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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Dec 09. 2021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를 읽고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걸을 때 무슨 일이 있을까? 이 책의 내용은 아인슈타인 만큼이나 천재성을 드러낸 괴델의 관점에서 저자 짐 홀트가 적어나가는 듯하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현대 과학의 근저를 마련한 과학자인데, 괴델은 누구일까? 그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로 유명하다.
괴델은 '어떤 논리체계에서도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는 괴델의 제1불완전성 정리와 '수학의 어떤 논리체계도 스스로의 수단에 의해 무모순임을 보일 수 없다'는 증명인 괴델의 제2불완전성 정리를 발표했다.
수학에는 모든 논리체계를 초월하는 굳건한 실재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괴델의 확신에 따르면 논리는 이 실재에 관한 지식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 아니었다. 인간에게는 그런 실재에 관한 초감각적 지각 같은 것이 있는데, 괴델은 이를 '수학적 직관'이라고 불렀다. 바로 그런 직관 능력 덕분에 우리는 가령 '나는 증명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공식이 반드시 참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런 공식이 사는 체계 내에서는 증명될 수 없지만 말이다. 이것이 위의 제1불완전성 정리와 제2불완전성 정리를 알려주는 말이다.
괴델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시간의 흐름은 운동과 중력에 의존하며, 사건을 '과거'와 '미래'로 구분하는 것은 상대적이다. 괴델은 더욱 급진적인 견해를 취했다. 괴델의 믿음에 의하면 시간은 우리의 직관적인 인식과 달리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철학적인 이유로 우주가 영원불변이라고 믿었기에 자신의 방정식들이 그런 모형을 내놓게끔 살짝 수정했다. 나중에 이것은 아인슈타인에게 '나의 가장 큰 실수'가 되고 만다.
하지만 괴델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세번째 유형의 해를 내놓았는데, 우주가 팽창하지 않고 회전하는 해였다. 이 회전하는 우주가 정말로 이상한 것인 까닭은 우주의 기하학이 공간과 시간을 결합하는 방식 때문이다. 우주선을 타고 아주 장거리의 왕복여행을 마치고 나면 괴델 우주의 거주자는 자신의 과거 어느 지점에라도 되돌아 갈 수 있다.
만약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시간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다. 다시 갈 수 있는 과거는 실제로 지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 우주가 회전이 아니라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적절하다. 신과 마찬가지로 시간은 필요한 것이거나,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있을 수 있는 한 우주에서 시간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우주를 포함하여 있을 수 있는 모든 우주에서도 시간은 값어치가 떨어지고 만다.
괴델과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비실재성에 관해 굳게 믿었다.
시간은 거대한 환영에 불과한 걸까?
아인슈타인 사후 수십 년 동안 물리학은 시간에 대한 우리의 일상 개념을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 상대성이론의 얼어붙은 시간풍경에는 그 안에 입을 벌린 구멍이 있음이 드러났다. 그런 구멍이 존재하는 까닭은 시간이 중력에 의해 '왜곡'되기 때문이다. 중력장이 더 강할수록 시계의 바늘은 더 느리게 간다. 만약 여러분이 아파트 1층에 산다면, 꼭대기 층에 사는 사람보다 나이를 조금 덜 먹는다. 이 효과는 여러분이 블랙홀 속으로 빠질 때 훨씬 더 뚜렷해지는데, 거기에서 중력에 의한 시간의 왜곡이 무한대가 된다. 문자 그대로 블랙홀은 시간의 종말, 즉 시간 없음의 시계로 가는 입구이다.
이와 함께 시공간의 구조가 완전히 해체되어 '양자 거품'이 되어버리는 극미의 스케일에서는 시간이 완전히 사라질지 모른다. 시간에 관한 사안들은 우리의 우주를 존재하게 만든 대격변의 사건인 빅뱅을 되돌아보면 휠씬 더 기이해진다. 빅뱅 직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묻는 것은 마치 북극점의 북쪽이 어디냐고 묻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다고 스티븐 호킹이 말했다.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다.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시간적 환영에 단단히 속박되어 있다. 우리는 시간풍경의 한 부분에 노예이며 다른 부분에 인질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우리의 직관적 인식은 너무나 강력한지라, 객관적 무언가와 대응함이 틀림없다고 선언한 과학자도 있을 정도이다.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시간이 경과에 관한 심리학이다. 우리가 의식하는 지금은 사실 약3초의 간격이다. 바로 그 기간 동안 우리의 뇌는 도착하는 감각 데이터를 짜 맞추어서 통일된 경험을 만들어낸다. 또한 분명 기억의 본질은 우리가 시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과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 과거와 미래는 마찬가지로 현실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오직 과거의 사건만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은 시간의 한쪽 방향으로 축적될 뿐 다른 방향으로는 축적되지 않는다. 이것이 시간의 심리학적 화살을 설명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화살이 왜 날아가는 듯 보이는지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처음이 시간에 대한 불완전성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다음은 수의 세계이다.
