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누구일까 _15
"손과 코의 상호작용이 있었어요."
(학교 당국이 호리 선생님의 실수로 미나토가 코피가 난 것을 해명하며)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중에서
여느 조직에서처럼 조직구성원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인사부서나 구성원의 비리를 조사하고 징계할 권한을 가진 감사부서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래서 보통 그 부서를 조직의 '슈퍼갑'이라고 부르죠. 감사 부서나 감찰부서는 그중에서도 더욱 막강한, 일종의 조직 내 '검찰' 같은 역할을 담당하기에 '슈퍼갑' 중에서도 '슈퍼갑', '갑 중의 갑'이라고 불리죠. 그래서일까요? 감사과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는 부서의 권한을 자신의 권한으로 착각하고 지나치게 목이 뻣뻣해지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졸속으로 P를 감사했던 감사과의 직원이 바로 대표적으로 그런 류의 직원이었죠.
칼을 잘 쓰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지만, 잘못 쓰면 망나니춤이 될 수 있기에 감사를 담당하는 직원은 냉정하게 공과 사를 구분하고 자신의 권한과 그 한계를 명확이 인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분은 애초부터 그럴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는 듯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검사'에 빙의한 듯한 태도를 보이더군요. 그 태도는 제가 이 일로 감사과와 면담을 요청하며 면담 일정을 조율할 때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면담 장소와 시간을 일방적으로 정해서 통보하질 않나, 본인과 같은 직원신분인 저를 민원인처럼 대하며 '민원실'에서 만나겠다고 하질 않나, 상대방과 의견조율을 애초부터 할 생각이 없다는 듯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더군요. 이런 태도에 대해 제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이분은 아예 대놓고 '제 의견이 곧 감사과의 의견입니다'라며 자신과 감사과를 동일시하는, 검찰청법에나 규정되어 있는 '검사동일체' 같은 주장을 하더군요.
P에 대한 감사를 직접 담당한 이 직원의 고압적이고 모욕적인 태도에 무엇보다 P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감사 대상자가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도록 감사에서 문제가 되는 정확한 '혐의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죠. 경찰이나 검찰 같은 사법 당국에서도 피의자를 조사할 때 정확한 피의사실을 알려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야 감사 대상자가 문제된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 직원은 단편적인 사실들만 집요하게 추궁하더니 그마저도 시간에 쫓겨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오늘 저녁 6시 전까지 육하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기술하라"라고 했다네요. 어떤 사안에 대해, 사무보조의 어떤 진술에 대해 자세히 해명하라는 게 아니라 그저 '자유롭게 쓰라'니요? 무슨 진술서를 감상문이나 독후감 쓰듯이 자유롭게 쓰라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요?
P는 자신이 감사를 받게 될지 전혀 모르던 상황에서 갑자기 불려 갔기에, 사전에 자료를 준비하거나 기억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이 오로지 희미한 기억에 의존해서 진술을 해야 했죠. 문제가 되는 사안들이 지금 현재의 것들이 아니라 지난 상반기나 9월~10월 경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P에 대한 1차 조사를 끝낸 그 직원은 사무보조원을 다시 불러 추가 진술을 받습니다. 그래서 P도 자신에게도 추가 진술할 기회를 더 달라했지만, 그 직원은 "사무보조원들은 단순히 확인만 한 거지, 추가 조사는 안 했다, 그래서 주무관님은 더 이상 안 부를 거다."라며 거짓말을 하고 단호하게 그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P가 본인에 대한 정확한 감사 이유도 모르는 채 막연하게 추가 자료를 제출하려는 것마저도 본인 업무 때문에 시간이 너무 촉박하니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했지만, 그 직원은 "감사도 업무의 일환이다. 감사과가 내일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저녁 6시 전까지는 제출해야 한다."라고 압박했죠. 감사과 사정 때문에 시간이 없으면 감사 일정을 연기하면 될 것을 그 직원은 오직 재촉만 했죠. 그래서 저는 하반기 감사가 인사과의 인사조치에 맞추기 위해 졸속으로 후다닥 진행된 '표적 감사'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진행된 감사 결과 역시 황당하고 부당한 것이었죠. 무엇보다 정확하고 엄정해야 할 감사 '주의장'은 중의적인 표현과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죠. 의도적이었는지, 문장력이 딸려서 그런 건지, 시간에 쫓겨서 그런 건지 '감사 주의문'엔 비문과 오타가 많았습니다. 이런 허위사실과 왜곡된 주장으로 가득한 '주의문'은 수령할 수 없다고 P가 말하자, '감사과에 (와서) 이렇게 하는 직원은 처음이'라며 눈을 부라리고, "주의문을 지금 안 받아도 상관없다. 이미 결재는 났으니 잘 읽어보시고, 나중에 메일로 보내주겠다'는 둥, "사무보조원과 카톡에서 나눈 사담은 문제 삼지 않았다."며 마치 무슨 큰 시혜라도 베푼 양 말했다고 하네요. 이 감사과 직원의 '검사 놀이'가 절정에 이른 것이죠.
