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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Nov 07. 2021

할 수 있다. vs 알고 있다.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기는 한데 잘하고 있는 건가? 이게 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선 정도는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하고, 또는 분명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군가에게 설명하려면 맘처럼 머릿속 생각이 말로 대체되지 않아서 당황스러워지는.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역시나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고, 할 수 있는 것과 알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차이는 쉽게 메워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경험의 유무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시도나 실행을 하기까지가 쉽지 않지만 일단 그 문턱을 한 번 넘고 나서부터는 다른 기준이 생기게 된다.


일단 해봤고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면 다음은 잘할 수 있는가로 넘어간다. 그냥 할 수 있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로 인해 차이가 발생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실 어느 정도가 잘하는 것이냐 하고 되묻는다면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사정에 따라 상대적이지 않을까.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그것으로 이루려던 목적을 달성했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그 목적을 잘 정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일시적인 결과만으로는 잘한 것일 수 있으나 조금만 멀리 보면 전혀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잘하면 잘 아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이 둘에도 분명 차이가 있다. 물론 알아야 할 수 있고 잘 알아야 잘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말로는 지식 또는 경험의 체계화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가끔 무언가를 설명할 때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아직은 내가 잘 알지는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말로 하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글로 작성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긴 하다.


물론 글은 말보다 실시간성이 떨어지고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참고하거나 작성할 시간적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 다시 주워 담지 못하는 말에 비해 얼마든지 미리 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그래서 글은 말이 되기 위한 준비단계로써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비슷하다. 그게 무엇이 됐든 머릿속에 있는 많은 것들을 정제해서 체계화시키고 다시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그렇게 자리를 잡아야 말로 나올 때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생각으로만 정리하려면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글로 정리하다 보면 예상외로 금방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한 번에 끝내지 않고 다시 생각하고 글 또는 말로 정리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은 더 나아지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혹시나 해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아는 것이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알지만 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고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정확히 해보자면 단순 아는 것보다는 하는 게 중요할 수 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잘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어느 한쪽을 우선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론과 실전의 관계와 비슷할 것도 같다. 이론이 없는 실전은 한계가 있고 실전 없는 이론은 무용일 뿐이기 때문이다.


분명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반면에 잘 알고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학교처럼 체계적으로 배우는 게 아닌 실전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겠다지만,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이제는 잘 알아야 하는 시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하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실천이 잘 되지 않기도 해서 항상 답답함을 끌어안고 있다. 그 흔한 핑계처럼 할 건 많고 시간은 없는 이유이긴 하지만 그렇게 핑계만 대고 있기에는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다. 약간의 자기반성과 질책을 담아서 글을 남겨본다. 이제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잘 알아야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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