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May 26. 2024

오타쿠 직장인 A씨의 나날(하이큐)

최근 마이붐은 배구놀이

 스포츠물 도파민 덕후인 나는 요즘 하이큐에 빠져있다. 그 간 애니메이션으로 4기까지 나온 하이큐를 10번 이상은 돌려 본 듯. 회사 생활로 찌든 날이나 월요병이 스멀스멀 올라오려는 슬픈 일요일 밤에 하이큐를 틀어놓고 있으면 이 배구 바보들의 열정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기 때문에.


 전설의 레전드 ‘슬램덩크’, 일본 농놀 슬램덩크에 필적하는 국산 입시 농놀 웹툰 ‘가비지타임’, 보고 있으면 너무도 기분이 좋아지는 청춘 배놀 ‘하이큐’를 돌려가며 도파민을 뽑아내고 있었는데, 5월 15일에 한국에서도 하이큐 극장판 ‘쓰레기장의 결전’이 개봉하면서 대폭발 해버렸다.


후쿠오카 텐진 라신반에서 구한 히나타 인형


 일본에서는 올 2월에 개봉했는데, 나는 사실 3월에 후쿠오카 여행하면서 관람했었다. 텐진의 라신반에 들러서 히나타 인형을 샀고, 히나타와 함께 텐진 솔라리아 토호 시네마에서 봤는데 당시에 특전은 네코마 고교의 엽서였다. 일본에서 개봉 초반 특전은 만화책 33.5권이었고 그걸 받고 싶었지만 내가 본 시기에는 특전이 이미 엽서로 넘어간 상태. 그러나 나는 네코마를 좋아하기 때문에(카라스노 보다 더) 받아들고 오히려 좋았다!


영화 보기 전, 두근두근


 일본에서는 영화 보러 들어갈 때 직원이 표를 확인하고 특전을 준다. 영화 끝나고 나서 받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시스템. 일본 개봉 후 한 달 지난 시점이었고 해당 특전의 배부 안내가 나온 지도 며칠 지났었기 때문에 특전 소진됐으면 어쩌나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것 같다. 애초에 특전 수량 자체를 한국과 다르게 넉넉하게 뽑는 듯. (자국 콘텐츠라 그런 걸지도..) 그리고 엽서를 어디 보호 필름에 넣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주기 때문에 한국의 오타쿠는 받아들자마자 인증샷 찍고, 혹여 어디 구겨질까 뭐라도 묻을까 노심초사하며 조심히 가방 안에 넣었다.


일본 네코마 엽서 특전


 아, 영화 너무 좋았다. 나는 하이큐에서 이나리자키 고교의 미야 아츠무가 최애라서, 만화책은 이나리자키전 부분만 가지고 있다. 하이큐 만화책은 이미 완결이 났고 애니메이션은 그 이야기를 따라잡듯 제작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나는 이번 영화, 네코마전은 결과를 모른 채 관람했고 그게 신의 한 수였다. 애니메이션임에도 실제 경기 보는 것처럼 구기종목 특유의 박진감이 너무 잘 묘사되었고, 무엇보다 코트에 공 튀기는 소리가 최고였다.


 그리고 네코마와 카라스노가 경쟁하듯 점수를 내는 모습을 보는데 과연, 전통의 라이벌. 후반까지 승패가 어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서 손에 땀을 쥐고 봤다. 카라스노가 이겼으면 좋겠는데, 네코마가 지는 건 보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었달까! 주인공들이 고교생이라는 특성상, 자연스럽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킬포가 있었다. 네코마에서는 켄마를 제일 좋아하는데, 정말 후반부 켄마를 보면서 눈물이 날 뻔 했다구.  


