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매거진은 1978년 성일 고등학교 1학년생 8명이 재미로 시작했던 ZION 남성 합창단의 이야기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40년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는지 ZION 동문들의 희로애락을 담으려 한다. 좋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도록 ZION동문들의 도움을 부탁하고 싶다.
1978년
Zion 남성 중창단 창단(성남시 고교 최초) 창단 주도자 / 김장원(B2)
現 (주)엔피 엠택 대표이사
원년 멤버(8명)
T1 이종범 / 이우수 T2 안용환 / 홍선영(?)
B1 이학수 / 윤동준B2 김장원 / ○○○(?)
원년 최종 멤버(6명 / ZION 1기) T1 이종범, T2 이승구, 김용대,
B1 이학수, 윤동준, B2 김장원.
2011년 1월
17세부터 49세까지 32년, 그중 28년은 지휘자 생활을 하면서 중창, 합창 활동을 했다.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2011년 1월, 지휘도 합창도 일시에 손을 놓았다. 다시는 악보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는 다짐을 시작으로 노래방도 멀리했던 시간이 7년이다. 물론 곡절이 있었기에 그런 결단을 했었는데 인생은 생각처럼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보다.
2018년 1월.
우연히 코치 교육을 받으면서 세계 유일의 코치 합창단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후배의 연락이 왔다.
17세 빡빡머리 고교 1년생 시절 만들었던 ZION 합창단이 40주년 연주회를 한다는 후배 지휘자의 연락이었다. 해마다 정기 연주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았는데 대뜸 하는 말이 “형님 이번 40주년 연주회에 지휘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었다.지휘를 놓은 지가 언제고, 그동안 노래하지 않아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악보를 보는 눈도, 음을 타는 리듬감도, 오십 견이 와서 어깨도 성치 않은데……
어느 것 하나 정상이지 않은 지금, 지휘를 하라는 건 너무 어려운 주문이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극구 사양했지만 후배들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연주회 시간은 다가오고, 후배들은 포기하지 않고, 연주회를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이 지휘를 수락했다. 그때부터 밤잠을 설친다. 꿈에서도 노래를 하고 지휘를 한다. 하루 온종일 잃었던 감각을 찾아오려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2018.3.17(토) 성남아트센터 콘서트 홀 / 40주년 연주회가 시작되다.
이번 연주회는 총 4명의 지휘자가 서로 다른 유형의 합창을 지휘하는 “4인 4색”을 콘셉트로 하는 특별한 연주회다.
1부(성가곡/ 김세일 상임지휘자 / ZION 10기) ) 연주가 끝나고 2부 순서가 되었다.
2부는 아카펠라 합창으로(이종범 지휘 / ZION 1기) 반주 없이 목소리만으로 연주하는 쉽지 않은 콘셉트이다.
반주가 있는 합창은 살짝 틀려도 반주 소리에 묻어갈 수 있지만 아카펠라는 틀리는 순간 소리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들키기 쉽다. 숨 조차 맘 놓고 쉴 수 없을 만큼 조심스러운 것이 바로 아카펠라 합창이다. 뿐만 아니라 아카펠라 합창의 경우 전반적으로 소리가 무겁기 때문에 자칫 원음으로 시작된 합창이 곡의 후반부쯤 이르면 반음에서 크게는 한음 이상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지휘자는 물론 단원들도 초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합창이다.
반면에 남성의 목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표현하는 도구 중 하나다. 때문에 아카펠라 남성 합창은 다른 합창에 비해 남성의 힘과 포근하게 느껴지는 감미로움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드디어 지휘 석에 자리를 잡고 35명의 합창 단원 앞에 마주 섰다.단원들은 지휘자인 나의 손 끝과 나의 눈을 집중하고 있다. 지휘가 시작되면 곡이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다. 호흡을 고르기 위해 단원들과 호흡을 일치시키기 위한 사인을 주고받는다. 잠시간 침묵이 흐른다.
나는 반주자를 향해 곡의 첫 음을 달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아름다운 남성의 합창 소리가 분당 아트 센터 콘서트 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중략)
그렇게 시작된 2부가 모두 마쳐질 때까지 나의 신경세포는 연주에 집중되고 있었다. 그런데 각 곡의 엔딩 부분에서 예전에 지휘할 때 나타나지 않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손끝의 강한 떨림이었다.
아무리 안정을 취하려 해도 곡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엔딩 부분을 요구하는 지휘의 손 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 오랜 기간 지휘를 하지 않다가 다시 했기 때문에 몸이 반응하는 현상이었다. 나는 그렇게 떨리는 손끝을 단원들에게 노출한 채 내게 주어진 역할을 매듭지으며 2부를 끝냈다.
이어서 3부(고교 재학생 / 김정희 성일고 음악교사), 4부(민요와 가요 / 이인학 서울시립대 음악과 교수 / ZION 7기) 연주까지 공식적인 연주 곡이 끝나고 마지막 이벤트만 남겨두었다.
그것은 선 후배 모든 ZION 동문들과 함께하는 합창으로 당일 날 즉석에서 부르는 전통 합창 2곡을 지휘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마지막 2곡을 지휘하기 위해 또 한 번 지휘석에 서야 했다.
1. 평화의 기도
Zion선, 후배들이 함께하는 아카펠라 즉석 합창
2. 보리밭
연주회에 참석한 회중들과 함께하는 엔딩 합창
역시 손끝은 떨렸다. 하지만 마음은 편했다. 두 곡을 끝으로 40주년 연주회가 끝나니까......
창단 40년!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은 기간을 이어왔다. 빡빡머리로 만났던 ZION 합창단 동문들의 얼굴에서, 머리에서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ZION 동문 들 중엔 성악가와 목회자들이 다수 배출되었다. 특이한 것은 지나온 40년 동안 성일 고등학교 ZION 합창단 출신만으로 팀을 구성하였다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이와 같은 전통이 계속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나온 40년의 저력으로, 향후 40년을 더 이어갈 수 있다면 인간의 일생이라고 평하는 창단 80년 연주회도 가능할 것이다.
대한민국 합창단 역사에 기록되는 남성합창단을 꿈꾼다면 착각일까?
후배들의 열정이 그러한 꿈을 실현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40년 전 성남시는 지금의 성남시가 아니었다. 거칠고 투박했던 황무지 같은 땅에서 작은 중창의 씨앗 하나가 떨어져 심긴 것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지낸 시간이 40년이다.
나는 후배들의 열정과 끈기를 믿는다. 그들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