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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Apr 05. 2017

아이들이 행복해야
좋은 생태놀이

월간 <폴라리스> Vol.175 '자연아, 고마워'

일상이 생태 체험이었던 과거와 다르게 ‘생태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생태를 알아가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그 시절과 변하지 않은 것은 자연에는 여전히 놀 거리가 넘쳐나고, 아이들은 자연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숲에서 생태놀이로 아이들을 만나 온 황경택 생태놀이 전문가를 만나 놀이로 하는 생태교육에 대해 들어보았다.

글 김진희  에디터 박은아  포토그래퍼 유재철







영유아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교육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생명,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그 시기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생태교육입니다. 저는 놀이로써 이런 일을 하고 있어요. 생태교육 놀이를 보통 자연 놀이, 생태놀이, 숲 놀이로 구분하는데 자연  놀이는 산, 바다 등 광범위한 자연과 친해지는 놀이입니다. 생태놀이는 생태 철학이 들어 있는 놀이예요. 아이에게 모든 생명이 소중하듯, 너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숲 놀이는 앞서 말한 자연 놀이를 숲에서 하는 거예요. 숲은 다른 곳보다 접근이 쉽고 다양한 생명체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생태교육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입니다.

숲에 아이에게 해를 끼칠 만한 요소들은 없나요? ‘아이들이 놀기에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어요.
숲은 위험하다는 편견과 달리, 실제로 숲에서 크게 다칠 일은 없습니다. 독성이 있는 식물들은 아주 깊은 산속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집 근처의 작은 숲들은 소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체에 유해할 만큼의 양은 아니에요. 비가 오면 씻겨 나가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생태놀이를 해오면서 느낀 생태교육의 효과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부모들은 대개 자연에서의 시간을 통해 아이가 단기간에 더 똑똑해지거나 인성이 좋은 아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숲에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느낀 점은, 부모들이 원하는 그런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생태교육의 효과로 보통 얘기하는 관찰력과 협동심, 창의력 발달은 아이의 삶 전체를 통과하며 느리게 나타납니다. 아이들의 경험이 축적되며 언젠가 발현되는 것이죠. 그런데 조급하게 당장 눈에 띄는 아이의 변화를 바라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분명한 사실은 다양한 경험을 하는 아이들이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아이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이 많으면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자연, 그중에서도 숲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고요.  


생태놀이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복’입니다. 직업인으로서 생태놀이를 기획하다 보면, 프로그램 자체에 초점을 맞춰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워낙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미리 짜 놓은 계획대로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많아요. 그럴 때는 초점을 아이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거니까요. 최대한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면서 함께 놀이를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맞게 계획했던 숲 놀이가 수정되거나 변형되는 경우도 많죠. 요즘은 아이들과 숲에 갈 때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해 가는 부모들도 많은데, 프로그램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활동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 

