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해도 괜찮아. 내려놔도 괜찮아

by 하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나 됐을까? 올해 2월 말에 합격이 됐으니 100일이 채 되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내 글을 한줄한줄 정성스레 읽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1년 가까이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고심 끝에 단어 하나하나를 입력하고 나면 “자주 놀러 올게요. 제 블로그에도 방문해주세요”.라는 댓글을 시시때때로 보곤 한다. 나는 그것이 싫어 내 글을 제대로 읽어 줄 사람을 찾아다녔다. 책을 출판할 만큼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만의 매력적인 콘셉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 아마추어 글이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브런치에 글을 써보고 싶었다. 단지 내 글을 누군가 끝까지 읽어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 도전 세 번 만에 합격을 했다. 작가 도전에 실패할 때마다 합격한 블로그 이웃을 보며 부러워했다. 다음 메인화면에 여러 번 노출되는 이웃을 보며 부러워했다. 좋은 글을 쓰면 되겠지? 라며 작은 희망을 걸고 작가 도전을 계속했다.


작가 합격을 하고 난 후, 대학에 합격한 것 마냥 기뻐했다. 뭔가 새로운 삶을 살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런 삶은 없었다. 도대체 무슨 기대를 한 거지?

내 글을 끝까지 읽어줄 사람을 찾아다녔던 나는 어디로 간 거지? 작가 합격을 하고 나니 나의 순수했던 마음은 온대 간데 사라져 버렸다. 댓글이 없네? 좋아요가 저번보다 적네, 나는 언제 다음 메인화면에 노출이 되지? 나의 소박 글쓰기 목적이 기어코 작은 집착으로 바뀌었다.


머릿속에 있던 내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 대신 어떻게 하면 노출이 잘 되는 글을 쓸까? 어떻게 하면 좋아요를 더 받을 수 있을까?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살피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뒤엉켜있던 생각을 글로 풀어내려고 했던 순수했던 브런치 글쓰기가 스트레스가 되고 만 것이다. 이번 주도 글을 써야 하는데, 주기적으로 글을 써야 구독자도 늘어나는데, 자주 써야 노출 기회도 많아질 텐데...


내 글을 끝까지 읽어 줄 사람을 찾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왜 글이 아닌 노출, 숫자, 좋아요, 댓글에 집착을 하는 것일까?

10편밖에 쓰지 않은 지금 다시 나를 찾기로 했다. 규칙적으로 글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 긴 글을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지금 나를 인정하고 천천히 다시 시작해봐도 괜찮다. 내려놔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