텐진 솔라리아 엘베에 랩핑된 포스터를 보고 벅차오른 오타쿠

 

 후쿠오카에는 캐널시티에 점프샵이 있는데, 하이큐를 보고 벅찬 마음으로 점프샵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쿠로-켄마, 히나타-카게야마, 츠키시마-야마구치 페어의 판넬을 보고 오타쿠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사진을 찰칵찰칵. 사실 3월에는 일본에서도 한창 하이큐가 상영되고 있는 시점이었고, 인기가 많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오타쿠의 또 다른 성지, ‘애니메이트’에서도 건질게 많겠지 하고 갔었는데, 생각보다 뭐 없어서 터덜터덜 걸어 나왔더랬다. 나는 인형이나 키 링을 원했는데, 애니메이트에는 바보카나 노트, 펜 같은 문구류만 있었다. 그에 비해 점프샵은 천국…


쿠로, 나에게도 배구를 알려줘서 고마워
우리 에너자이저 낑깡이와 천재 세터 ㅠ
츳키랑 야마구치도 진짜.. 너무 잘 컸다 얘들아 ㅠㅠ
넌 이번 영화에 안 나왔잖아 ㅋㅋ 하지만 이 인기남의 판넬은 상시 전시인듯


 애니메이트와 다르게 점프샵에는 그래도 하이큐 굿즈가 꽤 있었다(24년 3월 기준). 사실 4월에도 가족여행으로 후쿠오카를 다녀왔기 때문에 나 혼자 후다닥 점프샵 구경을 하고 왔는데, 4월에도 굿즈가 꽤 있었고 종류는 3월에 본 것과 거의 같았다. 극중에 카라스노의 다나카를 짝사랑하는 역으로 잠깐 나왔던 니야마 여고의 에이스, 카노카와 관련한 굿즈도 있는 게 인상깊었다. 히나타 인형도 있었고, 주요 멤버들의 b-side 아크릴 키링, 스티커, 뱃지 등 구경거리가 꽤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b-side 굿즈들은 작년 11월 가마쿠라에서 이미 본 것들이었다는 것. 스티커도 이미 작년에 여러 개 산 버전들이었다고. 빨리빨리 새 디자인 내놓으란 말이다, 오타쿠는 너희 생각보다 더 악착같이 빠르게 사 모은다고!! 놀지 말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please, take my money..


세명씩 페어도 좋지만 각 학교 전체 멤버 버전을 원합니다!!
이 시리즈 작년 11월에 가마쿠라에서 봤다고! 그 때 이미 샀다고!!
비교적 넉넉했던 후쿠오카 점프샵 하이큐 굿즈들
오타쿠의 수확


 그리고 약속의 5월, 한국에서도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개봉! 동료랑 세미나 참석하러 코엑스를 지나가다가 메가박스 앞에서 홍보 패널을 봤다. 동료가 영화 제목이 왜 쓰레기장이냐고, 말이 심하다고 하길래 주인공 학교인 카라스노의 상징이 까마귀, 라이벌 학교 네코마의 상징이 고양이인데, 일본에서 까마귀랑 고양이가 쓰레기장에서 영역 다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어쩌고저쩌고.. 나는 설명충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있냐며 대단하다고 감탄하는 동료.. 이건 하이큐 오타쿠라면 기본 상식이라고요 ㅠ 당신의 동료, 오타쿠입니다.


한국에도 와줘서 고마워 ㅠㅠ


 한국말 자막 버전으로 본 하이큐도 너무 좋았다.. 일본에서 볼 때 약간 이해 못하고 지나갔던 부분, 이제 완전히 알겠고! 두 번 봐도 역시 감동적이었다. 한국 개봉은 5월 15일이었는데 나는 그 다음날 봐서 개봉 첫 주 특전은 놓쳤다. 그러나 2주 차 특전으로 만화책 33.5권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2주 차 특전 배포일 용산 아이파크몰 cgv 3회차를 겨우 예매했다. 예매 시간이 공지되는 것도 아닌데 다들 어쩜 이리 손이 빠른지. 나도 트위터 아니었음 놓칠 뻔 했지만. ‘2주 차’의 시작 기준이 수요일이고, 당일 빠른 회차로 관람해야 특전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수요일 오후에 반차를 냈다. 특전 나오는 모양새 보니 일본에서 지급한 특전들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들어올 듯. 나는 과연 하이큐를 몇 번 관람할 것인가.. 일단 슬덩은 10회 관람했었는데. 명작은 N차 관람해도 감동이 심하다.


