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가게를 소개합니다.

브런치 ‘좋아요’에 연연하지 않는 방법

by 하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엔 4인 테이블 두 개가 있는 작지만 입소문이 난 케이크집 하나가 있다. 첫째가 태어날 때쯤 이 카페도 문을 열었으니까 약 9년 정도가 된 것 같다.

그 케이크집은 간판이 없다. 카페 이름은 [이름 없는 가게]. 소문난 케이크를 응대하려 카페를 일부러 찾아가는 손님은 해가 쨍쨍한 낮시간 큰 창문을 블라인드가 가려 버리면 본인들이 찾는 가게가 이곳인 줄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있다.


카페 구석에 나란히 놓여 있는 여행책과 카페 창업책, 아기자기한 장식품 몇 개가 인테리어의 전부다. 조각으로 팔려나가길 기다리는 냉장고 선반 위 케이크와 천장에 달린 조명, 가로로 늘어뜨린 블라인드가 오히려 더 인테리어 같다.

길모퉁이에 자리 잡은 카페는 9년 동안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깔끔한 인테리어도 아직까지 그대로다.

변치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카페 사장님을 대단하다고 여기고 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알게 된 사장님의 새로운 발상과 자신감은 내가 지금 것 열망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이름 없는 가게]는 케이크가 다 맛있어서 한 달에 두 번은 꼭 사 먹는다. 특히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가족들과 테이블 하나를 차지해 케이크와 커피를 먹거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포장을 해 디저트로 대접한다.


아이와 케이크를 먹으러 갈 땐 종종 사장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곤 한다. 요즘 사업은 어떠신지, 어떻게 살고 계신지, 내 이야기, 사장님 이야기 등등. 남자 사장님이시지만 말이 잘 통한다. 언제나 하얀 셔츠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바지를 입고 계신 사장님은 점잖게 사람들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시고 공감도 잘해주신다.


긴 여름 장마가 한창이던 어느 날 배달의 민족 어플로 처음 포장 주문을 해봤다. 집 앞이라 배달비도 아깝고 장대비가 오는 날은 직접 가는 게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가까운 곳은 사장님이 직접 배달하시기 때문에 수고를 덜어 드리려고 직접 찾아갔다.


배달의 민족 주문을 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다른 음식점과는 다르게 형편없는 후기 점수를 원하신다. 다른 후기를 보면 어떤 분은 5점을 주었다가 사장님의 요청으로 1점으로 바꾸신 분도 계신다. 그래서 후기는 처음 5점에 가까웠다가 지금은 1에 가까워지고 있다.


리뷰 작성 시 별 한 개만 체크 후 작성해 주세요!!


왜 낮은 점수를 원하시는지 너무 궁금해 주문한 케이크와 팥빙수를 픽업하면서 사장님께 여쭤봤다.

그런데 왜 1점을 달라고 하세요?

하며 나는 물었다.

아~이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나에겐 애매한 답변을 내놓으셨다.

이게 전부가 아니라면 또 다른 뭔가가 있다는 건가요?

마케팅 같은 건가? 나는 다시 물었다.

후기 점수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머리를 크게 얻어맞았다. 사실 얼마 전 내가 하고 있는 멘토링 봉사활동에서 멘티가 준 높은 점수에 들떠있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 여운은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코로나로 카페에 앉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져 카페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될 정도가 되면 사장님과 1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다.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1점의 의미는 1점으로 자신을 무너뜨리지 않는 케이크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곳 케이크는 정말 맛있다. 처음 케이크 집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간판이 없었고 아직도 간판이 없다. 시작부터 이곳이 남달랐음을 잊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철에 비해 비성수기인 여름휴가 땐 사장님께서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셨다. 쉬지 않고 너무 힘들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오래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래가기 위해 쉬기로 하신 것이다. 그게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이젠 매년 여름이 되면 휴가 언제 가시나 가게 투명 유리문에 붙여져 있는 종이 한 장의 한 달 스케줄표는 체크한다. 물론 올해는 해외를 못 나가시면서 여름 동안 문이 열려있다. 여름휴가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동안 못 먹었던 그리운 케이크를 먹기 위해 다시 케이크집으로 돌아온다.


케이크 사장님은 지난 9년 동안 몸소 경험한 쉬면서 오래 꾸준히 하는 법을 알고 계셨고 자신의 케이크에 대한 자부심도 본인 스스로 갖고 계신다.

그래서 지금은 [이름 없는 가게]를 네이버에서 찾으면 후기가 엄청나게 볼 수 있다.


점수는 참 편하다. 1부터 5까지 숫자를 정하면 그것에 대한 평가는 끝난다. 1점이면 실망, 5점은 만족.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한 평가로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럼 나는 나에게 몇 점을 주고 있는가? 점수에 연연하지 않는 자신감이 있는가? 물론 아무 준비 없이 자신감만 있으면 안 된다. 티브이 프로그램 [골목식당]을 보면, 문제 있는 음식점은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면서 백종원 사장님의 조언을 듣는 척만 하고 변하지 않는 사장님들을 자주 보곤 한다. 이런 자신감을 없느니만 못하다. [이름 없는 가게]는 케이크뿐만 아니라 팥빙수, 커피 등 모든 것이 맛있다. 사장님도 본인이 만든 모든 음식에 자신감을 갖고 계신듯하다. 개발한 케이크가 맛이 없으면 그동안 노력이 아깝더라도 팔지 않으신다. 온라인 취업 멘토링을 하면서 점수에 연연했던 것도 아직 준비를 다 하지 않았고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SNS 방문자 숫자, 좋아요, 댓글이 몇 개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같은 것이 아닐까?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보기 좋게 꾸미고,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쓰는지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점점 실력을 쌓는 것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케이크 사장님의 휴가처럼 쉼을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더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자신감과 변치 않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