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생각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해외에 나가게 되면 꼭 한 번은 맥도날드에 방문한다. 맥도날드에서는 나라별 시그니처 메뉴를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물가를 체감할 수 있어 공부 삼아 방문하곤 한다.
대만을 방문했을 때, 맥도날드에서는 키오스크를 토해 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키오스크 사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주문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언어 설정에서 약간 헤매기는 했지만, 옆에 있던 직원이 친절하게 도와줬다. 주문한 햄버거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아 기다리던 중, 한 어르신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봤다. 직원이 다가가 어르신을 대신해 메뉴를 주문했다.
자리에서 버거를 먹으며, 문득 키오스크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대형마트 직원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키오스크를 사용하면 기업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지만, 고객은 직접 계산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객 입장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고민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생각해 보니 키오스크를 통해 직접 주문하고 결제한다고 해서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주문조차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문제를 겪을 수 있었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책에서 봤던 문장이 머리에 맴돌았다.
편리의 반대편에는 온라인 예매로 인해 현금을 들고도 표를 구할 수 없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매표소를 서성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공정함에 배려받지 못하는 그늘을 보게 됩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나가는 사회에서 타자에 대한 도움과 배려는 어느 지점에 있어야 할까요?
배달 앱 사용법을 몰라 배달 주문에 어려움을 겪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새로운 공정함에 배려받지 못하는 그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개발자로서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왔고, 앞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내가 만드는 프로덕트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자세를 항상 견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