이는 마치 수사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으로 개인들 간 은밀한 사적인 대화나 문자내용을 대량으로 입수한 검찰이 이를 조금씩 언론에 흘리면서 피해자를 압박하는 매우 잘못된 관행과 너무 닮은 것이죠. 그 감사과 직원은 이런 비인권적인 방식으로, 사실과 너무 다른 '감사 주의장' 수령을 거부하는 p를 압박하고 위협했던 것입니다. 수사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유출된 개인정보나 사적 대화 때문에 유명 배우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처럼 수사기관의 이런 악의적인 언론 플레이는 심각한 문제이죠. 그런데 감사과 직원이 오히려 그런 협박을 하다니요!
사무보조원이 스스로 차량동승을 요청했더라도 속마음으로는 다를 수 있으니 '강요'라는 둥, 미리 동의를 얻어 야근을 시켰더라도 야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는 둥, '복도에서 고성 등으로 갈등을 어떻게 야기했다는 거냐?'라고 물으니, '고성으로 갈등이 야기되는 걸 본 증인이 있다'는 둥, 그 감사과 직원은 보통 사람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지나치게 '독창적'인 논리회로를 지난 분이었죠. 제대로 된 이성적 사고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사무보조원이 4월에 있었던 차발적 차량 동승을 12월에 와서 문제 삼는 걸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그 사무보조원의 '악의'를 한번 쯤 의심해 봐야 하지 않았을까요?
"지금도 차를 태워주고 있는 건가요?"라고 한번만 물어보면 명확해질 것을 왜 그 감사과 직원은 묻지 않았을까요? 답이 이미 정해져 있고, 감사의 목적이 P의 '추방'에 있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일을 12월에 되서야 와서 신고한다면 무언가 이상한 '의도'가 있다고 합리적으로 유추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안타까운 것은 이런 분이 매우 공정하고 엄정하게, 객관적으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할 우리 감사부서의 감사권을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위치에 있다는 겁니다. 도대체 이런 사고력과 논리력,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자질과 역량을 갖춘 사람이 어떻게 우리 조직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혹시 이분도 이른바 고위 간부와 연고가 있는 채용비리, 인사비리의 수혜자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저절로 듭니다. 이분은 일선에서는 제대로 선거 한번 치러 본 경험이 없어,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일선에 잠깐 파견 와서는 전화 한 통도 처리를 못했다고 하는 웃픈 이야기도 있죠.
그렇게 '검사 놀이'에 흠뻑 취한 감사과 직원의 '졸속 감사'로 P에 대한 감사는 우격다짐으로 종결되었죠. 당사자의 항변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다른 쪽 당사자의 자의적인 주장만 일방적으로 채택한 그런 감사가 제대로 된 공정하고 객과적인 감사냐고 따져 묻은 제 물음에 이 분은 그저 "자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죠. 한 조직의 '슈퍼갑'이라 불릴 정도록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자리에 역량 미달의 문제적 인물이 앉아있으면 이렇게 쉽게 '갑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죠.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것이 제가 이분에 대한 적절한 책임과 인사조치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너무 황당한 감사는 결코 감사가 아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