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어둑해지는 시간, 자연스레 창문을 열고 하늘로 시선이 갈 때가 있다. 마치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위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 것처럼,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그런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숨을 크게 쉬어본다.
찬 기운이 얼굴에 먼저 느껴진다. 그리고는 곧 들숨에 찬 공기가 몸 구석구석 깊은 곳까지 들어와서 머물렀다가 날숨에 왔던 길을 다시 천천히 돌아나간다. 내 속을 차갑게 식히느라 따땃하게 데워진 채지만 이런 날숨 하나에 여러 마음들이 같이 담겨 나간다.
내가 마주한 밤하늘에는 이미 이 밤을 먼저 지나간 누군가의 마음들이 가득하게 담겨 있다. 그 수가 셀 수 없이 많을 테니 사람이 밤에 감성적으로 변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다 싶다.
같은 이유에서 일까 어둑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 똑같아도 그 느낌만큼은 매번 또 다르다. 슬픈 생각이 들 때면 누군가의 슬픈 마음들을 좀 더 많이 품고 있겠구나 하고, 괜스레 기분이 좋아질 때면 즐거운 마음들을 좀 더 품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이 밤을 곧 마주할 누군가에게 마음을 가득 담아 전해 본다. 다음의 그 누군가는 어떤 느낌을 받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