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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츠뎀 Jul 10. 2024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을 뜬다

괴물은 누구일까 _11

"당신들은 인간의 마음이 없어요,

저는 인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요?

내 질문에 대해 대답해 주세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중에서




갑질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아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

- 다음 <국어사전>에서 



이런 사전적 의미에 따르더라도 과연 일개 7급 주무관이 민원인과 다를 바 없는 계약직 직원에게 어떻게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할 수 있을까요? 7급 주무관은 민원인과 다를 바 없는 사무보조원에 비해 과연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일 까요?  7급주무관과 계약직 사무보조원 사이에 이른바 '갑을 관계'가 과연 성립할 수 있는 건지 저는 모르겠어요.  하물며 요즘처럼 진상 민원인의 갑질로 공무원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는 시절에 감히 민원인에게 일개 주무관이 갑질을 할 수 있을까요? 그 '갑질'이란 것의 내용이, 친했던 그 계약직 원이 5분 거리 지하철 역까지 자기 차로 태워다 주겠다고 해서(p가 요청한 것도 아님!) 몇번 같이 탔던 거라는 데 실소를 금치 못하겠더군요. P가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한 것도, 강요한 것도 아니고 태워주겠다고 해서 탄 것이 갑질로 둔갑을 하다니요. 카풀을 하반기까지 지속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상반기 4월 경에 몇번 탄 것을 12월에 와서 문제 삼다니요?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요? 하물며 그 사무보조원P는 상반기 때는 매우 친한 사이여서 서로의 속마음도 털어놓고,같이 밥도 먹으러 다니고, 사무보조원이 자기 집에 초대하기도 했던 사이였는데 말이죠. 한때는.




2023년 하반기 인사 시즌에 맞춰 P가 사무보조원에게 '갑질 부당행위'를 했다고 다시 감사를 벌인 우리 중앙부처의 감사과는 결국 이를 빌미로 P를 중앙에서 '추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소위 '갑질'의 내용도 문제 투성이었지만, 감사 절차 또한 부실하기 이를 데 없더군요. 갑자기 확인할 게 있다며 P를 감사과로 부르더니 정확한 신고 내용을 알려주지는 않고,


"평소 출퇴근은 어떻게 하냐?"

"밥은 주로 혼자 먹냐?"

"사무보조원에게 쓰레기통을 비우게 하냐?"

"사무보조원에게 갑작스러운 야근을 시키냐?" 등등의 이상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뭔가 상황이 싸하다는 것을 느낀 P는 또다시 감사과가 상반기에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중앙 부처에서 내보내기 위한 '공작'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의심을 했죠. 하지만 질문하는 내용과 문제가 되는 사안들을 알고는 '설마 이런 일을 가지고 징계를 할 수 있겠나?' '설마 이런 일을 가지고 인사조치를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직속 계장님과 상의를 했지만, 계장님도 '감사과에서 문제 삼은 게 겨우 그런 거냐?'며, '그럼 별일 없을 거 같다'고 말했죠. '자신도 감사과에 근무를 해봐서 잘 안다'면서요. "어떻게 사무보조원 차량 몇몇 얻어 탄 거랑, 사무보조에게 야근시킨 거 가지고 징계를 하겠어요?"라고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우리 감사과의 과감한 창의력과 억지스런 수사력은 대단했습니다. 감사를 직접 담당한 감사과 직원은 사무보조원을 몇 차례 더 부르더니 드디어 멋진 작품을 내놨습니다.

상반기에 친했던 그 사무보조 차량을 퇴근 시 5분 거리 지하철 역까지 타라고 해서 탄 게 왜 문제가 되냐고 물으니 이 감사과 직원은 맥락은 상관도 안 하고 "그 사무보조원이 타라고 했어도 속마음은 태워주기 싫었을 수 있다. 그래서 타면 안 됐었다. "라는 해괴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갑작스러운 국회나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때문에 사무보조원과 함께 야근을 해야 했고, 야근에 대한 동의도 구했다"고 했더니,

그 감사과 담당 직원은 "동의를 구했어도, 갑작스러운 야근 지시는 갑질이다."며 막무가내의 논리를 전개하더군요. 이성적 사고와 합리적 추리라고는 전혀 할 줄 모르는 듯 감사과 직원은,

"그럼 몇 시간 전에 동의를 구해야 갑작스러운 야근 지시가 아닌 게 되느냐? 1시간, 2시간? 30분?"는 질문에는 결국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하던구요.

