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 말은 머리카락이 자란 만큼 내가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더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죽은 머리카락, 잘라도 아프지 않은 손톱
우리 몸에서 자라나는 것들은 모두 죽어간다.
지하철에서 아주 노랗게 바랜 책을
열심히 읽는 할머니를 보았다.
할머니는 책을 돌돌 말아 내리는 역 전까지 차분히 읽으셨다.
문득 내 가방에 있는 책을 꺼내기가 싫었다.
모두 핸드폰을 하고 그녀만이 시간이 멈춘 듯 책을 읽었다.
영상매체의 노출에 자연스러워진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영상과 흘러가는 내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켜주는 건 아니라고, 아무리 좋은 영상을 보고 인사이트를 받은 후라도 다시 영상을 보고 핸드폰을 드는 순간 끝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잠시 주머니에 넣어 본다. 내 시간을 온전히 내가 살아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