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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Mar 23. 2023

제주에서 많이 걷고 달리다

걷는 게 달리는 것보다 힘들다

제주도교육원에서 한주를 보내고 있다. 같이 온 동료도 없어서 걱정을 했다. 혼자서 뭘 하지? 하지만 기우였다. 한방에 두 명이 들어가는 구조여서 룸메이트와 밥도 같이 먹고 뭘 하려고 하지 않은 나를 대신해 계획이 많은 그를 따라다녔다.

단, 몸이 따르지 않는 현실은 일단 저질러보고.


그는 여러 번 제주를 와봤나 보다. 지리도 잘 알고 버스도 잘 타고 다닌다.

올레길을 많이 걷고 있다. 물론 나는 걷다 보면 민폐 같이 앉아서 쉬어야 한다. 십 분을 제대로 걷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자전거나 전기킥보드인 지쿠터가 눈에 띄었다.

공유자전거보다 킥보드가 구석구석 많이 보인다. 타보지 않아 두려웠는데 여정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목적지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십 분 동안 끙끙거리며 지쿠터에 가입을 했다.

강정에서 두머리물까지의 여정이었는데 켄싱턴 호텔 앞에서 지쿠터를 발견한 거다.

올레길이 해안 쪽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도로로는 얼마 안 가도 다시 만나게 된다.

씽씽 도로를 달려 두머리물에 도착했더니 아직 동료는 오지 않았다. 오는 길에 어색한 지쿠터를 자전거로 바꾸어 타고 왔다.

종일 앉아있었는데, 여기오니 벌써 어둠이 짙게 깔렸다. 범섬을 보며 산책로를 어슬렁거렸다.

첫날은 자전거로 마무리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기가 불순하다. 개인날이 없다. 흐리거나 비 예보뿐이다.

둘째 날 오후 다섯 시경. 바깥에 해가 있다. 저녁은 나중에 먹자 하고 달려 나간다. 카카오택시를 불러 외돌개로 향했다.

수업시간에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휴식시간 얼마 없는 시간에 대로변에 있는 커피맛집까지 가야 했었다. 내리막이라 달렸다. 내리막이라 그런가? 조심스럽게 속도를 높이지 않으니 달릴만하다.

달리다 종아리 근육통이 재발해서 아예 달리지 않고 있었다. 저번주까지는 달리거나 걸을 때 불편했는데, 제주에 도착한 이후로는 다시 정상인 느낌이다.

외돌개에서는 처음부터 천천히 달렸다.

외돌개 옆, 범섬 쪽으로 육지가 바다를 침범하는 형상으로 넓게 삐져나와있는 바위 군락이 멋지다.

바다 쪽으로는 낭떠러지다.

다시 걸어 나오다 보니 새로운 길이 만들어져 있다. 천지힐링길. 올레길과 다른 표시가 되어있다. 길이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무턱대고 갔다. 계단이며 정자며 새로 단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리고 길이 없었다. 힘이 빠져 다시 돌아 나오며 또 탈것을 찾았다.

오늘은 천지연폭포를 지나 정방폭포까지 간다. 아직 해가 있어 어둡지는 않다. 길에 나오니 또 탈것이 찾아진다. 카카오자전거가 무더기로 놓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셋째 날, 새벽에 교육원 산책로를 달렸다. 종아리의 상태를 느끼며 속도와 거리를 조절했다.

오늘은 오후에 비가 예보되어 점심 먹고 뒷산인 고 근산을 가기로 했다. 빠듯한 일정 중에 할 수 있는 것을 잘도 찾는다.

산까지 오르며 달리다 걷다를 반복했다. 탁 트인 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올랐다.

결국 정상까지는 무리인듯해 동료를 먼저 보내고 중턱에서 쉬다 수업시간에 모자라지 않게 출발했다. 처음부터 교육원까지 뛰었다. 내리막이라 속도를 조절해 가며 이십 분가량을 달렸다. 무릎은 뻐근해왔지만 허리 쪽은 아직이다. 땀범벅이 되어 강의실에 제시간 내에 도착했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다시 달릴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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