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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Aug 21. 2022

 마음만 앞서는 (feat. 프리랜서강사의 첫 특강)

문화센터 글쓰기 강사입니다



“혼자 다녀오세요.”

 함께 나서기로 한 남편이 갑자기 말을 바꾼다. 오늘은 문화센터에서 강좌를 하는 날이다. 운전을 시작한지는 꽤 됐지만 아직도 서툰 나를 위해 남편은 기사를 자청하고는 한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플 것 같다며 혼자 다녀오라는 것이다. 남편은 장이 약해서인지 차만 타면 화장실을 찾는 습관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집을 나서는 나에게 남편은 순환도로를 이용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순환도로를 통하면 돈은 나가지만 훨씬 편하게 빨리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차에 오르고 나니 하이패스 잔액이 모자라다는 안내음성이 나온다. 급하게 집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가 숨도 안 쉬고 카드 충전을 부탁했다. 바빠 보이는 내 모습에 편의점의 직원이 신속하게 카드를 충전했다. 그런데 결제를 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를 본 직원의 눈빛이 떨린다.

“충전은 현금만 되는데요.”

 이미 카드에 충전은 해 버린 상황, 나에게는 현금이 없었다. 둘 다 당황한 나머지 계산대 앞에서 정적이 흘렀지만 직원이 혜안을 냈다. 직원의 개인 계좌로 이체하면 알아서 현금을 채우겠다고 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꺼냈는데, 평소에는 잘만되던 인터넷뱅킹도 오늘따라 느리기만 하다. 시간에 여유 없이 나온 터라 시간이 지체될수록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간신히 직원의 계좌에 송금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남편이 알려준 도로에 들어섰는데, 출근 시간대라 도로에는 차 너무 많았다. 마음은 급한데 문득 ‘오늘 강좌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불안함에 지난 밤늦게까지 정리한 자료를 떠올려봤지만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남편의 예민한 장이 옮은 듯 뱃속이 울렁거리고 목이 마르다. 그러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놓쳐 타야할 차선을 놓치고 말았다. 뒤에서는 빵빵 클랙션을 울려댔다. 번뜩 정신을 차리고 운전대를 꼭 붙잡았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해서 무사히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강의 도중 우연히 지금 듣고 있는 강좌에 대한 감상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엄정한 비판을 각오했지만 의외로 너그러운 평가를 받았다. ‘어설프지만 열심히 한다’는 말에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오늘 하루의 시작도, 강좌 진행도 마음만 앞서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준비한 강의 자료가 생각보다 미흡해서 식은땀도 흘렀다. 게다가 다음 주는 마지막 강의라 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이미 두 분의 수강생은 내가 문화센터에서 처음으로 특강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내세울 경력도 작품도 없는 내 특강이 개강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이다. 이런 글쓰기 특강에 참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처음이라는 단어는 항상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마음만 앞선 나의 모자란 특강에, 열심히 참여하고 진심으로 격려해 주신   수강생 분들을 앞으로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같다. 언젠가 마음보다는 실력이 앞서는 강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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