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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Mar 06. 2022

배밭집 추억

점박이

초등학교  학년 초에 시내로 이사 나왔다. 이사 나오기  유년시절을 보낸  동네는 배밭으로 둘러 쌓여있었다. 할머니는 배밭 가운데에 위치한 닭장을 개조해 하숙집을 했다. 한창 공장이 들어서고 있던 지역이었다. 할머니는 공사장 인부들의 밥을 해주었다. 아버지는 외국기업과 합작해서  설립된 유공에 다니고 있었고 어머니는 할머니를 도와 하숙 을 하며 시간  때마다 농사지었다.

배밭집은 넓었다. 사람이 들고나는 곳은 마당이 되었는데,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키 낮은 배나무가 있었다. 일꾼이 일어나서 손을 뻗으면 과일이 닿을 정도로 일정한 높이였다. 배밭은 언덕배기를 지나 아래로 주욱 이어져있었다.

마당에는 암캐가 있었다. 어린 눈에는 상당히 커 보였다. 그놈은 하얗고 잘 짖지도 않았다. 마당의 경계지점인 개집이 있는 곳은 환했다.

추위가 가신 어느 날이었다. 개집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갓 태어난 새끼였다. 배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던 어미에게서 네 마리가 태어났다. 눈도 뜨지 않은 새끼들은 측은하기도 하고 이뻤다.

그중 한 마리는 노랑과 검정 그리고 어미의 본바탕인 하얀 털이 어우러진 점박이였다. 그놈을 따뜻한 방으로 가지고 왔다. 살아있는 장난감이었다. 우유도 먹이고, 데리고 놀다가 이불속에서 자장자장 하며 같이 잠을 잤다. 부모님이 오고서야 강아지는 개집으로 돌려보내 졌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는 새끼 중에 점박이가 어미에게 물려 죽었다고 알려줬다.

어미가 새끼를 물어 죽이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나 때문일까? 이불속 인간들의 체취가 묻어 자기 새끼가 아니라고 생각한 걸까?

슬픔을 참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나로 인해 한 생명이 죽었다는 것에, 아니 그 아름답던 점박이를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에 너무나도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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