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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스틱 베이커리 Jun 20. 2020

일이 많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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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중간 평가

긴장되는 시간이다. 개발을 시작한지도 어연 3개월, 협약 이후로는 2개월이 지났다. 7월로 예상했던 중간평가는 6월 말이었고, 돈도 얼마 쓰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평가를 앞두게 되었다. 한달동안 개발을 예상했던 프로젝트 일정을 2주로 줄이게 되었고, 가장 필요한 몇가지 요소들만 추출해 진행하기 시작했다.


일이 많아서 힘든 것은

부담감인 것 같다. 무서워서 그런 것 같다. 자랑스럽게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시작했고, 청창사에 합격해서 올 한해에는 더욱 분명하고 객관적인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내리라 다짐했다. 문제는 어떻게 가야할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모든 것의 책임이 "나"에게 달린 것이었다.


그래서 무섭고 함부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내가 부족한 사람임을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있고,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여전한 고민들, 나는 정말 전문가인가? 등. 고민이 많아질수록 머리는 무거워지고, 머리가 무거워지니 몸이 무거워져서 둔해졌다. 무거워진 머리를 가볍게 하기 위해, 일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작은 것부터, 급한것부터 순서대로 처리한다 한들, 가장 중요한 심적 부담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루 1개피던 담배는 어느새 3개까지 늘어났다.


하나씩 포기하고

우선 수업 1개를 포기하였다. 기말 1주만 남은 시점이지만 도저히 역량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취미로서 신청한 수업이었기에 더더욱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약간의 잠을 포기하였다. 사무실까지 출근 왕복 시간은 2시간. 집에서 생활하는 일부 시간을 포함하면 하루의 작업 시간의 Loss는 그렇지 않았을 때 보다, 2~3시간 정도였고,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약 4시간 정도였다. 그렇기에 적어도 지금만이라도 유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자 잠을 줄이고, 평소에는 작업실에서 생활하기로 하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하루 이틀 까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1주일 내내 잠을 자지 않고, 2주차가 되면서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작업실에서도 자는 잠도 1시간씩 늘어나게 되고. 물론 그럼에도 집에서의 휴식보다는 작업능률이 올라가는 것은 확실하지만, 체력이 방전되고 있다는 것 만은 확실한 것이다.


그렇게 2주가 되었을 무렵, 컨설턴트 교육 뒷풀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전날에는 S-COP에 참석하였었고. 그렇게 많은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분명 너무 맑고 또렷한 정신을 가지신 대표님들 중에서도 매일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럼에도 충분한 잠을 잔 나보다도 더욱 에너지가 넘치시고 똑똑하셨다. 


물론 그간의 경력과 경험, 전문성으로 인해 그런 것들일 수 있다. 그렇지만 결국 "나만 바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며, 나보다 힘들지만 또렷한 정신을 가지신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이며, "잠을 제대로 못잔다"는 결국 핑계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또렷함을 잃지 말자

사업을 크게 하시든 작게 하시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끌어가시는 분들에게 잠을 못자는 것은 전혀 핑계가 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하물며 나 또한 되려 잠은 줄어들고 몸은 힘들지만 오히려 시제품 가닥이 나오고 제품디자인이 나오면서 더욱 에너지가 생겨나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핑계대지 말자. 잠을 못자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잠 때문에 내가 쾡해지고 헤롱거리는 것은 내가 그만큼의 간절함이 없어서인 것이었다. 다행히 잠을 줄여서 성과를 내는 것에 쾌감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 또한 그런 에너지가 넘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맑고 또렷한 정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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