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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Jan 09. 2023

밤은 얼마나 밝아야 하는 걸까?

어두운 밤도 소중합니다

별을 보는 별쟁이 입장에서 밝은 밤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심우주대상을 보거나 사진을 하는 별쟁이에게는 심지어 달마저도 달갑지 않은 천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보다 더 어두운 인공적인 빛이 없는 장소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꼭 천체관측을 하는 동안이 아니더라도 평소 밤길을 걷다 보면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곤 합니다. 밤하늘에 어떤 대상들이 보이는지를 살피며 계절이 바뀜을 느끼기도 합니다. 


최근 회사에서 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 중에 동료가 요즘 북두칠성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에 저는 '요새 북두칠성이 밤 열한 시는 지나야 조금 보일정도의 높이로 올라와서 잘 보기 힘들죠'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동료는 요새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동료는 아마추어 천문인이 아니라서 알아볼 수 있는 별자리는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여름 해안가를 조깅하면서도 느꼈던 건 제주의 북쪽 밤하늘이 매우 밝아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진을 하는 입장에선 북극성을 찾는 게 중요한 일인데 이 북극성을 찾기 위한 길라잡이 별자리가 북두칠성입니다. 운동을 마무리하고 북쪽 하늘을 보는데 구름이 없는 밤하늘임에도 불구하고 북두칠성의 국자 부분이 겨우 보이고 북극성도 겨우겨우 봐야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오늘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http://www.jeju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638


제주지역 야간 보행 개선과 밝은 밤거리 조성을 위해 도로변 가로등 및 보안등을 추가/보완한다는 기사였습니다. 기사 마지막에 도지사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합니다.


오영훈 지사는 “민선 8기 밝은 도시·빛나는 제주 조성사업을 통해 야간 보행환경이 개선되고 관광도시에 걸맞은 도로 환경이 조성되면 보다 안전한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며 “마을 구석구석 밝은 거리 조성으로 더욱 빛나는 제주를 구현해 도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확보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관광도시에 걸맞은 도로환경이 꼭 밤을 쫓아낸 대낮같이 환한 도로일까요? 어두운 환경에 안전하게 다니라고 차에는 등화장치가 있습니다. 마을 구석구석 밝은 거리를 조성하면 안전한 걸까요? 이러한 밤에 인공조명이 과한 상태 또한 공해라고 표현합니다. 빛 공해 그것을 광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인 지난 8월에는 아래와 같은 기사도 있었습니다.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42483

광해 기준을 마련했지만 실제 광해를 관리하기 어려울 거 같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이미 광해가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놓고 실제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요원하다면서 이젠 제주는 밤이 어두우니 돈을 들여 더 밝히겠다는 서로 상반되는 일을 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밤은 어두워야 합니다. 그래야 식물들도 광합성을 쉬고 광합성의 산물들을 뿌리나 열매 줄기로 옮겨놓는 일을 합니다. 야행성 동물들도 어두워야 활동을 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동식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도 밤엔 어두워야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숙면을 하게 됩니다. 밤을 잊은 사람에게는 비만 고혈압 당뇨 불면증 등의 많은 문제들이 생기곤 합니다.


밤의 조명은 정말 필요한 곳에 설치를 하되 주변에 영향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해야 합니다. 안전을 내세워서 밤을 마치 안전하지 않는 것으로 포장해서 대낮처럼 환히 밝히려 하면 지금도 그렇지만 않으로도 많은 부작용에 겪게 될 것입니다. 


밤거리는 밤거리다워야 합니다. 밤거리 다운게 과연 낮처럼 환한 거리일까요 아니면 어둠 속 은은한 조명이 함께한 거리일까요? 하루 중 낮과 밤이 있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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