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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y Jan 31. 2022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고 바뀐 사소한 습관들

정말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변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나의 모든 경험들이 인사이트가 된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더 알아가고 싶어졌다. 물론 IT 일을 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생활 속에서 고객이 되어볼 때야말로 행동과 생각에 집중하면서 영감을 얻는 부분들이 많았던듯 하다. 오늘은 그 조각들을 모아보려고 한다.



질문이 많아졌다.

최근에 카카오 헤어샵을 통해서 동네의 새로운 미용실에 다녀왔다. 사람이 많지 않은 미용실에 첫 손님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직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되려 나에게 묻더라. 그래서 카카오 헤어샵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방문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 헤어샵이 몇 번째에 노출되었었는지, 어떤 기준으로 찾게 되었는지 말씀드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이어 나갔다. 카카오 헤어샵으로 들어오는 예약이 많은지? 네이버 예약으로 들어오는 예약이 많은지? 창구를 늘리게 되면 관리 포인트가 많아서 어렵지는 않은지? 수수료는 어디가 제일 높은지? 그래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내내 현업자의 이야기와 업주로서의 감정선 등을 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고, 주로 잡지로 때웠던 머리하는 시간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꽉꽉 채우는 느낌이었다.


또 네일 아트를 동네에서 찾을 일이 생겨 당근마켓의 내 근처 기능을 사용해서 네일아트 가게를 찾았다. 지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전화를 걸어 '당근 통해서 연락드렸어요~'라고 말씀드렸고, 할인된 가격에 네일아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 같이 당근마켓을 통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는지? 주로 어느 채널을 통해 사람들이 찾아오는지? 내가 후기를 당근마켓에 올리면 도움이 될 것 같은지? 등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광고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어떻게 손님들을 관리하는걸 더 선호하는지 알게 되었다.


모든 현장이 그들의 생업이고, 생업의 가까이엔 IT가 있었다. IT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 디자인일을 하고 있다 보니, 내가 고객이 되는 순간들이 UT의 현장처럼 느껴진다. 내가 서비스를 받는 그 시간 동안 고충도 듣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점들은 없는지 한 번 더 고민해보는 시간이 재밌다.



그래서 문제가 뭔데? 를 묻기 시작했다.

엄마가 회사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서 털어놨을 때였다. 원래 같으면 딸로서 '그랬어~ 그랬구나~' 하고 들어주던 나였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일에 익숙해져서인지, 엄마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진짜 고민은 엄마가 처음에 말했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더 근원적인 문제를 찾기 위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 문제에 대해서 상사한테 이야기해 봤어? 그랬더니 뭐래? 그랬더니 돌아왔던 액션은 어떤 거였어? 그럼 왜 이런 불만이 생기게 되었을까? 라며.. 좋지 못한 딸의 자세로 문제에 몰입하게 되었다. 엄마는 조금 바뀐 딸의 태도가 신기했는지 대화를 이어나가다 어른스러워졌다며 내 태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누군가 내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예전엔 그저 들어주는 좋은 리스너였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았다. 그것이 그 고민을 늘어트려놓는 이가 원하는 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두 가지로 분류해서 생각해보려 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상대가 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내가 들어주는 귀가 되어주길 원하는 것인지. 문제 해결에 대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묻는다. '자 그래서 여기의 진짜 문제가 무엇일까, 같이 찾아보자'라는 태도로 지금 말하고 있는 문제를 더 뾰족하게 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질문의 질문을 하다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그 문제가 실제 문제가 아닌 사례가 많았다.


문제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는 직업을 가지다 보니 생활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때 문제를 뾰족하게 만드는 습관이 들게 되었다. 좋은 점도 있지만 가끔은 그냥 들어주길 원해서 말하는 것도 있다는 걸 잊지말자.



지나가다 마주하는 모든 워딩, 나도 모르게 하는 행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앱을 사용하거나 사이트에 들어갈 때 푸시 메세지, 알림에 쓰인 워딩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요즘 UX 라이팅에 대한 온도감이 많이 올라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말 사람이 말하는 것 같이 잘 써주는 사이트를 만나면 그야말로 한 장 한 장이 레퍼런스고 인사이트가 된다. 이 한마디 한마디를 정말 많이 생각하고, 사용하는 사람을 고려해서 썼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사용하다 보면 추적 동의 문구 팝업을 종종 마주한다. 매번 앱을 실행하거나 처음 깔았을 때 마주하게 되는 팝업들인데 어떤 팝업에서는 내가 허용을 누르고 어떤 팝업에서는 내가 허용하지 않음을 누르는 것이다! 허용을 누른 순간 멈춰서 생각했다. 방금 무엇 때문에 내가 허용을 누른 거지? 어떤 문구가 기억에 남았지?라고 생각하며 그 화면을 캡처한다. 나도 모르게 허용 버튼을 누른 그 장면에 멈춰서 생각해보면 빠른 시간 안에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다.


앱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이 만든 프로덕트를 대하는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다. 메이커의 입장이 되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핸드폰의 앨범이 앱 화면으로 꽉 차는 그 경험에 대해서..!




내가 쓰거나 만든 화면이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되고 영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것을 많이 보고 그것이 왜 좋은지 습관처럼 분석하다 보면, 내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 또한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만한 좋은 화면 좋은 경험을 선사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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