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이야기들을 설명해 봐요
많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마음 한편에 있는 버킷 리스트 중 상당수는 '개기일식'과 '오로라'를 상위권에 두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일생에 개기일식을 관측하는 것, 그리고 오로라를 관측하는 것이 버킷리스트 상단에 있습니다. 그중 오로라는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으로 흔히 '극광'이라고 해서 남극과 북극 근처의 고위도 지역에 한정해서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알려진 게 일반적입니다.
특히 오로라를 쫓아다니는 '오로라 헌터'들은 태양 활동을 유의 깊게 살펴보곤 하는데요. 오로라가 생기는 특성상 태양 활동이 활발할 때 더 밝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오로라가 생기는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태양에서 방출된 대전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을 따라 극지방으로 유입되고, 이 입자들이 대기 중의 산소, 질소 등의 원자들과 충돌하면서 빛을 내는 현상을 오로라라고 합니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 유튜브 클립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Jt_g7bkc7k
이렇게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양극으로 유입되는 입자가 대기에 있는 입자들과 충돌하며 빛이 나는 현상을 가리켜 오로라라고 하는데, 이 오로라는 대기에서 충돌하는 입자의 종류와 고도에 따라서 색이 나뉘게 됩니다. 주로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소, 질소와 반응을 하게 되는데요. 흔히 오로라 하면 떠오르는 녹색의 커튼과 같은 빛은 고도 90~150km 정도에서 산소와 반응을 하며 만들어집니다. 그보다 높은 고도에서는 붉은빛이 생기고, 그보다 낮은 고도에서는 질소가 반응해서 핑크나 보랏빛을 내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질소가 무겁기 때문에 이런 핑크색이나 보라색을 보여주려면 태양에서 오는 입자들이 강력해서 상대적으로 저고도까지 내려와 이런 입자들을 들뜨게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색을 보여주는 오로라는 흔히 '오로라 서브스톰'이라고 불리는 강력한 활동이 있을 때 보다 잘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번 태양 활동이 21년 만에 강력한 활동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흔히 '오로라 오발'이라고 불리는 오로라 관측 가능한 지역 이외의 더 저위도 지방에서도 오로라를 봤다는 소식들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이는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를 덮치면서 엄청난 강도와 양의 입자들이 유입되고,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오로라 관측 가능 지역이 보다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붉은빛의 오로라를 보고 사진을 찍은 사람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과거 역사서들을 찾아보면 한반도에서 이런 붉은 오로라 현상을 관측했다는 기록들이 종종 소개되곤 했습니다. 조선왕조의 사료인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1624년 ~ 1626년에 연평균 20여 차례씩 불빛 기운을 봤다는 관측 기록이 등장합니다. 이 시기는 태양 활동이 활발한 시기와 겹치기도 해서 이 현상이 오로라였다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기록이 정조 이후 현대에는 현저히 줄게 되는데요 이를 두고 당시 한반도에서 오로라 관측이 가능했던 건 당시의 자북극이 지금이 자북극보다 더 우리나라 쪽에 가까워 가능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 이외에도 한반도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지구가 둥글기 때문인데요. 태양 흑점폭발 같은 태양활동이 활발할 시기에 위에서 이야기한 서브스톰급의 오로라가 발생할 경우, 오로라는 대략 지구 대기권의 중간권인 고도 50km 지점부터 열권인 고도 300km 지점 정도까지에서 발생을 하게 됩니다. (혹은 그보다 더 위쪽인 500km에서도 발생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핑크나 보라색, 녹색 등의 오로라는 상대적으로 저고도에서 발생하지만, 붉은빛은 고고도에서 산소가 들뜬상태로 되면서 발생합니다.
이 붉은 반응이 태양에서 오는 입자가 충분히 많고 활발하게 반응을 해서 밝게 보인다면, 오로라의 붉은 빛을 내는 현상은 그 무엇보다도 높은 곳에서 일어나게 되므로 그 어떤 색상보다 멀리서 볼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수평선 너머 오는 배가 제일 높은 마스트부터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따라서 지금 중위도 지역(혹은 저위도 지역)에서 보이는 오로라 현상은 비록 내 머리 위에서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지만, 저 멀리 오로라 폭풍이 몰아치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상단의 붉은빛도 눈으로 직접 볼 정도가 되려면 상당히 밝은 오로라가 보여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붉은 부분이 먼 거리까지 보이려면 얼마나 엄청난 태양풍이 오는지 상상이 잘 되지 않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