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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라이크 Nov 23. 2023

[프리랜서 결혼일기] #2 결혼 뭐부터 해야 돼?

가족에게 소개하기

"그래. 나도 좋아요."


무턱대고 전화해서 신혼희망타운 예비신혼부부 전형으로 지원을 하면 좋겠다는 내 말에 그는 살짝 뜸을 들이더니, 좋다고 답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가 결혼의 상대였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후에 말을 전했다. 


"그럼 우리 뭐부터 해야 되지?"


보통의 결혼은 1년을 만나며,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가고 자연스럽게 부모님을 만나면서 혼담이 오고 가거나 한다던데, 우리는 연애의 시작부터 함께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고. 신혼부부전형으로 서류를 넣기 위해서는 양가의 서류들을 모두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대답했다. 


"부모님께 서로 말씀드려야 해.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부모님에게 결혼을 할 것이고, 그럴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전해야 할 타이밍을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쉬운 일 같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생각하기 전까지 나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아 3년 간 서로 의절한 상태로 연락조차 하지 않았고, 나는 독립 이후 명절, 가족 모임에도 잘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결혼할 사람이 생겼으니, 만나야겠다.'라고 먼저 아버지에게 말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심호흡을 아무리 해도 전화번호를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거기다 얼마나 전화를 하지 않았으면, 아버지 전화번호마저 기억이 흐릿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허락조건이 '아버지에게 말씀드리기'였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무슨 일이냐. 

- 나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그래서 한 번 만났으면 해서. 

- 그래, 그전에 우리끼리 먼저 만나자



나는 '결혼'을 위해서 내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해소시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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