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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라이크 Jan 20. 2021

파헤치는, 파헤치기 위하여

햄스터를 키웁니다. 

                

 햄스터를 키웁니다. 

 그는 낮에는 하루 종일 자고, 밤이 되면 슬그머니 움직입니다. 혹은, 자신이 움직이고 싶을 때 잠깐 움직였다 다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자리로 돌아갑니다. 


제가 잠자리에 들 때쯤, 쳇바퀴를 많이 돌리는데. 

그는 쳇바퀴를 돌다가 중간중간 멈춰, 문쪽을 바라봅니다. 


마치 자신이 달려온 만큼 다른 세계로 온 것처럼.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그는 작은 케이지 안에서 살지만, 

매일 열심히 달립니다. 

그리고 매일 얕지만 깊은 땅속을 파헤칩니다. 


그가 톱밥을 헤치고, 케이지 바닥까지 닿아도 열심히 땅을 파헤치는 건. 

그곳이 끝이라는 걸 알면서도 파헤치는 걸까요. 아니면 그곳을 계속 파다 보면 언젠가 또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될까요. 


누워서 제가 있는 쪽으로 열심히 케이지 바닥을 파헤치는 그를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는 끝인 걸 알까. 

그곳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벽이라는 사실을 알까. 


혹시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 저렇지는 않을까. 아니라고, 새로운 시작일 거라고 발버둥 치지만 사실은 그곳이 끝인 걸까라는 생각이 말이죠. 

저의 작은 반려동물은 따뜻한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려 인생의 2/3를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매일 밤 전력을 다해 달립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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