 감동도 감동이지만, 굿즈도 갖고 싶은 오타쿠 마음. 일본에서 못 받은 33.5권, 한국에서는 꼭 받고 싶다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용산 cgv는 규모가 큰 편이라 물량도 많이 들어왔는지, 3회차 상영이었음에도 받을 수 있었다. 지급 당일의 첫 상영은 안정권, 2회차 상영부터는 아슬아슬하다는 무서운 루머를 봤던 터라 더욱 행복했다.


 용산, 왕십리 같은 규모가 큰 cgv에서는 영화 특전을 배부할 때, 영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뛰쳐나가 특전 줄을 서는 사람들 때문에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심해서, 특전 주는 방식이 온라인 사전 신청으로 바뀌었다. 영화 상영 후 모바일 앱에서 신청하면 되는데, 모바일 티켓에 들어가서 하단 ‘경품 이벤트’ 클릭, 해당하는 경품 배너를 클릭, 내가 관람한 지점의 ‘선착순 신청’을 클릭하면 신청되고 카카오톡으로 알람을 받으면 신청 완료! 이 기능 덕분에 영화 쿠키까지 안심하고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신청은 모바일 티켓에 명시된 영화 종료 시점 이후에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영화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cgv 모바일 앱에 들어가서 대기해도 충분했다.


 나와 같이 관람한 관의 사람들은 다들 신청해서 받은 듯하다. 예전 더 퍼스트 슬램덩크 때도 느꼈지만 이렇게 오타쿠 몰이 하는 영화는 특전만 노리고 여러 자리 예매해서 영화는 제대로 감상하지 않고, 특전만 여러 개 수령해가서 되파는 사람들이 많아 문제다. 그래도 용산 cgv는 온라인 신청이 도입된 후 영화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이 후다닥 뛰쳐나가는 일은 없어져서 좀 나아진 듯하지만. 그리고 특전도 1주 차 특전, 2주 차 특전 이런 식으로 주차를 붙이고 나올 거라면 수량 좀 넉넉하게 해주지. 특전 나온 당일 다 소진되어버리는데 이게 무슨 주차 특전이야, 당일 특전이지.


Step 1. 모바일 티켓 하단에 ‘경품 이벤트’ 부분을 클릭


Step 2. 내가 본 영화의 경품을 클릭


Step 3. 내가 본 지점의 ‘선착순 신청’ 부분을 클릭하면 신청 완료


 나는 워낙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들이 많은 심약한 직장인 오타쿠라, 지나치게 과열된 굿즈 경쟁에는 늘 도태되고 만다. 더 현대에서 한다는 하이큐 팝업에도 기세등등하게 도전했으나 1차, 2차 모두 광탈.. 나 돈 있다고, 살 수 있게 해달라구요.


 올해 3월, 4월 일본 여행에서 오타쿠 데이 보내고 굿즈들을 정리해 보니 하이큐, 슬램덩크, 진격의 거인 굿즈들이 혼재되어 있었다. 하나만 깊게 파도 문제지만 나처럼 라이트 하게 여러 장르를 파면 지갑은 더 털릴 뿐… 하지만 빡센 현실을 이겨 낼 수 있도록, 그 이상의 도파민을 주니까 괜찮습니다. 특히 하이큐는, 순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이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노력하고, 성장하는 게 낡고 지친 직장인에게 주는 울림이 너무 크다구. 나는 회사 다니면서 보기 시작했는데도 이렇게 좋아하는데, 하물며 학창 시절을 하이큐와 함께 큰 하이큐 키즈들은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얼마나 심장이 뛸까. 슬덩 보고 나서 nba 경기를 종종 보는데, 하이큐의 영향으로 곧 배구 직관도 뛰게 될 것 같다. 김연경 선수 유튜브도 구독했고.. 정말이지 우리들 영광의 시대는 지금이다. (나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많아서, 매번 새 시리즈 나올 때마다 영광의 시대 재현되는데… 영광 속에 묻혀 사는 것 같다. 오히려 좋아!)  


특전을 손에 넣고 도파민 뿜뿜
스트레스 해소에 이만한 게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