수학과 신경과학 즉 뇌 속에서 수를 인식하는 것에 대한 내용은 결국은 의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을 훑는다. 이와 함께 리만 제타 추측을 말한다.
리만 제타 가설은 단지 소수를 이해하는 열쇠 이상이다. 수학의 발전에 너무나도 핵심적이기에 수천 가지 정리의 잠정적인 증명들은 그 가설이 참이라고 무작정 가정하고 있다. 만약 리만 가설이 거짓이라고 드러나면, 그 위에 세워진 고등수학들의 일부는 무너질 것이다.
제타 함수는 적절하게도 음악에 기원을 두고 있다. 바이올린 줄을 하나 튕기면, 그 줄에 맞춰진 음정뿐만 아니라 모든 가능한 배음을 생성하면서 진동한다. 수학적으로 말해, 이 소리들의 조합은 무한급수 1+1/2+1/3+1/4+...에 대응하는데, 이것을 가리켜 조화급수라고 한다. 이 급수의 모든 항을 택해 변수 s의 거듭 제곱을 취하면 제타 함수가 얻어진다. 제타함수=1+(1/2)s승+(1/3)s승+(1/4)s승+... 이 함수는 1740년경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처음 도입했으며, 그는 이 함수에 관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제타 함수, 즉 모든 수를 더하는 무한한 합은 단지 소수들(역수 형태)의 무한한 곱으로 다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무작위성을 인지한 프리드리히 가우스를 거쳐 무작위성의 환영 속을 꿰뚫어본 사람은 리만이었다. 오일러는 제타 함수가 오직 '실수' 값의 범위를 갖는다고 보았는데, 리만은 오일러를 뛰어넘는 모험을 감행하여 제타 함수가 복소수를 가지도록 확장시켰다.
복소수는 '실수'부분과 '허수'부분이라는 상이한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복소수는 두 부분을 가지므로 두 개의 차원이라고 여길 수 있다. 즉 직선을 형성하지 않고 평면을 형성한다. 리만은 제타 함수를 이 복소평면상으로 확장시키기로 했다. 그가 밝힌 바에 의하면 복소평면의 모든 점 각각에서 제타 함수는 하나의 고도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제타 함수는 모든 방향으로 영원히 뻗어 있는 산, 언덕, 그리고 계곡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방대한 추상적 풍경을 발생시킨다. 그의 발견에 따르면 제타 풍경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들은 0의 고도를 갖는 점들, 즉 해수면의 점들이다. 이 점들을 가리켜 제타 함수의 영점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점에 대응하는 복소수를 제타 함수에 대입하면 결괏값이 0이 나오기 때문이다. 제타 함수의 이 복소수 '영점'을 이용하여 리만은 한가지 경이로운 일은 해낼 수 있었다. 즉 사상 최초로 어떻게 무한히 많은 소수가 배열되는 지를 정확하게 기술해주는 공식을 내놓았다.
제타 풍경의 모든 영점이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어떤 '임계선'을 따라 정확하게 배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리만 제타 가설이다.
그런데, 영점들이 리만이 믿은 대로 완벽하게 모여 있을까? 만약 영점이 단 하나라도 임계선을 벗어나 있으면 리만 제타 가설은 쉽게 부정되고 말 것이다.
소수는 제타 함수를 정의한다. 제타 함수는 영점을 정의한다. 그리고 영점들은 집단적으로 소수의 비밀을 품고 있다. 리만 제타 가설을 풀면 그런 작은 꼬리물기 과정이 완결되는지라, 소수의 '불가사의'는 '네발동물은 동물이다'라는 진술처럼 동어반복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100만년까지 갈 것도 없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수학자들이 자신들의 집단적 플라톤주의의 꿈에서 깨어날 거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이외에도 프랙털이나 무한 컴퓨터와 AI 그리고 끈이론 등 많은 과학과 수학의 발견들과 논리적인 문제들, 윤리학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신과 선에 대한 이야기까지 짐 홀트의 언설은 이어진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어떤 논리체계에도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고, 수학의 어떤 논리체계도 스스로의 수단에 의해 무모순임을 증명할 수 없다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원용한다.
현대의 많은 문제들은 완벽하게 참이나 무모순임을 증명하지 못한다. 그 속에 들어 있는 불완전함을 우리는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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