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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라이크 Nov 29. 2023

[프리랜서 결혼일기] #4 사자대면

"밥 먹자."


나와의 식사를 끝낸 부모님은 바로 그와의 첫 만남을 약속했다. 

본가와 같은 지역에서 독립을 하고 있는 나였지만, 우리는 첫 만남의 장소로 타 지역을 선택했다. 

둘 다, 어느 정도 거리를 달려하는 곳. 부모님을 만나기 전날부터 그는 가장 단정해 보이는 옷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는 쿠팡으로 옷을 주문하고,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답변을 해보기도 하고. 우리 부모님이 그의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우리 부모님을 타인과 함께 바라보는 순간이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중식당 룸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부모님은 그에게 반말로 인사를 했다. 


"어서 와, 여기 앉아. 반가워."


나는 그 한 마디 인사가 너무 싫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고상한 부모님들처럼 우리 부모도 상대방과 친해지기 전에 혹은 '말을 편하게 해도 되겠나?'라는 말을 하며 앞에 있는 젊은 사람을 존중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나는 사실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더 화가 났다. 

나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후에 들었지만, 정작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면에 반말은 아니지 않아?"


못된 딸의 모습으로 내가 툭툭 부모의 말을 끊었다. 나의 편일 줄만 알았던 엄마마저 '아빠 말씀 끊지 마.' 아주 날카로운 대화들이 오고 가는 이 순간에서 가장 불편함을 느낀 건, 내가 아니라 그였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사람을 내가 사랑하지만 싫어하는 부모에게서 지키고자 나는 스스로 악인을 자초하는 멋진 전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를 진심으로 지키는 방법은 부모에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그를 해치지 못하도록 차라리 내가 화살받이가 되어주는 것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자기가 혹시라도 상을 뒤엎을까 봐 무서웠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부모님과의 첫 식사는 엉망진창으로 끝났다. 그를 만난 후기를 알려주고 싶었던 엄마의 전화에도 나는 화를 내고, 나에게 간섭하는 모든 순간들이 싫어. 부모와의 연락을 피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런 부모와 신경전을 벌일 때 가장 힘들어하는 그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고서야, 나는 부모와의 신경전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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