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하나 ,] 아르헨티나 무료한 주말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천장만 바라보던 그때,
문득 창가를 타고 흘러 들어온 흥겨운 노랫소리가 무료한 나를 깨운다.
조심스레 창문 앞으로 걸음을 옮겨
가만히 노랫소리를 따라가 본다.
가벼운 기타 소리와 함께 나지막하게 흘러드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이 순간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날 있잖아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은 날.
오늘이 그런 날이라면 우리 잠시 이 시간을 빌려줄까요.
저 멀리 불어오는 향긋한 바람에 말예요.
펄럭이는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에 말예요.
군데군데 고개를 내민 별들이 촘촘히 박힌 까만 밤에 말예요.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내 마음에 말예요.
가끔은 그냥 이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소리 없이 흘러가버리도록 놔둬도 괜찮으니까요.
가끔 찾아오는 그런 하루는
그냥 그대로 아주 괜찮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