준비된 프로그램이나 놀이 방법 없이 그냥 숲에 가도 될까요? 놀잇감이 없는 숲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잘 몰라 난감해 하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생태놀이는 크게 기획놀이와 자율놀이로 구분할 수 있어요. 기획놀이는 이름 그대로 놀이를 준비해서 하는 것이고, 자율놀이는 정해진 프로그램이나 놀이법 없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게 하는 거죠. 저는 자율놀이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숲에서 즐겁게 놀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숲과 친해지는 법을 압니다. 땅을 파는 놀이만으로도 한 시간 넘게 놀 수 있는 게 아이들이거든요. 물론 기획놀이가 필요할 때도 있죠. 특히 놀이할 시간이 한정적이고 장소가 제한적이거나, 숲에 자주 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회가 생겼을 때 여러 체험을 하게 해주고 싶은 경우 적절하게 놀이를 기획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획놀이를 몇 가지만 소개해주시겠어요?
조각가 애벌레 찾기 놀이를 한번 해보세요. 애벌레가 갉아 먹은 나뭇잎에는 가지각색의 구멍이 생기잖아요. 갖가지 모양으로 갉아 먹힌 나뭇잎을 찾는 놀이예요. 어떤 애벌레가 가장 멋진 조각가였는지를 살펴보는 거죠. 그리고 나뭇잎, 나뭇가지, 작은 돌멩이를 이용해서 바닥에 얼굴 만들기를 해보세요. 재미있는 얼굴 모양이 나올 거예요. 그리고 이건 아주 쉬운 건데, 가만히 눈을 감고 숲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책이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배우는 자연이 아니라, 자연을 직접 느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생태놀이를 할 때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와 역할은 무엇일까요?
부모는 관찰자 역할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에 같이 공감해주고, 살짝살짝 관련된 질문을 해주면 아이의 사고가 크게 확장됩니다. 그리고 손이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로 흙을 만지고, 돌멩이나 나뭇가지들을 덥석덥석 집는 행동들을 자제시키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특별히 해로울 것이 없는데 제지하는 부모들의 이런 행동 때문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지 못하거든요. 또 놀다가 다칠까 봐 아이들의 행동을 너무 자제하거나 억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한번 다쳐보면 다음에는 스스로 조심해서 다치지 않거든요. 지켜보시면서 아이의 안전에 큰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보호해주셔야 하고요. 스스로 경험할 기회가 많을수록 아이가 더 자율적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생태놀이 중에서도 특히 미술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미술 생태놀이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아이도 숲에서 하는 미술놀이는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자연물을 가지고 다양한 미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은 부담스럽지도, 어렵지도 않거든요. 무엇보다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재료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매력적으로 느낍니다. 보통 미술이라고 하면 그림을 그리는 활동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모양의 자연물을 찾아보거나, 자연물로 작품을 만들어보는 등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척 다양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예술적 감성이 있어요. 그것은 키워주면 커질 수 있죠. 자연은 그 자체로 멋진 예술품이기도 하고,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연에서 하는 미술놀이는 예술적 감성을 키워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활동하기 좋은 생태교육 공간이 따로 있을까요? 활동 공간을 고를 때 살펴야 할 기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서울 내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청계산이 참 좋아요. 서울 대부분의 산은 화강암을 모암으로 하고 있는데, 청계산은 편마암을 모암으로 하고 있어요. 비바람에 잘 쓸려 내려가는 화강암과 달리 편마암은 그 자리에 남아 좋은 흙이 됩니다. 덕분에 토양이 좋고, 숲도 우거져 있으며,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생태놀이를 하기 가장 좋은 곳은 바로 접근성이 좋은 곳이에요. 숲이 크든 작든 아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아요. 작은 숲에도 있을 것은 다 있거든요. 가까운 곳을 자주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이들은 연령별로 발달 차이가 존재하는데요. 만 3세 이전의 영아와 만 3세 이상의 유아로 나눠본다면, 어떤 생태 활동이 적합할까요?
만 3세 이전의 아이들은 체력적인 면이나 인지적인 면에서 기획된 놀이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린 아이들도 스스로 놀이를 찾아요. 그때 잘 지켜봐주시기만 해도 좋습니다. 충분히 놀도록 해주시고요. 만 3세 이상의 유아기에는 자율놀이에 기획놀이 한두 가지 정도를 더하면 보다 재미있게 숲 놀이를 할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하는 생태놀이를 통해 부모가 새롭게 배우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숲 놀이를 하면 아이들은 자연을 관찰하지만, 부모는 그 시간 동안 아이를 관찰할 수 있어요.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아이의 행동을 통해 아이를 더 이해하고 잘 알 수 있게 되죠. 특히 아이의 관심 분야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아이 안에 내재된 억눌린 감정도 볼 수 있어요. 유난히 숲에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특히 숲에 처음 왔을 때 그런 경향을 보이는데, 평소와는 다른 아이의 그런 모습에 부모들은 당황을 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발산하는 거예요. 요즘은 집에서도 살금살금 걸어 다녀야 하는 시대니까, 아이 안에 억눌린 에너지가 많은 거죠. 그럴 때는 놀라지 마시고 이해해줘야 합니다. 숲에서는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면 어느새 차분해지곤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생태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부모의 바람에 초점과 목적을 맞춘 생태교육이 아닌, 아이에게 맞는 생태놀이를 해주세요.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부모니까요. 그리고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부모의 행복 속으로 아이를 초대하세요. 그러면 아이도 행복해집니다. 숲에서도 부모가 먼저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하면 아이도 행복한 숲 놀이를 할 수 있을 거예요.



황경택 
숲에 있는 자연물을 순식간에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활용한 생태놀이를 만들어내는 생태놀이 코디네이터 겸 생태 만화가. (사)우리만화연대, (사)숲연구소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황경택 생태놀이연구소를 운영하며 숲 생태놀이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숲지도사를 위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들이 행복해야 좋은 숲 놀이다> <숲은 미술관> 등이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참 쉬운 자연 놀이
출처 황경택 <숲은 미술관> 



숲 속 빙고 놀이 


개요 자연물로 빙고를 채우는 놀이
준비물 자연물 이름 카드, 나뭇가지, 여러 가지 자연물 
방법 
나뭇가지를 이용해 바닥에 아홉 칸짜리 빙고 판을 만든다.
2 각 칸에 여러 가지 자연물 이름이나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자유롭게 놓는다.
3 카드와 같은 모양의 자연물을 찾아와 빙고를 완성한다. 팀을 나눠 경쟁하는 게임을 해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나뭇잎 퍼즐 맞추기 


개요 조각난 나뭇잎을 하나의 나뭇잎으로 완성하는 놀이
준비물 종이, 가위, 풀, 나뭇잎
방법 
나뭇잎 몇 장을 준비한다.
2 나뭇잎을 가위로 잘라 여러 개의 조각을 낸다. (종이에 붙인 후 조각을 내도 된다.)
조각난 나뭇잎을 섞은 뒤 맞춘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난이도를 높인다.



자연물로 그림 완성하기


개요 자연물을 활용해 미완성 그림을 완성하는 놀이
준비물 스케치북이나 도화지, 펜, 여러 가지 자연물
방법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이때 사람 얼굴의 경우 머리카락을 그리지 않거나 자동차의 경우 바퀴와 창문을 그리지 않는 등 그림의 일부분을 미완성으로 남긴다.
미완성된 부분을 표현할 수 있는 자연물을 찾아온다.
찾아온 자연물을 그림 위에 배열해 그림을 완성한다.



나만의 나뭇잎 이름표


개요 나뭇잎에 이름을 쓰거나 얼굴을 그리는 놀이
준비물 명찰 목걸이, 펜, 나뭇잎
방법 
1 넓적한 나뭇잎을 주워 펜으로 이름을 쓰거나 자신의 얼굴을 그린다.
2 나뭇잎을 명찰 목걸이에 넣어 목에 건다. 테이프나 핀은 금방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투명한 명찰 목걸이를 미리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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