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머릿속이 새하얀 도화지처럼 하얘지고, 정말 그 순간만큼 발이 안 떨어지는 순간도 처음 겪었다.
아, 사람이 너무 놀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우리 현승인 걷는 것을 참 좋아한다. 평소와 같이 어린이집 하원 후 집에 가는 길이었다. 어린이집에서 나오면 37도 정도의 짤막한 경사로가 있다. 늘 놀러 갈 생각 때문인지 흥이 넘쳐 룰루랄라 뛰어간다. 그날도 어김없이 뛰었다. 평소와 같았다. 나 역시 늘 있는 일이기에 현승이 뒤를 졸졸 따랐다. 그런데 내가 분명 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앞으로 쿵 넘어졌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너무 놀라 머리로는 뛰어가야 하는데 발은 안 떨어지고 눈물샘만 솟구쳤다. 1초 정도 흘렀을까 현승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제야 앞으로 넘어진 현승이에게 달려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이를 끌어안고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10초 정도?), 현승이 이마에 혹이 부풀어 오름이 보였다. 이런 혹은 처음 보았다. 그러고는 ''우리 현승이 어떡해'',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만 반복했다.
지니 가시던 동네 분이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보며 당장 소아과에 데려가 보라 하셨다. 그 길로 나는 소아응급실로 뛰어갔다. 다행히 현승이는 진정되었고 낮잠시간이어서 그런지 잠도 들었다. 그래도 내 마음 한편은 불안하고 초조하고 미안했다.
선잠에서 깬 현승인 엑스레이 찍고 소독 처치를 하는 내내 울었다. 내가 너를 잘 잡았어도 넘어지지 않았을 텐데, 내가 네 앞에서 널 보고 있었다면 넘어지는 순간 널 잡았을 텐데 라는 마음으로 우는 현승이를 보는 내내 또 미안했다.
20, 30분의 시간이 지나 결과가 나왔다. 의사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찢어지지 않아 다행이네요. 귀가하시면 됩니다.''라 말했다. 순간 울컥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말이었는데 엄마이기에 그러지 못했다. ''선생님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식을 옆에서 돌본 적 없으신가 봐요! 아이가 넘어져 조금이라도 다치면 부모도 아픈데 말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나 웃긴 상황인가 싶다. 선생님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는데 너무 예민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너무 감정적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나는 다시 그 상황이 되어도 똑같이 대응할 것 같다. 나는 그저 내 자식이 넘어져 다치면 마음이 아픈 엄마니까. 모든 게 내 실수 같이 느끼는 엄마니까.
아이가 성장하다 보면 넘어져 다치는 일이 다반사이다. 경중을 떠나 아이가 아프다는 것, 다친다는 것은 모든 엄마들의 심장을 한번쯤 철렁거리게 함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