처음에 문제 삼았던 '쓰레기통 비우기'에 대해서는 P가 사무보조원과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사무실 환경정비'가 들어있다고 말하자,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보더니 하더니 더 이상 그 부분은 문제 삼지 못했습니다.


사무보조원이 그동안 P와 나눴던 사담이 담긴 카카오톡을 제출받았는지,

감사과의 그 직원은 급기야 이렇게까지 말하면서 으름장을 놓더군요.

"사무보조원과 나눈 사담은 문제 삼지 않겠다."라고 말입니다.

이 말은 P가 상반기에 해당과에서 친했던 그 사무보조와 나눈 속마음이 담긴 '카톡 내용'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그 사무보조로부터 제출받은 카톡에는 상반기에 P를 노골적으로 혹은 은밀히 괴롭혔던 '사발면 계장'과 '용수철 주무관' 등에 대한 험담도 들어 있었을 것이고, 감사과 직원은 이런 내용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한 듯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정말 황당하고 우스운 말인 게, 아니 조직의 공식 기관인 감사과에서 개인들 간 사적 대화까지 감사하는 경우도 있나요? 그건 일부 정치화된 검찰이 피의자 면박 주기 위해 언론플레이 할 때나 써먹던 수법 아니던가요?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합리적 사유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던 그 감사 담당 직원은 그렇게 '악질 검사 흉내내기 놀이'를 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저는 대목에서 사법기관의 무리한 수사와 막무가내식 사생활 노출로 희생자가 이선균 배우가 생각났죠. 당시 p의 심정도 이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프란시스 고야 <아들을 먹는 사트르누스>



감사의 기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과 객관성, 합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답을 정해놓은 듯 짜 맞추기식 감사를 벌이는 감사과 직원은 '무엇이 문제 되고 있는지' 핵심 혐의사실조차 P에게 알려주지 않았죠. 그리하여 피조사인 P의 항변권은 철저히 짓밟혔습니다. 심지어 여러 차례 사무보조원을 불러 진술을 청취하는 것을 목격한 P가 자신에게도 자세히 진술할 기회와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감사과 담당 직원은 단호하게 묵살했습니다.  그저 막연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6하 원칙에 따라 적어서 오늘 6시까지 내라."는 말만 반복했죠. 그 사무보조원이 어떤 점을 '부당한 갑질행위'라고 주장하는 지를 알아야, P도 이에 대해 항변을 하고, 자신의 입장과 맥락을 자세히 진술할 수 있을 텐데, 감사과는 이런 기회를 철저히 봉쇄했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세히 내라,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오늘 저녁까지."  바로 이 점이 제가 이번 감사과의 감사를 '감사 갑질', '표적 감사'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우격다짐식 부실 감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명백해 보였죠. 오직 이번 기회에 P를 중앙에서 축출하는 것이죠. 갑작스러운 감사를 받게 된 P가 '본인이 처리해야 할 업무가 과다하여 지금은 자세히 진술할 수 없으니 좀 더 시간을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감사과 그 직원은 "이것(감사받는 것)도 업무의 일환이에요!"라고 쏘아붙이며 p의 요청을 단칼에 묵살했죠. 피조사자의 신상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감사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우리 조직 중앙 부처의 감사과는 '감사의 abc' 조차 지키지 않았어요. 감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수용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와 규정은 무시되고 간과되었죠. 왜 이렇게 우리 감사과는 p에 대한 감사를 졸속으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했을까요?



