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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st Oct 20. 2022

당신의 생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

당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인가?


6개월 만에 '네카라쿠배'에 취업한 ooo님의 후기를 살펴보세요. 


개발을 공부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때였을까.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3개월, 6개월 만에 빅 테크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걱정이 앞섰다. 동일하게 6개월이라는 시간을 사용했음에도 나는 아직 개발자로서 일하기는커녕 아직도 API가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앞서 가는 개발자를 생각하면,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부끄러웠다.


조급함이 들었다. 빨리 취업해서 돈을 받으면서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기업에 가야지 하며 여러 곳의 채용 공고를 살펴봤다.




Docker, datadog, Sentry, 

AWS ECS, Kubernetes, 

NestJS, PostgreSQL 등을 사용하여 개발합니다.




채용 공고를 보면서 다시 한번 좌절했다. 채용 공고에 적혀 있는 글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툴을 한 개도 알지 못하는 데, 회사에 지원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것이라는 말을 꾸준히 하고 살아왔는데, 이 날 만큼은 총구가 나에게로 향하여, 나를 상처 냈다. 





난 뭐 하고 있는 거지?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일을 하면서, 공부까지 하는데, 나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빠르게는 취업 못하더라도 나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야겠다 생각했다. API를 모른다면, API가 이해될 때까지 API를 만들고, 탐구해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백엔드 공부를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공부한 지 1년 후, 백엔드 개발자로 처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도 취업했는데, 여러분들도 취업할 수 있어요!


간증(干證) 같은 신앙적인 체험을 고백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지 않다. 여기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처음 개발자로 일하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드디어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 같아 행복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돈을 받으면서, 개발을 한다는 것은, 다르게 이야기하면 돈을 받은 만큼 팀 혹은 서비스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실력이 없으면 팀, 서비스에 기여하기는커녕 민폐만 될 수 있다는 것을 회사에 들어가고 깨달았다. 


빠르게 개발자가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빠르게 취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 어쩌면 오늘 하루도 빠르게 취업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적는다.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


작은 스타트업의 개발자로 입사한 지  2주 후에 사수가 퇴사했다. 2주 간, 사수와 함께 개발하고 그 후에는 서버 개발을 홀로 해야만 했다. 그 말은 즉, 서버에 장애가 발생한다면 온전히 내가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1년 간 공부는 했지만 기업에서의 서버 운영은 처음이었기에 부디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여러 번 기도했다.






기도의 효과가 없었던 탓인지 서버에 늘 문제가 발생했다. 서버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려면 서버의 로그를 모두 살펴야 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드를 수정하면 다른 API에 문제가 발생했다. 심지어 스타트업의 특성상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개발해서 시장 반응을 살펴야 했기에 목표했던 데드라인까지 신규 기능을 만들어야 했다. 


기존 코드를 제대로 분석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코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신규 기능까지 구성해야 한다는 것은 처음 서버 개발자로 일하는 내겐 큰 부담이었다. 심지어 서버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에 서버 배포 자체가 막히는 상황이 오면 부담은 더욱 커졌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팀의 구성원들이 왜 서비스가 동작하지 않는지 이유를 물어볼 때면 손이 벌벌 떨리기도 했다. 어떤 문제가 어떻게 발생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답답했다.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이토록 무서운 것이구나 깨달았다.




이렇게 개발 과정에서 문제를 겪을 때면 드라마 '골든타임'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출처: 드라마 '골든타임'











2012년에 방영한 드라마를 지금도 보곤 한다. 드라마 골든타임을 보면서 의사가 겪는 책임감의 무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는데, 개발자로 일하면서, 골든타임의 대사가 유독 선명하게 들리곤 했다. 위에 나오는 골든타임의 대사는 의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임감은 어디서 오는가


처음 면접을 보면서, "지금은 부족하지만 모르는 것을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적용시킬 수 있는 개발자로 성장하겠다"라고 면접 보는 팀원들 앞에서 다짐했었다. 처음 개발자가 된다는 설렘 때문이었는지, 열정만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실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열정만 앞서다가는 더 큰 문제를 겪을 수 있겠구나 깨달았다. 


만약 이 글을 보는 당신이 개발자로서 일을 시작하려 한다면,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당신은 개발자로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발견했고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가?. 만약 이 물음에 제대로 답할 수 없다면, 어쩌면 당신은 나와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으니, 스스로 점검해봐야 한다. 


이제는 위의 물음들에 대해 답을 내릴 수 있지만, 예전엔 위 물음에 대한 답을 전혀 내릴 수 없었다. 심지어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조차 알지 못한 것이 태반이었다. 마치 중학교 1학년 수준의 수학 지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수능에 나오는 수학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내가 무엇을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르는 것은 당연스럽게도 프로그래밍에 관한 기초가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당장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개발자로서 기초 실력을 쌓아서 내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퇴사 후, 개발에 관한 기초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운이 좋게 합류한 작은 스타트업에서 나는 책임감을 배웠다. 







출처: 드라마 '미생'



끝으로

누군가의 취업 소식을 듣고 흔들리는 당신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취업이라는 문을 열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준비하는 당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와 같은 실수를 당신은 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었다. 


이 글을 읽고, 만약 프로그래밍에 관한 기초 공부를 더욱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어쩌면 당신의 취업은 당신의 생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빠르게 취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다. 


이 글을 통해 잠시라도 당신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친다.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래 링크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적었던 블로그 글입니다. 어떤 경험을 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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