간직할 수도 있으나, 일종의 선언 효과를 위하여 브런치에 올린다.
버리자
평소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신문기사를 보다가, 커뮤니티에서 좋은 글을 읽으면,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괜찮은 인사이트를 들으면 항상 메모를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하루에 5-6 건씩 스크랩 목록이 쌓이니 나중에 이를 분류하고 별도의 공간에 저장하는 일 자체가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한 달 두 달 쌓이다보니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낭비되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냉장고에 먹지도 않는 냉장·냉동 식품을 가득 쌓아두면 전력량 소모가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할 일 목록도 굉장히 많았다. 차마 보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잡다하다. 그 중에 아침 루틴도 5~6개나 될 정도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루틴을 읽고 시작하는데 하다보면 즐겁지가 않고 의무적으로 하는 기분이 들었다. 충족감 또한 떨어졌다. 루틴을 하느라 정작 중요한 그 날의 일은 뒷전으로 미뤄지기도 했다.
그래서 간결하게 정리했다. 아침 루틴만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변했다.
1) BEFORE
월요일 :
말하기, 코어 운동
화요일
말하기, 영어, 글씨, 운동
주말 아이들과 나들이 계획
수요일
말하기만 하고 출근
목요일
말하기, 영어, 글씨, 운동
커뮤니티에 글 쓰기
금요일
말하기만 하고 출근
주간 회고
다음 주 계획 세우기(회사 & 개인)
토요일
말하기, 영어, 글씨, 운동
유튜브 콘텐츠 올리기(아침에 기획, 저녁에 촬영 및 업로드)
일요일
말하기, 코어
백로그 시트 보기
2) AFTER
일주일 루틴 개요
- 월 수 금 일 : 말하기 연습
- 화 목 토 : 말하기 연습, 글씨, 영어, 운동
대중교통은 지하철을 타자
한 번에 가는 게 좋아서 택시나 버스를 탈 때가 있었다. 짧은 거리라도 지하철은 내려갔다 올라와야 되는 허들이 있고, 특히 환승을 할라치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하는 시간을 더 활용하기 위해 책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어지러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흔들리는 느낌이 지하철보다 더 강하다보니 오히려 머리가 아파서 집중하지 못 하고 창 밖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지하철을 탄다. 그리고 이동시간을 깨끗한 정신으로 보내기 위해 읽을 거리를 챙긴다. 뭔가 손에 쥐어주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현상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읽을 거리는 꼭 2가지를 챙기게 되었다. 한 가지는 보다보면 질려서 또 스마트폰으로 손이 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게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넘겨본 페이지 숫자를 보면 꽤 놀라게 된다. 30분 밖에 안 지났는데 페이지가 30-40 페이지 정도는 충분히 넘어간다. 반대로 그 시간동안 스마트폰을 했다면 머릿 속에 남은 게 하나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공허함에 사로잡힐 것이다.
3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람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다. 특히 한 자세로 오래 있다보면 몸도 굳어지기 마련이다. 육체와 정신을 권태감에서 깨우기 위해 내가 설정한 시간은 30분이다. 타이머를 세팅해놓고 30분이 지나서 알람이 울리면 하던 일을 일단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내가 루틴으로 하는 닭 운동(Brill Chicken)을 하면서 굳은 몸을 풀고 머리를 식힌 다음 다시 앉는다.
원래 뽀모도로 타이머라고 하여 일정한 시간을 하나의 업무 단위로 묶는 개념이 있는데, 보통 30분을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듯 하다. 시간 설정은 개인의 자유겠지만 요지는 효율이 떨어지기 전에 강제적인 시간 분절을 통해 머리를 깨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하자
내가 가장 못 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백로그에 적어놓았던 '할 일'들은 항상 몇 달이 지나도록 그대로였다. 마감기한이 있어야 어떻게든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5분 이내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해버린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문의가 들어왔을 때 소요 시간을 대략 가늠해보고 오래 걸리지 않거나 당장에 간단한 대답이 가능하면 바로 답변을 하는 식이다. 나는 이럴때 이걸 하나의 업무로 생각하여 '업무 시트'에 다시 적고 있었다. 나중에 하려고 일단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자체도 하나의 일일 뿐만 아니라 업무가 지연되는 데 일조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설령 오래 걸릴 듯한 일도 일단 들어가서 대략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컨설팅을 앞두고 고객이 자료를 사전에 전달한다고 하면, 자료를 꼼꼼하게 읽고 피드백을 작성하는 건 당연히 많은 시간이 들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준 자료에서 특이사항이나 분량 정도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하자! 일단 들어가보자! 이런 마음을 먹게 되었다.
결핍에서 성장을 찾지 말자
최근에 모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께 이야기를 들었다. "결핍에서 성장을 찾아봤자 악순환이다. 충족에서 성장을 즐겨야 한다." 그 분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게 더 의미가 있겠다.
"저는 토니 로빈스의 세미나를 다녀왔습니다. 거기에서 사람이 가지고 있는 6가지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본인에게 있는 '한계 신념'을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일단 6가지 욕구부터 설명 드리면 Personality Needs에는 두 가지 조합이 있습니다. 'certainty 와 variety', 'significance 와 love and connection'. Spirit Needs 에는 한 가지 조합이 있습니다. 'growth 와 contribution'.
그 중에서도 저를 옭아맸던 건 'significance' 였습니다. 나는 부족하니까 계속 성장해야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성과가 나와도 충족감이 안 들더라구요. 그런데 지금은 'love and connection' 으로 방향을 틀었고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지금은 매 순간을 충만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내가 부족하다는 전제에서 성장을 하려고 하면 스스로 부정적인 에너지에 사로잡혀 막상 중요한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는 이야기다.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고 저걸 그저 할 뿐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졌을 때 중요한 에너지를 그대로 목표에 넣을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종교적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는 부족하니까 더 커야 해' 가 아니라 '나는 지금 이대로 충분하고 목표를 향해 그저 해 본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