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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라이크 Feb 23. 2021

시간이 흐른다고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머리카락이 자란 만큼 내가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더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죽은 머리카락, 잘라도 아프지 않은 손톱

우리 몸에서 자라나는 것들은 모두 죽어간다.


지하철에서 아주 노랗게 바랜 책을

열심히 읽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는 책을 돌돌 말아 내리는 역 전까지 차분히 읽으셨다.

문득 내 가방에 있는 책을 꺼내기가 싫었다.

모두 핸드폰을 하고 그녀만이 시간이 멈춘 듯 책을 읽었다.

 

영상매체의 노출에 자연스러워진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영상과 흘러가는 내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켜주는 건 아니라고, 아무리 좋은 영상을 보고 인사이트를 받은 후라도 다시 영상을 보고 핸드폰을 드는 순간 끝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잠시 주머니에 넣어 본다. 내 시간을 온전히 내가 살아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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