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덕의 일과생활 그리고 책덕 이대로 괜찮은가?
책덕의 10년, 지난 흔적과 현재
https://www.notion.so/bookduck/10-acb3a3138420435b9723f6e0dfba3a0b
이번 행사는 굉장히 즉흥적으로 기획했고 저도 처음 해보는 형식이라 제 머릿속에도 완성된 형태가 없어요. 하루 하루 필요한 것을 떠올리며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관심이 있거나 참여하는 분들도 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 거지? 하고 궁금한 게 많을 것 같아요. 특별히 면 님에게 부탁해 가상의 독자로서 이번 행사에 궁금한 점을 알려달라고 했어요. 항상 부탁한 것보다 열 발자국 더 나가서 저를 놀라게 하는 우리 면 님은 '책덕십주년'으로 무려 5행시 질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질문에 답하며 저도 생각이 조금 정리되었답니다. 바로 시작해 볼게요!
렛츠고~!
네! 책 한 권 내고 망하기로 하고 시작한 출판이었는데 어째 용케 아직 망하지 않고 존재하고 있네요. 사실 올해 저에게 주어진 경제적 여력이나 시간이 그리 풍족하진 않아서 그냥 넘어갈까 했어요. 그런데 우울해하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의 상황을 책덕을 좋아하고 신경쓰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름하여 "책덕, 이대로 괜찮은가?" 고민공유회! 그러다가 고민공유회만 하면 좀 심심하니까 지난 10년을 정리하면서 대화도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10년 전 사업자 등록을 했던 6월 28일 수요일에 아~주 작게 행사를 열기로 했습니다.
책덕을 10년 전에 알았건 어제 알았건 전혀 상관 없습니다. 대신 책덕이 무엇을 해왔는지 살짝 알아보고 오시면 더 깊은 대화와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출판이나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통하는 게 많을 것 같아요.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될지 정말 알 수 없어서 이번 수요일에 만난 우리가 앞으로 10년보다 더 오래 보는 사이가 될 수도 있겠죠. 참고로 MBTI 테스트를 하면 I 성향이 무조건 70% 넘게 나오는 사람으로서 말 시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시면 정확히 알아듣고 모른 채 잘할 수 있습니다.
행사 내용을 봤을 때 정말 마음이 끌리고 편하게 느껴진다면 와주세요. 축하 파티도 아니기 때문에 축하하러 참석해야 한다는
직접 만나는 일의 좋은 점은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점 같아요.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죠. 한정되어 있는 내 인생의 시간을 투자해 함께한 사람들이 그 시간의 조각을 나누어 갖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그것이 인간으로서 행할 수 있는 가장 값진 투자가 아닐까요?
헬북에서 나온 인터뷰집《미래가 물었다 지금 잠깜 시간되냐고》에서 인터뷰를 할 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너무 단호하게 '구닥다리'라는 표현을 썼긴 하지만 적어도 저한테는 정말 구닥다리 같은 생각이었어요. 일과 생활(혹은 삶)은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서로가 적절히 섞여들 때 안정적으로 삶을 굴러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인터뷰를 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책덕은 오픈오피스도 나가고 카페에서 일도 하고 했지만 주로 집에서 모든 일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어젠가부터 책덕의 일과생활이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어 쓰고 있어요. '일과 생활'이 '일과생활'이 되는 거죠.
그게 가능한지, 사무실이 없다는 게 초라한 것인지, 근데 나는 그걸 계속 하고 있으니까 그 모습을 그냥 포장 없이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게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기도 했고요. (제가 짐을 싸서 밖에 나갈 필요도 없고요. ㅎㅎ)
교토에 갔을 때 미시마샤 출판사에 갔었거든요. 2층으로 된 가정집의 다다미방에 책과 서류와 이것저것 출판사에서 하는 일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작은 공간이었는데요. 미시마샤 출판사는 그곳으로 독자를 초대해 아이디어 회의를 나누기도 하더라구요. 그런 공간에서라면 다른 장치 없이 서로 더 가까이에서 허심탄회하게 솔직한 일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집은 사무실이기도 하고 책덕이 만들어온 책의 서류와 참고자료가 그대로 쌓여 있는 곳이에요. 어떻게 보면 제가 부끄러워할 만한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전 친구도 집에 잘 안 부르고 낯을 많이 가리는데 이번 10주년 행사는 이게 당연하다고 느껴졌어요. 10년에 딱 한 번 초대하는 거니까요. 책덕에 정말 관심있는 소수의 분들이 오시는 귀한 자리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런 시도가 처음이라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참, 집으로 오라고 하니까 무서워 할 분도 있을 테데 납치 당할 것 같은 무서운 공은은 아닙니다. 오늘의집에 나왔던 집들이 사진을 참고하세요. (사진빨이라는 걸 감안하시고요.) 아, 주의할 점! 무시무시~하지 않고 겁 많은 쫄보 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오시는 분 한 분, 한 분이 6월 28일 10평 남짓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고 그렇게 섞여서 탄생한 기억을 나누어 가질 거예요. 여러분이 오기로 결심하는 순간 이곳의 공기 성분은 어디에도 없는 조합으로 형성되겠죠. 그리고 그 시간은, 그 기억은 아마 아주 오래 갈 거예요. 적어도 제 마음속에서는요.
지금 준비하는 모습과 당일에 진행 중인 모습도 인스타 등을 통해 공유할 예정인데요. 스케치한 영상이 있으면 유튜브 초단편 브이로그에도 올리고요. 행사 때 주요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데요.
1. 코믹릴리프 스크랩북 만들기
2. "책덕의 일과생활" 지난 10년을 훑어볼 수 있는 전시
3. 고민공유회 "책덕 이대로 괜찮은가?"- 책덕의 4가지 고민 해결사를 찾습니다
4. 책덕 당근 마켓
5. 책덕 그리고 주변의 이상한 사람들과 교류하기
온라인으로 이 행사들에 참여하는 방법을 스테레오에 올려두었습니다. 아래 링크를 누르면 이동합니다. (스테레오는 창작자를 구독하면 창작자의 새로운 소식이나 노하우, 정보, 창작물 등을 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온라인 참여자를 위해 스테레오 구독권 선물도 준비되어 있으니 다들 츄라이, 츄라이 해보세요!스텓
https://link.steadio.co/KVeiDgiLXAb
고민공유회의 결과와 책덕 시즌2의 방향성도 스테디오에서 정리해서 알려드릴 예정이에요. 그리고 7월에는 함께 책을 만들면서 내 브랜드 정체성을 구체화해나가는 스테디오 챌린지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제가 워낙 관심사가 많고 생각이 잡다하다 보니 스테레오에 조금씩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해 보려고요.
많응부, 많관부, 만사부! (많은 응원, 많은 관심, 많은 사랑 부탁해요!)
"방구석에서 세상의 구석으로" 스케치를 그리면서 새삼 저의 세계가 한층 넓고 다채로워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애늙은이였던 어릴 때의 제가 봐도 "꽤 괜찮게 살고 있네."라고 인정 받을 것 같아요. 책덕의 첫 책 <미란다처럼>에서 어른이 된 미란다가 마침내 어린 시절의 미란다에게 인정을 받은 것처럼요.
책덕의 일과생활이 앞으로도 자유롭고 풍요롭기를, 그리고 경계를 넘나들기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책덕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duck.kr
책덕 스테디오 https://steadio.co/creator/bookduck
책덕 유튜브 https://www.youtube.com/@bookduck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