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려고요.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아 3년 동안 연락두절로 살아온 3년 만에 본가로 돌아가 한 말이었다.
아빠는 일단 밥을 먹자고 했다. 밥을 먹는 동안 어떤 사람인지, 뭐 하고 있는지. 어떻게 만났는지 등
그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내가 가장 걸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물어볼까 봐 마음을 계속 졸였는데, 그는 끝내 물어보지 않았고.
"그건 안 궁금해?"
라고 물었을 때, 오히려 그가 더 유쾌하게 요즘 그런 건 별로 안 중요하지.라고 대답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나의 결정에 대해 부모가 반대를 하여도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도, 부모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으레 그래왔듯이 부모는 나를 말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다만, 3년 동안 서로에게 등을 지고 있던 이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었기에 사소한 한 마디
"만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괜찮겠니?"
"넌 지금이 아니어도 남편복이 좋다더라."
그 사소한 한 마디도 차가운 칼날이 되어 나의 심장을 난도질했다.
그 한 마디 베인 내 심장에서는 또 얼마나 뜨거운 피가 거꾸로 쏟아지는지. 나는 그때마다 매번 아빠에게 화를 내고는 했다.
"그런 말 할 거면 끊을게."
그를 용서할 수 없고, 그는 왜 내가 이렇게까지 그에게 분노하는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나는 얼레벌레
그에게 다시 다정한 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주 살벌한 칼날 위를 위태롭게 걸어가는 나를 보는 나의 연인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