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에 감사드립니다
초보작가에게는 과분하게, 11월 18일은 제가 브런치 연재를 하며 처음으로 구독자 100명이 된 날입니다. 얼마 전까지 99였던 숫자 100을 클릭해, 익숙한 작가님들 브런치에 들러 보았습니다. 좋은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과의 상호 소통이 제 글의 발전을 위해서도, 글 세계 속 주제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는 제게 작가의 꿈을 키운 텃밭이었고, 배려의 삶과 사람의 선한 내면에 대해 탐구하고 또 그 가치를 깨닫게 한 양피지였습니다. 어떤 일에 분노하거나 이유 없이 답답할 때뿐만 아니라,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도 들러 이야기를 풀어놓는 옛 친구가 머무는 공간 같았습니다. 담긴 글감은 공저자로서 작가데뷔의 기반이 되었고, 소소하나 유상 투고의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는 7-8년이 되었지만 구독자 수는 빠르게 늘지 않았습니다. 초기에 열렬히 글을 적다가 나중에는 한두 해를 쉬기도 하는 등,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꾸준함이 제게는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올 해는 특별한 것이, 처음으로 브런치북에 연재를 시작해 그간 없던 꾸준함을 도구로 들였고, 서로 연관 없던 주제를 몇 개의 대전제 아래 분류해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되도록 매주, 약속한 날에는 해당하는 주제의 글을 올리는 일이 지금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합니다.
요즘 주목받는 글의 추세에 비춰보자면 제가 쓰는 글은 인기 주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질병, 이혼, 퇴사 등의 주제가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고, 또 전문 직종에 계신 분이나 전업 작가 분들의 글이 주목을 받는 듯합니다. 직업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저는 비주류의 글을 쓰지만 여전히 주제와 제목을 정할 때 조회수에 대해서는 생각하게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목도 클릭률을 높이는 전략적 방식으로 짓지 않고, 글도 분량을 애써 줄이거나 늘리지 않습니다.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담으면서도 나도 독자도 읽기 편하게 쓰고 싶다, 는 바람은 되도록 원칙으로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글을 적는 것은 더 없이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잔뜩 피어있는 꽃잎보다 딱 하나 내 손 위에 살포시 올라앉은 놓치기 싫은 하나의 잎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듯, 한 분 한 분 서재에 들러볼 여유가 있게 느린 속도로 늘어간 공감의 작가분 100인이 마치 1000의 밀도로 감사하게 느껴지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