그 이유는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이번 감사가 이미 그 답이 정해져 있는 '표적 감사'였기 때문이에요. 상반기에 이미 한번 p를 축출하는 데 실패한 우리 감사과는 하반기에는 반드시 그 목적을 달성해야 했던 거죠. 그리고 철저히 각본에 따라 준비된 하반기 감사를 인사 이동 전에 마무리해야만 p를 중앙에서 '추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상반기에 있었던 일인 '계약직 직원 차량 동승'과 동의를 구한 '갑작스러운 야근지시'를 문제 삼아 하반기 감사를 인사 시즌 직전에 벌였던 것이죠. 그리고 그 각본은 바로 상반기 내내 은밀하게 p를 감시하고 음해하던 바로 그 '용수철 주무관'이 짰고, 사무보조를 부추겨 자신의 지인이 포진한 감사과에 p를 신고하도록 '사주'했던 것입니다. 자신은 용의주도하게 은밀히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이런 음해 공작을 성공적으로 벌였다고 안심했겠지만 하늘 아래 숨길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은 법이죠. 그 '용수철 주무관'의 '감사 사주'와 이간질은 여러 곳에 흔적을 남겨 놓았더군요. 놀랍게도 '용수철 주무관'과 그 사무보조원이 p에 대한 공작을 모의하던 '현장'을 감사 전날 바로 당사자인 p가 목격한 것이죠. 감사를 받기 전엔 p는 몰랐습니다. 왜 '용수철 주무관'과 사이가 틀어진 그 '사무보조원'이, 평소엔 절대 같이 티타임을 하지 않던 그들이 왜 그날만은 함께 은밀히 모여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인지를.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지 그 자리에서 '감사 고발 사주'와 '감사 코칭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으리란 생각은 결코 하지 못했죠. 당시에는 말입니다.


     

상반기 P에 대한 갑질 괴롭힘의 주동자였던, 그 볼은 빨갛지 않지만 혀는 짧은 주무관이 물어다 준 먹잇감을 우리 조직의 감사과는 놓치지 않았죠. 아니 오히려 p에 대한 하반기 감사는 그 혀 짧은 '용수철 주무관'과 우리 감사과의 멋진 합작품이었죠. 사소한 일로 p와 사이가 틀어진 사무보조의 앙심을 이용해 '용수철 주무관 J'와 우리 감사과는 상반기에 못다 이룬 꿈을 마침내 이룰 수 있었습니다. 꿈은 이루어 진다!! ?? P에 대한 자신의 갑질 괴롭힘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던 '용수철 주무관'은 사무보조원의 불만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죠. 그것도 갑질괴롭힘 피해자를 오히려 사무보조원에 대한 '갑질 부당행위 가해자'로 둔갑시켜서 말입니다.




만약, 우리 조직의 감사과가 정말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P에 대한 감사를 담당한 담당직원이 최소한의 이성과 판단력을 견지했다면 P는 희생양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P에 대한 하반기 감사의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감사를 진행하는 목적과 결과는 명확한 것이었기에 절차상의 하자와 부당성은 사소한 문제로 치부될 수 있었죠. 하반기 감사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던 '답정너 감사'였기에 그 어떤 논리와 맥락, 항변과 반박은 무시될 뿐이었죠. 그렇게 우리 중앙부처의 감사과는 p에 대한 부실한 '표적감사', '감사 갑질'을 통해 갑질 괴롭힘 피해자인 P를 '갑질 부당행위 가해자'로 몰아 중앙에서 '추방'했습니다. 그 '추방'을 감사과는 아니러니 하게도 '분리조치'리고 표현했죠. 이는 나치가 2차 대전 말기에 단행한 유대인 학살을 칭하는 또 다른 표현이에요. 나치는 자신들의 유대인 학살을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혹은 '분리조치'라고 표현했죠.




구태의연한 '간식 문화'와 '간식 갑질'에 대해 중단을 호소했던 p를 '중앙 부적응자' 혹은 '업무기피자'로 몰아'추방'하려 했던 우리 조직의 감사과와 인사과, 그리고 그 혀 짧은 '용수철 주무관'은 마침내 축배를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멀리  애틀란타에 나가 있던 '루카스 나인 라떼 계장'도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케이, 롸저 댓~!"을 외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마 몰랐을 것입니다. 이것이 사건의 종식이 아나라 새로운 시작임을! '최종적 해결'이  아니라 파국의 시작임을! 끝의 시작임을!


프란시스 고야,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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