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하기 싫은 날
문득 엄마가 그리울 때가 있다.
평소에 엄마에게 전화 한 통 잘하지도 않는 딸이면서
그냥 아무 대책 없이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사실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책임'지기 싫은 날.
바닷가에서 노는 어린아이들을 볼 때면 더욱이
엄마의 존재가 더욱 그리워진다.
바다에서 마음 놓고 흠뻑 옷을 적셔도,
혹시 몰라 나를 위해 뽀송뽀송한 새 옷을 챙겨 왔을 엄마가
근처에서 샤워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 엄마가
그리고 구석구석 모래를 털어줄 엄마가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사장 앞에서 물에 젖은 슬리퍼를 끌고 다니며,
덕지덕지 발에 달라붙은 모래를 털어낼 자신이 없어
바다에 발조차 담그지 못하는 겁쟁이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면
그렇게 엄마가 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