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의 책들을 글로 기록해 봅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내용들을 보면 사진으로 찍어둔다. 이번 주말도 어김없이 카페에 앉아 있다가 내 사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진첩을 열였다. 군데군데 있는 책 사진들이 눈에 띄어서 다시 한 번씩 찬찬히 읽어봤다. 당시 기억이 떠오르는 것도 있고 왜 이걸 찍어뒀는지 당최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원래 기분이란 게 그런 것이니까, 그냥 그땐 그랬구나 싶은 생각이 들뿐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곧 지워질 가능성이 크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다 지워져 있을 수도 있고.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 모르는 사진들을 글로 정리해 본다.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다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끌림>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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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일방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완전히 이해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면 아무리 늦었다 해도,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건 분명 사랑인 거다.
<혼자의 발견> / 곽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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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상사가 술이 거나하게 취한 채로
"너는 왜 술자리에서조차 너를 놓지 않니?"라고 물었다.
그때 나는 "왜 저를 놓아야 하는데요?"라고 되물었다.
긴장을 풀고 형식을 벗는 일은 회사에서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어필할 수 있다고 상사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순간, 놓고 싶지 않은 것까지 다 놓게 될 수도 있는 게 조직생활이라는 것을 구태여 나의 체험으로 증명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사실은 서로의 진짜 모습이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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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주일에 네 번, 숨이 턱까지 찰 때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은 단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다. 몸의 여러 부위에 꼭 필요한 근육을 만들어두는 것이 나에게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멋져 보이기 위해 값비싼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의 자유, 세상의 맛있는 음식들을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침대 위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자유.
그러므로, 근육은 자유다.
<마음의 주인> /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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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내공을 닦은 사람의 사소한 습관을 엿보게 될 때마다 새삼 깨닫는다. 고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을 행하는 자가 아니라, 누구나 아는 일을 가장 자연스럽게 행하는 자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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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따뜻한 말을 잘 들려주는 사람은 스스로에게도 그 말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건네주는 따뜻한 이야기는 마음에서 절로 돋아난 것이 아니라 그들 내부의 따뜻한 무언가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배출된 열과 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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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로 살았지만
정면으로 '나'를 마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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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다음과 같은 테스트로 나의 친지들을 시험해본다. 즉 당신들 중의 누가 무릎 위를 깁거나 또는 두어 번 박음질을 한 옷을 입어볼 용기를 가졌느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옷을 입으면 자신의 앞날이 망쳐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떨어진 바지를 입기보다는 차라리 다리가 부러져 거리를 절룩거리며 걷는 것을 택할 것이다. 한 신사의 다리에 사고가 생기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 비슷한 사고가 그의 바짓가랑이에 생기면 치료 방법이 없다. 그는 무엇이 진실로 존경할 만한 것 인가보다는 세상 사람들이 존경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더 염두에 둔다.
... (중략)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할' 그 무엇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그 무엇, 혹은 차라리 자기가 '되어야 할' 그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옷이 아무리 남루하고 더럽더라도 새 옷을 사서는 안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 사샤 세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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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죽음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죽음을 통해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무언가의 부재를 겪지 않고는 그것의 진짜 가치를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헛발질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속죄하지 않고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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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모호함을 허용해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믿음을 유보해야 한다. 불확실성 때문에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게 된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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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한 번에 되지 않는 사람> /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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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사는 건 분명 가치 있는 일이지만, 다시 돌아오지 못할 젊음을 무언가를 위해 준비하는 것만으로 다 써버린다면 그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이 꼭 고달플 필요는 없다. 아프지 않아도 청춘은 그 자체로 빛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